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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방 탐구] ‘완벽한 비주얼’이 차별점…“쇼를 선도하는 인기가요” ③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비슷한 포맷에 타성에 젖은 제작관행이 연일 도마에 오르켜 가요 프로그램의 존폐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음악방송의 제작진도 할 말이 많다. 한 회 방송을 위해 무수히 쏟아지는 음원을 듣고, 비슷한 아이돌 그룹에서 옥석을 가려 캐스팅을 시작하고, 세트ㆍ조명ㆍ디자인 회의에 거치면 제작을 시작한다. “안무를 분석해 음악방송의 출발이라는 ‘콘티’ 작업을 진행”한 뒤“생방송 회의를 꼼꼼히 마치고 단 하루를 위해 돌진”(SBS 인기가요 기준)하는 쉴 틈없는 7일간의 노고에 비한다면 제작진의 입장에선 씁쓸하고 안타까운 평가가 아닐 수 없다. 

[사진=SBS `인기가요` 김주형 PD]

흔히들 ”잘해도 욕 먹고 못해도 욕 먹는다“는 가요 프로그램 제작진은 나름의 변화를 꾀하는 것으로 자구책을 찾고 있다. ”의상만 바꿔입는 아이돌이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방송사를 출퇴근한다“는 비판 일색이지만, 음악방송의 차별점은 바로 무대 연출에서 시작한다. ‘보는 음악’ 프로그램이기에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바로 음악방송의 관건인 셈이다.

지상파 가요 프로그램 중 가장 세련되고 화려한 무대 연출로 주목받고 있는 SBS ‘인기가요’의 김주형 PD를 만나 그 이야기를 들었다.

‘인기가요’의 김주형 PD는 SBS의 대표 주말예능 ‘런닝맨’을 오랜 시간 연출했던 예능PD다. 프로그램에서 송지효의 몸무게를 공개한 뒤 멱살을 잡힌 덕에 시청자들에게 ‘멱PD’라는 별칭을 얻었던 리얼 버라이어티의 달인이 쇼 프로그램의 연출을 맡은 지 세 달차에 접어들었다. 

[사진=SBS `인기가요` 김연준 카메라 감독]

”쇼는 스탭 예술이에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프로그램이죠. 음악방송의 출발은 PD들이 짜는 콘티이지만, 기술팀과 음향팀, 조명팀, 카메라팀이 철저하게 계산된 수식에서 무대가 나오게 됩니다. PD는 그 가운데에서 조율을 담당하는 사람이죠.“

대학시절 밴드 활동을 했고, 펑크부터 브릿팝을 즐겨 들었던 김주형 PD는 ‘인기가요’의 수장이 된 이후 아이돌 그룹의 음악을 섭렵하고 있다. ”음악에 대한 이해“가 음악방송 PD가 갖춰야할 기본이라는 그는 ”수차례 노래를 듣고 안무 영상을 해석한 뒤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둬서 무대를 연출할지 구상한다“고 했다. 음악방송이 태어나는 출발점인 이 과정을 통해 ”‘인기가요’만의 특징을 만들자“는 판단이다.

사실 ‘인기가요’의 경우 방송4사(KBS ‘뮤직뱅크’, MBC ‘음악중심’, SBS 인기가요, 엠넷 ‘엠카운트다운’) 에서 방영 중인 가요 프로그램 중 가장 늦은 일요일에 방송된다. 당연히 제작진의 부담이 만만치 않아 김 PD는 매번 ‘무대의 차별화’를 고민한다.

출발은 ‘콘티’다. ‘인기가요’ 콘티의 특징은 ‘영업비밀’이라지만, ”짧은 시간 안에 모든 걸 보여줄 수 없기에 최선의 선택을 하자“는 것을 모토로 삼는다. ”가수들이 상상하고 꾸미고 싶은 무대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하나의 완제품을 새롭게 포장하는 ‘재생산 콘텐츠’를 만드는 재미는 사실 음악방송 PD들만이 누리는 달콤한 유혹이다.

”프로그램의 시작은 ‘콘티’에요. 기본적으로 가사 기준으로 만들어지지만 박자의 해석이 중요합니다. 안무를 가사 단위로 끊기에는 모호한 부분이 많아 박자 해석을 염두하는 거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를 통해 트렌드를 반영하고 쇼를 선도한다는 자부심도 있습니다.“

콘티가 만들어지면 각 파트의 스태프가 모여 의견을 교환하고 조율한다. 김 PD는 ”‘인기가요’는 PD가 한 편의 쇼를 만들기에 좋은 환경“이라며 ”카메라 팀의 영상 표현력이 뛰어나 최고의 쇼가 만들어진다“고 자랑했다.

‘인기가요’의 김연준 카메라 감독은 ”PD들이 콘티를 완벽하게 짜오기 때문에 연출진의 원하는 부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며 ”다만 카메라 팀도 가수들의 안무 영상을 쉴 새없이 돌려봐야 한다“는 일상을 전했다.

완벽한 무대 영상을 담기 위해선 ”총 7대의 카메라 간의 ‘호흡’이 중요하다“는 김 감독은 ”자신의 파트를 어떻게 잡아내든지가 첫 번째이고, 이후엔 7대의 카메라 간의 긴밀한 호흡, 기술감독과의 호흡이 잘 맞아야 완벽한 영상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어느 하나라도 틀어질 경우 생방송 쇼는 엉뚱한 화면이 속출하게 된다“는 것이다. 가수가 노래를 부르는데 MC들의 모습이 잡히는 경우가 그렇다. 이 경우 팬들의 집중 공격을 감수해야 한다.

카메라 연출에도 특징이 있다. 김 감독은 ”앵글의 경우 카메라 포지션의 차이에서 특징이 나타난다“며 ”‘인기가요’는 카메라가 무대 쪽에 많이 붙어있다. 가수들에게 접근을 많이 해 역동적으로 영상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려하고 세련된 무대 연출과 생동감 있는 카메라 워킹으로 다져진 ‘인기가요’는 네티즌 사이에서 반응이 좋다. 유튜브 등 동영상 사이트에선 방송 클립만으로 100만 조회수를 기록하는 사례도 숱하다.

하지만 안주는 없다. 김 PD는 ”‘인기가요’는 선배들이 잘 다져온 토양을 바탕으로 명맥을 이어왔다“며 ”지금은 하나의 ‘파워브랜드’로 만들고 싶은 바람이다. 가수들이 부각될 수 있는 무대를 통해 한류와 발 맞춰 명성을 지켜갈 것“이라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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