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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삼성은 왜 엑소와 손을 잡았나
15일 오후8시,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뮤직과 함께 하는 엑소 컴백쇼'는 8000여명의 엑소팬들의 열띤 환호속에 별탈없이 마무리됐습니다. 여기서 ’별탈없이‘라는데 다시 한번 안도하게 됩니다. 잘 알려졌듯 엑소팬들의 팬심은 좀 유별난데가 있으니까요.

삼성뮤직이 응모를 통한 추첨방식으로 관객을 초청해 이뤄진 이번 컴백쇼는 두번째 미니앨범을 발표한 엑소의 타이틀곡 ‘중독’을 비롯해 신곡들이 첫 선을 보이는 자리여서 더욱 뜨거웠습니다. 2시간 전부터 좌석표를 받으려는 줄이 늘어서기 시작했으니 엑소를 향한 예열은 이때부터 시작된 셈이죠. 엑소를 더 가까이 보고 느껴보려는 팬들의 뜨거움은 공연 시작 30분전에는 한층 달아올랐습니다. 이윽고 엑소가 무대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는 임계치까지 끓어올랐죠.


드디어 MC 전현무의 소개로 무대에 선 엑소를 보는 순간 팬들은 폭발했습니다. 첫 곡으로 ‘늑대와 미녀’을 선보인 데 이어 두번째 곡으로 ‘History’를 선보였지만 12명이 마이크로 부르는 노래는 환호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습니다. 두 곡이 끝나고 전현무가 다시 무대에 섰을 때, 무대 바로 앞 스탠딩쪽에서 작은 소란이 일었습니다. 일군의 팬들이 소리를 질렀지만 바로 앞에 서 있는 전현무의 귀에도 닿지 못했습니다. 전현무는 무슨 일이 있는지 안전요원들께서 가 주십사고 부탁했습니다.

곧 이어 새 앨범을 소개하기 위해 무대에 자리한 엑소 멤버들도 팬들의 안전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소란은 가라앉았지만 조마조마한게 사실이었습니다. 기자로서는 공연기사가 아닌 사건사고 기사로 갈아타야할 뻔한 순간이었습니다.

엑소의 컴백쇼는 유별난 엑소팬들의 마음을 읽은 삼성뮤직의 야심적인 프로모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모바일 음악콘텐츠를 소비하는 고객들에게 삼성뮤직은 낯선 이름입니다. 


지난 3월 기준으로 전문음악싸이트 모바일방문자수 순위를 보면, 멜론이 450만명, 지니가 200만, 엠넷이 110만명으로 3분하고 있습니다. 삼성뮤직의 존재감은 극히 미미합니다.

삼성은 국내 음원시장에선 후발주자입니다. 멜론과 지니 등 여타 기업들이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장에 진출한 것과 달리 삼성은 최근에야 발을 담갔습니다.

삼성은 아마 국내 음원시장이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지금은 그래도 나아졌지만 불법다운로드가 횡행했으니 그럴만도 하지요. 불법다운로드 시장은 현재 7000억원규모로 돈을 내고 듣는 다운로드 시장인 6000억원(2012년 기준) 을 그래도 넘어서 있습니다. 이전에야 더 말할 나위 없겠죠. 리스크가 큰 시장에 섣불리 진출하는 건 삼성스타일이 아닐 수 있습니다. 너무 일찍 진출해 외면당했던 삼성영상사업단의 트라우마때문에 더 조심스러울 수 있습니다.


불법다운로드가 일상화된 속에서도 몇몇 음악싸이트는 적극적인 고객 프로모션을 펼쳐왔습니다. 돈을 내고 음악을 듣는 건 바보취급 받던 시절에도 꾸준히 고객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그런데 음원시장이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2010년께부터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음악 콘텐츠에 대한 소유개념이 생기기 시작한 겁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으로 플레이 리스트를 만들어 틈틈이 즐기는 문화가 자리잡아가기 시작한거죠. 그 음악들이 쌓이면서 나만의 라이브러리가 생기자 내것에 대한 애착이 더 커졌습니다. 종래 돈을 내고 음악을 듣는 걸 우습게 알던 문화가 한달에 몇천원 내는 데 대한 심리적인 거부감이 사라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내 음악을 친구들과 공유할 수도 있고, 선물할 수도 있으니 주 수요층인 10, 20대들에게 몇천원이 적은 돈이 아니라도 이들은 그 만한 가치는 있다고 판단한 겁니다.

삼성뮤직은 해외에서는 유료 음악콘텐츠 서비스를 하고 그런대로 성과를 올리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이젠 시장이 커가는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자 밀어붙일 때가 됐다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스마트폰 공급의 포화상태에선 부가 서비스시장은 더욱 중요하고 그 중에 음악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니까요. 그러나 삼성의 행보는 좀 뒤늦은 감이 있어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고객이 그동안 이용해온 콘텐츠 서비스를 갈아타기는 쉽지 않습니다. 습관은 무서우니까요. 더욱이 영민한(?) 국내 모바일 소비자들은 미끼를 덥석 물지도 않습니다. 챙길 것과 줄 것을 잘 저울질하는 밀당의 고수들이지요.

그렇다고 ‘엑소컴백쇼’식의 프로모션이 효과가 없는 건 아닙니다. 수억원이 들어가는 이런 프로모션을 지속적으로 계속해 나가야 눈에 확 띌 정도는 아니지만 고객이 조금씩 늘어납니다. 프로모션 없이 달리 존재를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까요. 특히 스타 마케팅은 언제 어디서나 통하는 방식입니다.

다른 음원서비스들도 가만히 앉아 고객을 뺏기지는 않으니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생생한 원음을 즐기는 서비스, 공유 서비스 등 고객에게 다가가려는 서비스가 매일 진화하고 있습니다. 고객의 마음을 얻는건 진정 어렵습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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