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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터랩] 3분 사과 · 셀프개혁 ‘남재준 구하기’ 완결판
“뼈를 깎는 개혁 추진” 국정원장 생명연장 공표…정치 한복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 언제까지…
남재준 국정원장의 ‘3분 사과’는 숫자 몇 개를 떠올리게 한다. 60일ㆍ36일…. 앞의 숫자는 국정원의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이후 남 원장이 지난 15일 대국민 사과를 하는 데까지 걸린 날들이다. 뒤는 박근혜 대통령이 2월 10일 청와대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국정원 연루 사건의 수사결과 문제가 있으면 반드시 바로 잡겠다고 말한 뒤 흐른 시간이다. 지켜보는 눈이 많았지만, 결과는 박 대통령의 ‘남재준 구하기’ 완결판으로 끝났다. 남 원장은 참담하고,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뼈를 깎는 개혁을 추진한다는 말로 국정원장으로서 ‘생명 연장’을 공표했다. 박 대통령도 남 원장이 TV를 통해 사과를 하던 시각, 국무회의에서 “국정원의 잘못된 관행으로 국민께 송구하다”, “또 국민 신뢰 잃게 되는 일이 있다면 강력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남 원장 해임은 없다는 의미와 다름 아니다.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혹시나 박 대통령의 중대 결단이 나올까 기대하던 상당수 국민들은 ‘209자(띄어쓰기 포함)’에 불과했던 대통령의 국정원 관련 언급에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몇몇 시민단체가 검찰 수사 결과가 부실하다며 남 원장 등을 고발하고 여권에서조차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게임은 끝난 모양새다.

적(敵)이 아닌 아군인 국정원장을 끌어 내리려는 움직임이 지속적인 건 남재준 원장의 원죄 탓이다. 자의(自意)든 아니든 정치의 한 복판에 서길 주저하지 않았다. 2007년에 있었던 남북정상회담 대회록 공개부터 심상찮았다. 대선 관련 국정원 여직원 댓글사건과 선거 개입의혹, 이번 간첩사건 증거조작은 국가기밀누설, 사법체계 농락이라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온 흔적이다.

그는 사과를 하면서도 낡은 수사관행을 뜯어고칠 태스크포스를 운영하고, 대공수사능력을 한층 강화하겠다고 했다. 야전(野戰)에서 잔뼈가 굵고 육군참모총장까지 지낸 강골 군인으로서의 마지막 자존심이 읽힌다. 어차피 최고권력자의 재신임 결정이 내려졌으니, 가타부타한들 의미없는 외침인 게 현실이다.

중요한 건 국정원은 엄한 사람도 잡아 넣기 위해 증거도 조작할 수 있는 조직이라는 잔상이 어떤 개혁을 한다고 해도 국민 뇌리에 두고두고 남을 것이란 점이다. 더 무서운 건 국정원이 열연한 블랙코미디의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을 다 지켜봤을 북한이 미소짓고 있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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