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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스포츠 칼럼 - 박영상> 빈볼(BEAN BALL)과 야구경기
프로야구가 7개월 동안의 장정을 시작했다. 개막 하자마자 9개팀이 공동 1위를 차지하는 등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2주쯤 지나면서부터 상위권 지형이 형성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새로 단장한 경기장들엔 경기마다 많은 관중들이 몰려들어 금년 프로야구의 열기가 어떨지를 예고하고 있다.

올해 프로야구는 경기 질을 향상시키고 신속하고 공정한 게임을 위해 몇 가지가 달라진다. 우선 외국인 선수의 숫자가 늘어난다. 투수 2명 외에 1명을 더 등록하도록 했다. 늘어지기만 했던 투수 교체 시간도 2분 45초를 넘지 않도록 했다. 그 외에 보크 규칙을 강화하거나 아시안게임 등으로 촉박해 질지 모르는 경기 일정을 감안하여 월요일에도 경기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한 것 등이다.

하지만 눈을 끄는 것은 사구(死球, bean ball) 규정을 강화한 점이다. 투수가 타자의 머리 쪽으로 직구를 던질 경우 1차는 경고, 2차는 퇴장시키도록 한 점이다. 작년까지는 심판의 재량으로 빈볼의 위험 정도를 판별했지만 금년부터는 2차는 에누리 없이 퇴장시킨다는 것이다. 타자의 안전을 고려한 때문이다.

빈볼은 투수가 의도적으로 타자를 향해 던진 볼을 뜻하고 특히 어깨 위로 머리를 겨냥한 것을 말한다. 빈볼은 처음 투수가 타자를 위협하는 수단으로 쓰여 졌지만 1920년대 처음으로 메이저 리그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후 규제가 강화되어 왔다. 고의성이나 의도성에 대한 판단은 심판에게 일임했었다. 하지만 이를 명쾌하게 가린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빈볼에 대한 규제 강화에 대해서 찬반이 엇갈린다. 기본적으로 선수에게 치명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자제하고 규제해야 한다는 데는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지나친 규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스포츠에서 다소의 ‘폭력성’이 허용될 때 역동성이나 긴박감이 생긴다는 것이다. 미식축구에서 태클이나 아이스하키의 격렬한 몸싸움은 경기의 일부이고 그 종목의 특색을 나타내는 것으로 인정되어 웬만한 ‘폭력’은 용인된다는 점을 내 세우고 있다. 마찬가지로 ‘있음직한’ 빈볼도 야구를 보는 재미중 하나이기 때문에 지나친 규제는 야구에서 ‘마쵸‘의 맛을 보는 재미를 앗아간다고 반대하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다.

지난8일 기아와 넥센 경기에서 빈볼 시비로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졌다. 이번엔 머리가 아닌 몸을 겨냥한 것인데 이는 점수 차가 크게 벌어졌는데도 도루를 한 것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보인다. 야구 불문율에(unwritten rule)은 크게 리드한 팀은 작은 작전을 펴지 않는다고 되어 있다. 넥센은 이 관습이나 관행을 깬 기아에 경고를 보낸 것으로 생각된다.

스포츠 경기는 엄격한 규칙에 의해서 진행된다. 그러나 규칙이 정하지 않은 사각지대나 규칙을 반대로 이용할 경우 재미를 더 할 수도 있다. 농구에서 벌칙인 파울을 압박수비의 수단으로 쓰거나 축구, 미식축구, 아이스하키 등에서 특정 선수를 집중 마크하기 위한 몸싸움을 모른 척 하는 것은 우락부락한 스포츠의 맛을 보태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구의 빈볼, 특히 머리를 향한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치명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뜻에서 빈볼 규제 강화는 잘한 결정이다.

박영상 한양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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