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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시장인식부터 잘못…가계 빚 77%가 집 대출’
- “의도적인 집값 끌어올리기 대신 실질적인 주거안정성 높여야”
- “세입자 위한 ‘임대차존속기간’도 4년으로 늘릴 필요”

[헤럴드경제 = 윤현종 기자] ‘4.1대책을 내놓은 정부의 시장인식에 의문이 생긴다. 집 살수록 빚만 는다. 매맷값 오르고 거래량 늘었다는 단순한 데이터로 서민 주거안정성이 높아졌다 할 수 있나…돌보지 못한 사각지대도 상당하다’

변창흠 한국도시연구소장(세종대 행정학과 교수)이 박근혜 정부의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4.1대책)’에 쓴 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부담 될 정도로 빚을 내 집을 사진 않았는지 봐야 한다. 그게 진짜 주거안정성이 높아졌는지 보는 방법”이라고 진단했다. 일련의 전월세대책 등 세입자를 위한 조치들 또한 ‘진짜 목표대상은 배제당한 대책’이라고 꼬집었다.

변창흠 한국도시연구소장(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 4.1대책 발표 1년이 지난 최근, 박근혜 정부는 집값을 회복하고 거래량을 늘려 시장을 정상화했다고 평가했다

“전 정부를 보자. 이명박정부 초기엔 강한 부양책 빼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주택시장 부실로 위기에 빠진 미국ㆍ일본의 상황을 목격했다. 우리 외환위기(1997∼1998년)당시 경험도 있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엔 달랐다. 작년 초 주택시장은 오히려 하향 안정세였다. 부동산 때문에 국가경제에 심각한 위기가 온 것도 아니었다. 시장을 2006∼2007년 가격고점ㆍ거래활황기와 비교하면 안 된다. 사실상 투기(자)열풍이 불던 그때가 비정상이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양도소득세 중과제 폐지ㆍ취득세 영구감면ㆍ전매제한 해제ㆍ민간임대사업자 육성 등 일련의 주택매수촉진책을 이어갔다. 한국 주택시장 구조에서 매매→ 자가보유 유도는 집값 상승을 전제하거나 견인할 수 밖에 없다. 겉으론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거래활성화 시기에 가격이 안 오른 적은 없었다. 거시적으로 볼 때 현 정부는 전 정부의 강력한 부양책을 답습하고 있는 꼴이다.”


▶ 막대한 가계부채가 현 주택거래 상황을 견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 의견이 있다

“동의한다. 절대다수가 주택담보대출로 집을 산다. 문제는 한국 주택담보대출 80%정도가 이자만 먼저 내는 형태라는 것이다. 또 이자액 대부분은 변동금리로 매겨진다. 다수가 집을 살 수록 상환액 없이 빚만 느는 이유다.

실제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4년 3월중 금융시장동향’에 따르면 3월 은행 가계대출잔액 총 480조6000억원은 작년 12월말 당시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국은행은 “아파트거래량 증가로 주택담보대출이 소폭 늘었다”고 밝혔다. 모기지양도액(보금자리론 등)을 합친 이 잔액은 372조7000억원으로 전체 가계 빚의 77.5%다.

이렇게 해서 거래량 회복된 지표를 보고 서민 주거안정성이 높아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빚 부담 능력을 가진 사람이 집을 살 수 있도록 어떻게 유도했는지를 봐야 진짜 주거가 안정되고 주택문제를 해결했는지 볼 수 있다. 소득에서 원리금을 갚고도 정상적인 가계지출이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결국 소비활성화(경기순환)에도 도움 안 된다.

현재 부동산 비중이 높은 가계 빚 때문에 소비회복이 더뎌진다는 분석도 줄을 잇고 있다.”

▶ 4.1대책 이후의 세입자 위한 조치 중 대표적인 게 ‘서민ㆍ중산층 주거안정을 위한 전월세대책(8.28 대책)’과 ‘서민ㆍ중산층 주거안정을 위한 임대차시장 선진화방안’ 이었다

“매매거래가 활성화 하는 동안 전세가 떨어진 적은 거의 없었다. 그간 전셋값 상승(또는 전세난)이 문제되지 않은 건 워낙 매매시장에 상대적으로 불이 붙다보니 여론의 관심이 낮아서였다.

박근혜 대통령도 그래서 8.28대책 이전엔 “세입자 위해 예측 가능한 정책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었다. 그런데 한편으론 (4.1대책 이후) 매매거래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단 이유로 공유형 모기지 등 ‘집 매수책’으로 변질된 전월세 대책이 나왔다. 그러나 전세는 더 오르기만 했다. 결국 2.26방안이 나왔다. 공공임대공급 및 세입자 지원책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

그런데 월세 세입자에 10% 세액공제 해주겠다며 수혜층을 소득 연 5000만원에서 7000만원까지 높였다. 사실상 소득 9분위(중ㆍ고소득층)까지 지원폭을 넓혔다. 하지만 면세점 이하 과세미달자, 즉 세액공제 자체를 못 받는 516만명 중 대부분이 연 소득 2000만원 이하 저소득층이다.

동시에 이들은 현재 월세화가 빨라지면서 어려움을 겪는 두 부류와 겹칠 가능성이 크다. 하나는 전세금 추가부담이 너무 힘든 계층이다. 또 하나는 월세화 진행으로 떠밀리듯 월세를 갈아타는 이들이다. 정책의 대상이 돼야 할 사람들이다. 저소득층을 위한 배려로 사실상 유일한 게 주거급여인데, 이 또한 기초생활수급대상자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결국 주거급여 대상자도 아니면서 월세를 살 수밖에 없는 이들에겐 아무런 혜택도 돌아가지 못하는 게 월세 세액공제조치다.”


▶ 월세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월세거래량이 크게 늘었다. 전반적인 월세가격지수는 내리막이다. 하지만 서울의, 그것도 청년층이 주로 모이는 대학가나 교통 편한 원룸밀집지 등 개별지역 월세는 오히려 올랐다

“월세가격수준이 전체적으로 내리는걸 보는 대신 계층별로 부담하는월세 수준이 얼마나 되는지를 봐야한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의 10억원짜리 아파트 월세는 전세→ 월세 전환율을 5%만 잡아도 집세가 월 400만원 꼴이다.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이들은 연 소득이 2억원쯤 돼야 한다. 들어올 세입자는 극소수다. 집주인은 적당한 임자를 기다리거나 월세를 내린다.

그러나 저소득층이나 청년층을 주 대상으로 임대하는 다가구ㆍ원룸 밀집지는 사정이 다르다. 이곳 월세는 잘 안 떨어진다. 수요가 몰리다 보니 기존 노후주택들을 개축하거나 도시형생활주택 등으로 신축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새 월셋집이 많아지다보니 가격수준도 조금씩 올라간다.

가장 타격이 큰 건 저소득층이다. 특히 소득 1ㆍ2분위 청년층은 생활에서 주거비 비중이 50%에 육박한다. 소득보다 지출이 훨씬 늘어나고 있다.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이다.”

▶ 현 정부의 주택정책은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보나

“먼저 주택시장의 현 상황을 판단해 보자. 공급문제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수도권 택지개발지구에서 나올 대기물량(50만호 가량)과 서울 재건축ㆍ재개발지역 1300군데에서 나올 물량, 기타 수도권 재개발지구 등에서 집중적으로 공급될 주택을 추산하면 100만~200만호 정도가 추가공급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집값이 급락할 상황도 아니다. 즉, 인위적으로 가격을 끌어올릴 필요가 없는 상태란 의미다. 정부가 집값을 의도적으로 올리지만 않아도 가격은 자연 수준에서 안착할 것이다. 사실상 2007년 시장이 내리막을 타면서 집값은 안착해 왔다.

따라서 현재 상황은 ‘신(新)정상 (New normal)’이다. 가격상승이 제한되고 거래가 2000년대 중반보다 훨씬 줄어든 상태다. 왜 사람들이 자꾸 집을 옮겨다녀야 하나. 한 군데 오래 살아야 정상 아닌가. 2005∼2007년 집 사기 광풍이 일던 ‘화려한 시절’과 비교해 시장이 죽었다고 판단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거래가 죽은 게 아니라 오히려 주거 안정성이 자연스레 형성되고 있는 상태로도 볼 수 있다. 정부는 현재의 주거안정성을 더 높이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

결국 자기 집에서 임대료상승이나 집값상승 부담 없이 계속 살 수 있게 해주는 것. 그게 정책의 목표가 돼야 한다. ‘무리해서라도 집 사라’가 목표가 돼선 안 된다. 내집마련을 하려면 소득을 상환가능한 범위 내에서만 빚을 내 집을 사게 해야 한다. 세입자에겐 임대료가 급격히 오르는 상황을 막아줘야 한다. 결국은 부담 가능한 수준으로 집값이 떨어져야 한다.

특히 세입자 지원과 관련, 정부는 ‘임대차 존속보호’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세입자가 임대료 인상을 예측 가능케 하고 한 집에서 오랫동안 살 수 있게 해 줘야 한다. 지금은 둘 다 안 되고 있다.

현행 임대주택의 임대료 상승률은 모두 5%로 제한돼 있다. 그런데 적용기간이 2년 뿐이다. 기본 계약기간이 2년이라서다. 이걸 최소 4년정도로 늘려줘야 한다. 세입자에게 계약갱신청구권도 부여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더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행복주택처럼 대규모 건설도 좋다. 하지만 기존 시가지 내에서 소규모 주택을 묶어 리모델링한 뒤 공공임대로 공급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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