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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 에이미, 5년 전엔 “힘들 땐 구석에서 혼자 울어요”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방송인 에이미(32ㆍ이윤지)는 여전히 ‘트러블메이커’로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뒤늦게 에이미를 처음 만났던 당시를 떠올려봤습니다.

에이미와의 첫 만남은 2009년 봄이었습니다. 2008년 6월 방송됐던 케이블 채널 ‘악녀일기 시즌3’이 프로그램 사상 역대 최고 시청률로 막을 내린 뒤 새로운 멤버들로 시즌4를 시작했습니다. 스타덤에 올랐던 에이미가 출연한 방송만큼 폭발적인 화제는 아니었죠. 당시 올리브 채널은 시즌3의 두 주인공이었던 에이미와 바니를 다시 소환했습니다. ‘악녀일기 리턴즈’와 ‘악녀일기 시즌5’를 통해서였죠.

프로그램의 방송에 앞서 두 사람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벌써 5년 전이었던 2009년 3월, 에이미와 바니를 만났습니다. 


그 때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해보겠습니다. 대표적인 일반인 예능프로그램이었던 ‘악녀일기3’에선 홍보자료를 보낼 때마다 빠지지 않았던 문장이 있었습니다. 에이미에 대한 소개입니다.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상위 1%의 악녀로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베이비 페이스에 현재 한남동에 위치한 120평대 호화주택에 거주 중이며 개인 소유 차량도 2대나 가지고 있다. 또 스니커즈 마니아로 신상품이 나올 때마다 장만해 현재 가지고 있는 스니커즈만 해도 200여 켤레가 넘는다.”

평범한 일반인을 유명인으로 만들기에 이 만한 노이즈 마케팅이 없었습니다. 방송 이후 에이미는 화제가 됐습니다. 집 안 곳곳 설치된 관찰카메라 안에 잡힌 에이미의 생활은 채널의 타깃층이었던 2034 여성들의 호기심을 사기에 충분했습니다. 뒤늦게 일어나 브런치를 즐기고, 피부관리와 운동으로 채워지는 일상은 부유층의 하루를 엿볼 수 있어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에이미의 사생활과 가족관계도 관심의 대상이었죠. 방송에서 공개한 연예인 전 남자친구 이야기를 시작으로 방송마다 공개했던 이병헌은 ‘친오빠 같은 사람’, 휘성은 ‘소울메이트’라는 화려한 인맥도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죠. ‘꽃보다 남자’를 만든 제작사 그룹에이트의 송병준 대표는 그의 외삼촌이기도 하죠.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의 삶, 빼어나게 예쁜 ‘넘사벽’ 외모이기 보단 옆집 친구같은 평범하고 귀여운 외모의 주인공들이었기에 호감도 높았습니다. 하지만 논란도 있었습니다. 과장된 콘셉트에 관점에 따라 무개념 생활방식으로 비치는 그들의 삶을 다루는 방송은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비판도 따라왔습니다.

그래도 화제성 만큼은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방송 이후 에이미는 인기 아이돌스타와 연애도 시작했고, 그의 삶 전반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패션화보의 주인공이 됐고, 방송을 통해 종종 얼굴을 비추기 시작했죠.

인터뷰를 위해 이들을 만나고 두 번 놀랐습니다. 너무도 수수하고 평범했던 옷차림은 상위1%는 커녕 평범한 여대생 같았다는 점, 생각보다 순수한 사람들이었다는 점입니다.

두 사람은 당시만 해도 스스로 연예인이라거나 방송인이라는 인지가 없었다고 생각됩니다. 최고 시청률을 찍은 프로그램에 대한 자부심은 있었지만, 그게 그들이 삶을 뒤흔들만한 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에이미는 당시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많이 알아보니까 신기하다. 예전보다 싸이 방문자 수가 많아졌다. 전에는 150명 정도 오면 지금은 만 오천명 정도가 온다. 또 찜질방에 가니 아중마들이 아래 위로 쳐다본다. ”‘악녀일기’ 나오셨죠“하고 물으면서 쳐다보는데 어떻게 가리고 있어야 하는지 몰라 당혹스럽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당돌하고 개념없는 친구들이 아닐까 편견도 가졌지만, 그저 잘 웃고 발랄한 20대 친구들이었죠.

그 날 이후 에이미는 ‘악녀일기’의 연장인 두 편의 프로그램을 마쳤고, 방송인으로 본격적인 길을 접어들게 됐습니다. 하지만 대중의 관심은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케이블 채널의 소위 말하는 ‘떼토크’ 프로그램에 출연해 여전히 자신의 사생활을 무기 삼아 방송했지만, 관심은 시들했습니다. 이미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넘쳐났고 에이미는 너무 많이 소비된 방송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슈로 얻어진 유명세로 험난한 방송가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당연히 쉽지 않았습니다. 간간히 비치는 토크 프로그램에서도 에이미가 보여주는 것은 과거 그를 따라왔던 상위 1%의 타이틀과 전 남자친구 이야기, 화려한 인맥이 주를 이뤘죠. 그가 방송인을 직업으로 삼아 자신의 인생을 설계해보겠다는 생각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대중에게 에이미는 노력하지 않는 방송인으로 비칠 수 있었으리라는 생각도 듭니다.

다만 당시의 인터뷰를 떠올리며 들었던 생각은 연예계에 몸 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면이었습니다. 누가 봐도 명실상부 톱스타로 자리한 연예인들도 종종 그런 이야기를 합니다. “작품을 하지 않으면 대중에게서 멀어지고, 그들에게서 잊혀질까 두렵다”고요. 대중의 관심을 떠나보낸 에이미의 현재만 놓고 보자면 ‘추락’에 가까운 상황입니다. 준비없이 뛰어든 연예계의 삶과 갑작스러운 인기, 방송인으로 살기엔 이미 소모된 이미지가 에이미에겐 어떤 상실감을 주었을까요.

에이미가 ‘악녀일기3’ 때보다 더 큰 화제를 모은 사건은 지난해 발생했습니다. 프로포폴 상습 투약 혐의로 기소돼 징역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이후 올초엔 이른바 ‘해결사(?) 검사’ 사건이라는 파란만장한 로맨스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습니다. 최근에는 또 다시 향정신성의약품 졸피뎀을 투약ㆍ복용한 혐의(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로 불구속 입건됐습니다. 지난해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기소돼 보호관찰소에서 한 달간 약물치료 강의를 받고 있을 당시 만난 A(36ㆍ여) 씨로부터 4차례에 걸쳐 졸피뎀 수십 정을 받아 이 중 일부를 복용한 혐의입니다.

연예계 관계자들은 개인의 행동에 대한 잘잘못을 가리기에 앞서 연예계라는 공간의 특수성도 존재한다고 이야기합니다.

“한 번 얻은 인기는 중독성이 강한 만큼 올라간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으려는 심리가 발동한다. 하지만 추락하는 것도 한 순간이다. 그게 불미스러운 사건이 될 수도 있지만 노력없이 얻어진 자리는 쉽게 잃기 마련인데, 그럴 경우 많은 연예인들은 상실감에 빠지고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워낙에 고독하고 외로운 직종이라 친한 친구도 없고 힘든 일을 공유하거나 상담을 나눌 대상도 없는 경우가 많다. 연예인들이 마약류에 손을 대는 경우도 나온다”고 말입니다.

에이미가 만들어낸 일련의 사건들은 이미 법과 도덕이 판단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그릇된 행동을 판단하는 것도 모두 각자의 몫입니다. 다만 지난 5년간 연예인 아닌 연예인으로 살아온 에이미의 환경을 떠올려보게 됐습니다. 5년 전 인터뷰에서 에이미에 대해 바니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언니(에이미)는 도움을 너무 안 받아요. 가까운 사람에게 의지할 수도 있는데 그런 면이 전혀 없어요. 힘든 일이 있을 때도 구석에 숨어서 혼자 울고 있어요.”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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