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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 부동산 훈풍에도 헌 아파트 안 팔리는 이유는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요즘 아파트 분양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바짝 움추려 들었던 아파트 분양 시장이 최근 부동산 훈풍을 업고 본격적인 분양 일정에 돌입하고 있습니다.

올해 분양되는 아파트는 26만1000여 가구로 2000년대 들어 최대 물량입니다(닥터아파트 통계). 지난해 19만6000여가구와 비교하면 7만 가구나 많습니다.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 이상으로 뜨거운 분위기입니다. 청약 1순위에서 마감되는 단지가 수두룩합니다. 1순위 마감이 아니면 3순위에서 높은 청약률을 보여 결국 순위 내 마감되고 맙니다.

서울의 아파트 밀집촌 전경

이렇게 최근 새 아파트의 인기는 하늘을 찌릅니다. 반면 오래된 아파트의 인기 곡선은 급강하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런 현상이 바람직한 모습일까요.

부동산 시장이 뜨겁다는데 주변에는 여전히 부동산 푸어들이 허다합니다. “새 아파트를 계약했는데 지금 살던 집이 안 팔려서 고민”이라는 얘기는 이제 어딜 가도 들을 수 있는 상투적인 푸념이 되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된 걸까요.

첫째, 헌 아파트의 호가가 많이 올랐기 때문입니다. L씨는 3억원에 산 아파트가 한때 5억5000만원까지 갔다가 4억5000만원으로 내려오자 4억5000만원에 물건을 팔려고 합니다. 매수자 T씨는 3억 하던 아파트를 3억5000만원이면 사겠는데 4억5000만원까지 주기는 부담스럽다며 그럴 바엔 3억5000만원에 전세계약서를 써 버립니다. 헌 아파트 매매는 안 되면서 전세가는 오르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둘째, 새 아파트의 분양가가 많이 내렸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시세가 4억5000만원이면 새 아파트 프리미엄을 얹어 4억6000만~7000만원 선에 분양했다면 요즘은 4억3000만~4000만원 선에 분양합니다. 매수자 T씨는 헌 아파트를 4억5000만원에 살 바에야 새 아파트를 4억3000만원에 분양받는게 훨씬 이익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셋째, 각종 첨단 설계기법이 적용된 새 아파트가 헌 아파트의 비교 대상이 되기를 거부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발달하고 주택관련 법제가 상당 부분 개선되면서 기존에는 없던 혁신적인 아파트가 계속 출현하고 있습니다.

발코니 확장이 가능해지면서 날이 갈수록 발코니 확장 설계기술이 발달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견본주택 방문객들이 “우와”하고 탄성을 지르는 장면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건설사들이 다른 아파트의 장점을 취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반영하면서 이른바 특화설계로 인한 혁신평면이 매번 나타나고 있습니다.

아울러 1층 분양 가구에 지하층을 덤으로 분양할 수 있도록 법제가 개편되면서 1층과 지하층을 함께 활용할 수 있는 설계도 올해부터 다양하게 선보일 예정입니다.

또 새 아파트 곳곳의 디테일이 주부들을 감동시킵니다. 넓어진 각종 수납공간, 싱크대에 적용되는 절수페달, 세탁실의 간이싱크대, 자동 빨래건조기, 주방의 엄마 공간 맘스데스크 등 세심한 부분까지 고려한 설계는 헌 아파트를 더욱 퇴물로 만듭니다.

즉 옛날 아파트는 더 이상 새 아파트의 비교 대상이 되지 못하는 겁니다.

매수자 입장에서 계약 조건도 새 아파트가 훨씬 뛰어납니다. 새 아파트는 전체 분양가의 10%인 계약금만 내면 계약이 가능하고 잔금은 약 2년 후인 입주 때 치르면 됩니다. 조건이 좋은 곳은 중도금 무이자 대출 혜택도 받을 수 있습니다. 새 아파트의 경우 대부분 각종 호재를 업고 있는 경우가 많아 오를 거라는 기대감이 높습니다. 따라서 새 아파트 계약자는 목이 좋은 곳 아파트를 분양받았다가 전매제한 기간이 지난 뒤 프리미엄(웃돈)을 받고 팔아 수익을 실현하기도 용이합니다.

헌 아파트의 경우 계약금을 치르고 난 뒤 보통 약 한 달 안에 잔금을 모두 치러야 해 단기간에 목돈이 필요합니다. 새 아파트와 비교해 헌 아파트의 단점이 한둘이 아닌 겁니다.

이런 상황은 우리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거라는 전망이 다수를 이룹니다. 새 아파트는 물론이고 헌 아파트가 팔리기 시작해야 시장의 바닥까지 온기가 돌게 된다는 겁니다.

따라서 헌 아파트를 쉽게 팔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적 보완이 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지금 정부의 주택정책은 대부분 신규분양 아파트가 잘 팔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 많아 앞으로는 헌 아파트가 잘 팔릴 수 있는 추가 조치가 따라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과연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헌 아파트를 살 때 새 아파트를 살 때처럼 계약금 납입 후 중도금 대출 및 분납이 가능하게 하면 어떨까요. 지금처럼 헌 아파트 살 때 걱정해야 하는 목돈 부담은 사라지지 않을까요. 헌 아파트를 요즘 나오는 새 아파트처럼 쉽게 리모델링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하면 헌 아파트 매매에 숨통이 트이지 않을까요.

부동산 보유자에 대한 과세를 줄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듯 합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방법이 있을 겁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정부가 헌 아파트 매매 활성화 방안에 얼마나 관심이 있느냐이겠지요?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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