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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칼럼 - 박영서> 카지노 전쟁…한국형 복합리조트가 승부수
중국인들은 자타가 공인할 정도로 유난히 도박을 즐기는 민족이다. 마작, 카드 등 도박 종류도 많고 열정도 뜨겁다. 일단 도박판이 벌어지면 며칠 밤을 지새우기가 다반사다. 마작을 하다 판돈이 떨어지면 마누라까지 거는 것이 예사라는 얘기는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중국인 특유의 도박 선호 기질은 싱가포르를 엄격한 도덕국가로 만들려했던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도 손을 들 정도였다. 그는 “다른 것은 다 할 수 있었건만 중국계 국민들에게 마작을 그만두게 할 수는 없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1949년 신중국이 성립되자 공산당 정권은 도박을 마약과 더불어 국가를 좀먹는 ‘악(惡)’으로 규정해 엄중하게 단속했다. 이후 도박은 심심풀이로 즐기는 게임이 됐으나 80년대 개혁·개방 바람이 불면서 중국의 역사만큼이나 강한 생존력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고속성장에 힘입어 경제적 여유가 커진 중국인들은 이제 세계의 도박장을 휩쓸고 있다. 세계 카지노의 주 고객은 중국 부자들이다. 하락세의 미국 라스베이거스 카지노를 살린 것도 그들이고, 중국 남부에서 가까운 마카오가 라스베이거스를 앞질러 번창하는 이유도 그들 때문이다.

마카오는 부유층 중국인 도박꾼들이 가장 몰리는 지역이다. 올 설 연휴기간(1월 31일~2월 6일) 마카오의 호텔은 거의 만실이었다. 마카오관광청(MGTO)에 따르면 이 기간 3~5성 급 호텔의 객실 가동률은 94.4%에 달했다.

그들이 마카오 카지노의 ‘큰손’이 되면서 지난해 마카오의 카지노 매출은 우리 돈으로 47조3000억원에 달했다. 대만, 일본,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도 카지노 관광산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북한 나선특구에도 중국 고객이 대다수인 외국인 카지노가 성업 중이다.

한국도 중국인을 노리는 아시아 ‘카지노 전쟁’의 대열에 끼어들었다. 지난달 경제자유구역인 인천 영종도에 외국기업의 카지노 사업을 허용한 것이다. 그렇다고 카지노 사업에 장밋빛 기대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한국의 카지노가 중국 시장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만일 중국 정부가 해외도박에 대한 법적 처벌을 강화한다면 한국의 카지노 시장이 입을 타격은 상당하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자국민의 원정 도박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또한 영종도가 마카오의 경쟁 상대가 된다고 판단한다면 중국 정부가 모종의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중국 정부뿐만 아니다. 아시아 각국이 격렬한 ‘요우커(遊客ㆍ중국인 관광객) 쟁탈전’을 벌일 것이고, 중국인 유치에서 한국이 뒤처질 공산은 그만큼 커지게 된다. 영종도에 카지노를 마련해 놓으면 중국인이 흔쾌히 찾아올 것이란 기대는 환상이다. 카지노에 치중하지 말고 도박과 관광이 어우러지고 중국인의 편의까지 배려한 ‘한국형 복합리조트’를 만들어 놓아야 한다. 장기적이고 치밀한 계획과 안목으로 중국인 수요를 계속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한다면 카지노 전쟁의 최후 승자는 한국이 될 수 있다. 

박영서 베이징 특파원 py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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