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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돈’? 스포츠계 파란 불러일으킨 신흥 부호 구단주의 힘
[헤럴드경제=도현정ㆍ정태란 기자]#1. 지난 26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3골을 뽑아내며 완승을 거둔 맨체스터 시티는 구단 공식 홈페이지와 SNS에 ‘맨체스터 이즈 블루(Manchester is Blue)’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맨시티의 상징색인 푸른색이 유나이티드의 상징색 붉은색을 밀어내고 맨체스터를 대표하게 됐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올 시즌 맨유를 상대로 전승을 거둔 맨시티는 맨유와의 승점 차를 15점으로 벌렸다. 이 같은 맨시티의 위상은 5~6년여 전만 해도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2. 골을 무효로 만든 심판의 편파판정 등 숱한 잡음이 있었지만, 광저우 에버그란데 FC는 여전히 높은 확률로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우승을 향해 달리고 있다. 광저우는 지난해 ACL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매번 한국 축구에 패해 ‘공한증’이란 말까지 나왔던 중국 축구의 체질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한 장면이다. 이 같은 체질 변화에는 ‘중국 기부왕’의 통 큰 투자가 있었다.

맨시티나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변화의 원인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신흥 부호 구단주가 있었다. 맨시티가 맨유를 위협할 정도로 급성장 하게 된 데에는 2008년 맞은 새 구단주 셰이크 만수르 빈 자이드 빈 술탄 알나하얀(44ㆍ이하 셰이크 만수르)가 결정적인 계기였다. 전임 구단주였던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로부터 한화 3700억원 상당의 가격으로 맨시티를 매입한 셰이크 만수르는 “진정한 부(富)가 뭔지 보여주겠다”는 말로 자신의 포부를 대신했다. 아랍에미리트 공화국 대통령의 동생이자 부수상인 그가 맨시티를 인수하자 언론은 일제히 “로만 아브라모비치(첼시FC 구단주)보다 돈을 더 쓸 것”이라며 세간의 호기심을 부추겼다.

셰이크 만수르는 구단을 매입하자 마자 한화 1조2500억원 상당을 들여 야야 투레, 다비드 실바 등 세계 톱 클래스의 선수들을 줄줄이 영입했다.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부어 경기장 보수 공사도 했고, 보조경기장도 지었다. 선수들에게 고급차인 재규어 신모델을 선물하기도 했다.

투자가 과해서인지 맨시티가 적자를 본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호사가들은 적자도 구단주의 한 달 용돈이면 채울 수 있을 것이라는 농담을 하곤 한다. 국제석유투자회사 등을 이끌고 있는 셰이크 만수르의 개인 자산은 325억달러 상당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같은 투자에 힘입어서인지, 맨시티는 2011-2012 시즌에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도 막강한 화력을 앞세우며 리그 우승을 향해 달리고 있다.

광저우 에버그란데 FC 역시 새 구단주를 만난 이후 특급 선수들을 ‘쓸어담고’ 있다. 광저우의 구단주는 중국의 부동산 재벌인 쉬자인(許家印) 헝다(恒大)그룹 회장이다.

광저우FC는 1993년 설립 이후 정부와 태양신그룹이 함께 관리했던 형태였으나, 2010년 헝다 그룹이 구단을 매입한 이후 그 위상이나 구단 운영 방식이 현저히 달라졌다. 광저우는 세계적인 명장 마르첼로 리피를 감독으로 임명했고, 브라질 출신 엘케손과 무리퀴, 아르헨티나의 콘카 등 ‘남미 트리오’를 줄줄이 영입했다. 이들을 영입하는데 쓴 돈만 해도 200억원 이상으로 전해진다. 지난달에는 이탈리아의 국가대표 미드필더 알렉산드로 디아만티까지 불러들였다. 톱 클래스 선수들을 모아놓으니 성적이 따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쉬자인 회장은 신흥 부호이긴 하나, 자수성가형 부자다. 그는 중국에서도 척박하기로 유명한 허난성(河南省) 저우커우시(周口市) 타이캉현(太康县) 출신이다. 각고의 노력 끝에 지난해 351억5000만 위안(중국 경제 월간지 신차이푸(新財富) 기준)이란 부를 일군 그는 다양한 스포츠에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다. 광저우FC 외에도 2009년 광둥 헝다 배구구단을 설립해, 중국 최고의 여자 배구구단으로 키워냈다.

그는 자신의 어려웠던 시절을 기억해, 기부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2012년에는 3억9000만 위안, 지난해에는 4억2000만 위안을 사회에 기부했다.

신흥 부호들이 과감한 투자로 스포츠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지만, 이에 대한 시선이 고운 것 만은 아니다. ‘돈의 힘’을 앞세워 독단적인 구단 운영을 하는 데에 부정적인 시선도 쏟아지고 있다.

최근 가장 화제를 불러모으고 있는 스포츠 구단주는 누가 뭐래도 빈센트 탄(62)이다. 골프, 리조트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통해 말레이시아를 대표하는 거부가 된 빈센트 탄 버자야 그룹 회장은 2500만 유로에 영국 프리미어리그 소속 카디프시티 FC를 매입한 이후 구단, 팬들과 반목을 거듭해왔다.

아시아 마케팅을 하겠다며 팀의 오랜 상징이었던 블루버드 엠블렘을 빨간 용으로 바꾸고, 팬들의 신임이 두터운 말키 맥케이 감독을 해임하는 등 독단적인 행동을 해왔기 때문이다. 카디프시티 팬들은 경기가 열릴때마다 탄 구단주 반대 시위를 하고, 탄은 이에 대해 “팬들이 자신에게 사과해야 할 것”이라며 받아치는 등의 불협화음이 계속되고 있다.

신흥 부호들의 스포츠계 진출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을 두고 다른 해석도 나오고 있다. 보수적으로 구단을 운영해왔던 기존 구단주들이 신흥 부호들의 파격적인 구단 운영에 부담을 느껴, 이를 싫어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셰이크 만수르도 리버풀이나 아스날 같은 명문 구단을 사고 싶어 했으나, 프리미어리그 구단주들이 거대 외국자본이 들어오는데 거부감을 보여 맨시티로 눈을 돌렸다는 후문도 있다.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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