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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 시장 덮치는 차이나머니
[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국내 자본시장에서 ‘차이나파워’가 거세다. 중국 기업들이 국내시장에서 보폭을 넓히면서 차이나머니(중국계 투자자금)가 큰 손으로 떠올랐다. 중국 기업들은 국내 IT와 의류업계에서 경쟁력있는 한국 기업을 인수합병하거나 중소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중국인의 국내 주식·채권 투자액은 최근 몇년새 부쩍 늘어 21조원에 육박한다. 국내에 상륙한 중국 금융기업들은 막대한 자금을 굴려 이윤을 거두는 동시에 국내 은행과 보험사 인수를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

▶韓 기업 사들이는 차이나머니=CJ E&M은 글로벌 게임기업인 중국 텐센트가 자회사 CJ게임즈에 5억달러(약 5330억원)를 투자한다고 26일 밝혔다. CJ E&M은 게임사업부문인 넷마블을 물적 분할해 CJ게임즈와 통합, 게임 통합 법인을 출범시킨다. 텐센트는 통합법인으로 출범할 CJ넷마블의 3대 주주로 등극하게 된다. 


한때 한국온라인게임을 공급받아 서비스하던 텐센트는 시가총액 125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최대게임사로 성장했다. 텐센트의 기업가치는 국내 1~2위 게임업체 인 넥슨과 엔씨소프트를 몇십개 사고도 남을 정도다.

텐센트는 최근 몇년새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국내 중소형 게임사 지분을 속속 사들였다. 텐센트는 이미 2012년 카카오에 720억원을 투자해 수십억원대 차익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지난해 NSE엔터테인먼트(40억원), 리로디드스튜디오(55억원), 레드덕(15억원), 탑픽(20억2000만원) 등에 줄줄이 투자했다. 앞서 중국의 샨다도 국내 게임업체 액토즈소프트를 558억원에 지분 40%를 인수한 뒤 추가 매입해 100% 자회사로 편입한 바 있다.

의류업계 사정도 비슷하다. 막대한 자본과 거대한 유통망을 갖고 있지만 디자인과 상품기획력이 부족한 중국 기업들이 한국브랜드를 속속 인수하고 있다. 2012년 12월 중국 디샹그룹이 ‘BNX’ ‘카이아크만’을 판매하는 아비스타의 최대주주가 됐다. 그해 11월에는 더신화의 ‘인터크루’ 캐주얼 브랜드가 중국 안나실업에 넘어갔다. 2013년에는 ‘블루독’ 등을 운영하는 서양네트웍스는 홍콩의 리앤드펑 그룹에 매각됐다. 


중국 기업들은 한국 금융계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매각에도 중국국부펀드가 적극 참여한 바 있다. 자기자본 비율 세계 1위인 중국 공상은행도 우리은행 매각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중국의 대기업 푸싱그룹은 LIG손해보험 인수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중국계는 아니지만 대만 위안다(元大) 증권이 동양증권을 인수하면서, 대만계의 한국 금융시장 진출을 알렸다.

▶차이나머니 21조 육박=국내에 유입되는 차이나머니는 급팽창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2월말 현재 중국 투자자의 한국 주식과 채권 보유잔액은 각각 8조2900억원, 12조690억원이다.

2011년말(주식 4조360억원, 채권 10조2300억원)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전체 외국인 투자액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주식은 2009년 0.5%에서 올 2월말 현재 1.9%로, 채권은 3.3%에서 12.9%로 부쩍 커졌다.

증시전문가들은 시장지배력을 확보한 텐센트와 알리바바, 바이두 등 중국 IT기업들의 움직임이 국내 기업들의 주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자본유입이나 글로벌 협업이 시장을 키우는데 긍정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거대한 내수시장을 가진 중국에 진출하려는 국내 기업들에 호재라는 이유에서다.

반면 중국의 거대자본이 국내 산업을 좌우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기획능력과 아이디어, 기술이 유출돼 산업 근간이 흔들릴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중국자금 유입 증가는 외국인 투자자금 다각화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국내 산업의 경쟁력 약화나 급격한 자금유출과 같은 부작용 등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도경기자/k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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