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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칼럼 - 박영서> 中 인터넷 금융혁명…韓 불안한 금융산업
[베이징=박영서 특파원]지금 중국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는 인터넷기업들이 은행의 세력권에 진출해 벌이고 있는 ‘인터넷 금융’이다. 노도와 같은 기세로 일고 있는 중국의 인터넷 금융혁명은 중국의 금융산업 지형을 바꾸면서 세계시장을 향해 진격하고 있다.

중국인들의 소비방식과 금융행위에 격변을 일으키고 있는 인터넷 금융의 두 가지 기둥은 ‘결제’와 ‘예금’이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阿里巴巴)의 온라인 지불결제 시스템인 ‘즈푸바오(支付寶·알리페이)는 이미 9억명 이상의 고객을 상대로 지급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구매자들은 결제대금을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淘寶)’와 연결된 즈푸바오 계좌에 넣어둔다. 구매자들은 배송이 정상적으로 완료된 것을 확인하면 즈푸바오 계좌를 통해 대금을 지급한다.

지난 한 해 즈푸바오의 결제건수는 125억건, 금액으로는 9000억위안(약 158조원)에 달할 정도로 이용이 급증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여세를 몰아 ‘위어바오(餘額寶)’라는 인터넷 금융상품을 출시했다. ‘즈푸바오’에 돈을 충전하고 쇼핑 후 남는 금액을 위어바오로 이체하면 이자를 얻을 수 있는 일종의 머니마켓펀드(MMF) 상품이다. 은행 금리(3%대)를 크게 웃도는 연 6% 이상의 수익률을 약속했다.

이 상품은 중국인들의 이재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있다. 출시된 지 불과 7개월여 만인 지난 연말 운용액이 2500억위안(약 45조원)으로 불어났다. 그 후 속도가 더 붙어 지금은 5000억위안(약 87조원)에 이를 정도로 놀라운 성적을 거두고 있다. 


위어바오 돌풍은 제2, 제3의 위어바오를 등장시키고 있다. 알리바바의 라이벌 인 텅쉰(騰訊)은 ‘차이푸퉁(財付通)’을, 중국의 검색 1위업체 바이두(百度)는 ‘바이파(百發)’라는 상품을 출시하며 위어바오 따라잡기에 나서고 있다.

중국인들은 주저없이 자신의 재산을 국영은행에서 알리바바와 텅쉰으로 옮겨 베팅을 하고 있다. 중국이 ‘전 국민의 재테크’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느낌이다.

은행이 아닌 비(非)금융회사들이 이러한 규모의 능력을 갖고 있는 나라는 중국 말고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잔인한 시장경쟁을 거쳐 살아남은 중국의 인터넷기업들은 중국 정부가 부르짖는 ‘촹신(創新ㆍ창조와 혁신)’을 발휘하면서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이 인터넷 금융의 최전선을 질주하고 있는 반면 한국의 금융산업에는 그늘이 짙다. 금융산업을 독자적인 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청사진도 없고 금융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도 없다.

금융의 IT화로 인해 금융서비스와 IT서비스 간의 차이는 없어지고 있는데 ‘촹쉰’은 없다. 게다가 ‘낙하산 인사’와 ‘관치’는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후발금융국인 중국이 한국을 뛰어넘어 아시아 금융시장의 주도권을 행사할 날이 머지않을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중국의 인터넷 금융과 대적할 수 있도록 한국에서도 금융혁신이 이뤄져야 한다.

중국 인터넷업체들의 ‘진화’가 주는 의미를 곱씹으며 잠에서 깨어나 새로운 금융 패러다임을 열어 나가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박영서 베이징 특파원 py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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