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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느끼한 남자? 존재감은 최고잖아요”
‘코믹 연기 종결자’ 이병준
이병준(50·사진)은 조연을 자주 맡는다. 짧은 시간에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선 평범하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 ‘앙큼한 돌싱녀’에서는 김규리의 아버지인 이정길의 집사로 나온다. 분량이 얼마 안 되지만 톡톡 튀는 연기를 선보인다. 제스처 하나하나도 신경을 많이 쓴다.

“처음에는 30년간 이정길을 보좌하며 모든 걸 해결하는 진중한 캐릭터라 생각하고 들어갔다. 그런데 코믹한 캐릭터가 됐다. 로맨틱 코미디다 보니 진중하면서도 코믹한 부분이 들어가게 된 것 같다.”

혹자는 이병준의 연기와 동작에 대해 느끼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얼마 전 끝난 ‘왕가네 식구들’에서 상대역인 이보희도 자신의 모습이 느끼하다고 했다고 한다.

“나에게 있는 코믹과 느끼함을 없애려고 하지는 않는다. 감독이 불러줄 때는 캐릭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배우는 거기에 맞춰야 한다. ‘종합병원’에서 독사 레지던트를 맡아 열연한 오욱철 선배님이 비슷한 역은 안 한다고 하다가 10년간 놀았다는 얘기를 들었다. 나는 ‘신데렐라맨’에서 남자 디자이너를, ‘공부의 신’에서 춤추는 영어선생을 각각 연기하면서 재미있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이병준은 ‘왕가네 식구들’에서도 특이한 시아버지상을 보여주었다. 그가 맡았던 최대세는 근엄한 기존 시아버지와도 크게 다르다.

“유아적인 면도 있고, 삐치기도 하는 시아버지, 아들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잘 결합돼 있는 캐릭터였다.”

그런 시아버지가 왜 며느리 이윤지(왕광박 역)를 괴롭혔는지가 궁금했다. 이병준은 “첫 장면에서 이윤지와의 악연으로 인해 ‘왕싸가지’라는 이미지가 생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가 전처인 오만정(이상숙)에게 크게 당했기 때문에 며느리가 아들을 얼마나 사랑하고 이해해줄 수 있는지가 중요한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최대세는 아들이 초등학교 때 이혼하고 재혼하라는 주위의 권유도 뿌리치고 혼자 살았기 때문에 아들에 대한 지나친 사랑이 ‘며느리 오디션’이라는 특이한 상황까지 만들었다는 것이다.

“며느리 오디션은 우리 배우들은 생각지도 못한 발상이다. 문영남 작가님이 오디션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이런 힌트를 얻으신 것 같다. 방송이 나가고 사위를 뽑는 오디션도 하자는 말도 나왔다.”

이병준은 문영남 작가의 내공에 대해 말했다. 드라마가 방송되는 6개월 동안 주말마다 회식을 했는데, 그때마다 문 작가가 에피소드를 핸드폰에 기록해 놓고 그 다음에 대본에 활용한다는 것이다.

“작가도 배우들을 다 알 수는 없다. 문 작가님은 회식장소에서 배우의 또 다른 면을 볼 수 있는 능력과 감각을 지니고 있다. 리딩시간과 회식시간에 배우들의 토씨, 억양, 말투, 표정까지 세세하게 체크하신다. 나는 원래 강예빈(영달)과 사귀는 걸로 돼 있었다. 그렇게 되면 아들 한주완(최상남)이 나이 차이가 너무 많다며 아버지의 결혼을 반대하는 그림이었다. 하지만 회식에서 내가 이보희 씨와 앉아있는 장면을 보고 두 사람이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해 커플이 바뀌었다. 조성하(고민중)가 ‘먼지가 되어’를 부른 것도 회식 때 작가님이 보고 쓴 거다.”

이병준은 “문영남 작가님은 소재를 일상적인 데서 많이 찾는다. 가장 일반적인 소재로 보이지 않는 걸 파헤칠 뿐이다. 우리가 들춰내기 싫어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막장드라마는 아니다. 모바일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도 사람들이 자신이 겪은 걸 어떻게 알고 쓰는지 신기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병준은 단국대 대학원에서 국문학 박사과정까지 밟았다. 수업을 한 번도 빠지지 않아 동료학생들이 놀랄 정도였다. 연기에 관한 박사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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