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힙합 음악을 들려주는 래퍼들은 랩으로 자신을 자랑하는 일, 다른 래퍼들과 랩으로 싸우는 일에 대해 전혀 거리낌을 가지지 않는다. 또한 래퍼들은 종종 여성을 비하하기도 하고, 범죄를 저지르면 더 높은 인기를 얻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힙합 문화에서 벌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봉현 대중음악평론가가 독특한 힙합 문화를 다룬 책 ‘힙합(글항아리)’을 출간했다. 힙합평론가로도 유명한 저자는 다른 장르 구별되는 힙합 음악과 문화, 고유한 특성과 매력을 다양한 관점에서 설명하고 논의한다.
저자가 특히 서술에 중점을 두는 부분은 힙합을 향한 오해와 편견이다. 저자는 힙합을 잘 표현해주는 ‘아프로-아메리칸’ ‘게토’ ‘자수성가’ ‘허슬’ ‘스웨거’ ‘리스펙트’ ‘패러디’ ‘남성우월주의’ 등 15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분석한다. ‘아프로-아메리칸’ 장에서 저자는 흑인 노예들의 정치성을 띤 언어유희는 백인 지주의 감시와 통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연적으로 은유와 상징을 동원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런 요소들이 현대 랩의 체계와 표현 방식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한다. ‘스웨거’ 장에서 저자는 래퍼들의 자화자찬이 단순한 ‘잘난 척’이 아니라 내ㆍ외적 면모를 자신감을 가지고 드러내는 방식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랩 배틀’ 장에선 힙합을 둘러싼 대부분의 요소들은 도덕과 윤리로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에 문화와 예술로 바라봐야한다고 역설한다.
래퍼 엠씨메타(MC Meta)는 “힙합의 표면에서 심층까지 제대로 된 여행을 하고 싶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김영대 대중음악평론가는 “힙합 문화는 여느 대중음악과 달리 음악이기 이전에 특수한 사회, 지리, 인종적 기반 위에서 출발했다. 이에 대한 연구가 국내에서 이렇게 의미 있는 첫 걸음마를 시작했다”고 추천사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