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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칼럼 - 박영서> 흔들리는 中…성장과 개혁이 양립된 ‘좁은 길’
지난 13일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의 초대형 행사장 ‘만인대례당’. 단상 중앙에 선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이 전인대 폐회를 선언하자 큰 박수소리가 터져나왔다. 자리에 앉아 있던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안도의 표정이었다.

인민해방군 군악대의 연주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참석한 정치국 위원들이 퇴장하면서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인대와 인민정치협상회의)는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올해 양회는 개막 전후 발생한 대형 악재로 예년과 달리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양회가 열리기 직전인 지난 1일 윈난(雲南)성 쿤밍(昆明) 철도역에서 무차별 테러가, 회기 중에선 말레이시아 여객기 실종사건이 터졌지만 모든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이번 전인대에서 중국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 목표치를 7.5% 전후로 제시했다. 동시에 도시 신규 취업자 수를 1000만명 이상으로 늘리고, 도시 실업률은 4.6% 이내로 억제하겠다고 밝혔다.

7.5% 전후라는 목표치는 성장도 하면서 고용을 보장해 국민들의 소득증대를 이루는 데 있어 비교적 합리적 수준이다. 리커창 총리는 폐막식 직후 가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맹목적으로 성장을 추구하지 않겠다”면서 “성장률이 조금 높아도, 조금 낮아도 허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성장목표 달성에 유연성을 두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나날이 악화되고 있는 경제환경은 중국 지도부에 상당한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중국의 올 1~2월 산업생산은 지난해 동기보다 8.6% 증가에 그쳐 최근 5년간 가장 저조한 성장을 기록했다. 소비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 증가율 역시 11.8%로 지난 2011년 이후 가장 낮았다. 채무불이행(디폴트)도 확산되면서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연초 주요 경제지표가 예상치를 밑도는 ‘약한 출발’을 보이면서 벌써부터 성장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란 비관론이 일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1분기 성장률이 7.5%에 미치지 못할 경우 올해 성장목표치 7.5%는 달성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이 올해 목표치에 미달한다면 이는 아시아 금융위기 때인 1998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때문에 중국 당국에 경기부양책을 요구하는 압력도 거세지는 분위기다.

요동치는 경기정세 속에서 중국이 가야 할 길은 더욱 좁아지고 있다. 성장과 개혁이 양립되어 있는 ‘좁은 길’을 헤쳐가야 하지만 가시가 너무 많다.

성장감속 속에서 노동시장을 파괴하지 않아야 한다. 금융리스크의 팽창을 억제하면서 동시에 과도한 신용경색과 경기둔화도 피해나가야 한다. 눈앞의 경제성장도 중요하지만 중장기 개혁도 중요한 과제다. 경기부양 여부를 결단할 시기도 다가오고 있다.

양회가 끝나면서 시진핑 정권이 부르짖는 ‘개혁의 전반적인 심화’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고통’을 과연 어느 선까지 감내하면서 많고도 높은 장애물을 넘어갈 수 있을지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박영서 베이징 특파원 py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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