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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향후 ‘민자철’ 길 터주기 본격화?
[헤럴드경제 = 윤현종 기자] 정부(또는 코레일)가 민자철도 혹은 철도노선 분리화 연구를 외부기관에 맡겨 진행한 게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에 만들어진 민자사업 가이드라인과 실시협약 등은 정부가 민자사업 활성화 방안의 ‘철도버전’을 최초로 만들고 이를 한층 구체화 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 “전(全)철도사업 민자화 검토” = 용역보고서에서 총 108개 조항으로 구성된 철도분야 민간투자사업가이드라인은 민자철도의 제반사항을 한층 구체적이고도 폭넓게 언급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 가이드라인이 “민자철도사업 담당자가 최근 공고된 ‘2013년 민간투자사업기본계획’을 수익형 민자철도(BTO철도)특성에 맞게 수정했다”고 적시했다.

BTO란 ‘사회기반시설(SOC)에 대한 민간투자법’ 에 의한 민자사업 방식 중 하나다. 준공(Build)과 동시에 이 철도의 소유권이 국가 또는 지자체에 귀속(Transfer)되지만, 사업시행자는 일정기간 시설관리운영권(Operate)을 인정받는 수익형 민자사업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BTO철도는 지자체 인허가로 네오트랜스㈜ 등이 운영하는 지하철 신분당선 등이 대표적이다. 

<사진설명> 향후 모든 철도에서 민자화를 검토해야한다는 정부 용역보고서가 발간됐다. 민자철도 활성화를 위한 사업 가이드라인도 이미 작성됐다. 사진은 안개뚫고 달리는 KTX (기사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사진 = 김명섭 기자]

특히 이 가이드라인의 ‘사업 추진 시 주요검토사항’은 “모든 철도사업에 대해 민자 추진 가능성을 검토하고, 재정사업 중 적격성 있는 사업은 정부고시사업으로 전환한다”고 적시했다.

가이드라인은 우선 민자화의 적용범위 및 사업요건에 대해 “국토부 장관이 민간투자법령에 따라 철도ㆍ도시철도, 철도시설을 민간투자사업으로 건설ㆍ운영하고자 할 경우에 적용한다”(2조)고 적었다.

여기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도 포함돼 있다. 가이드라인 6조는 “민자철도는 ‘2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 및 ‘2차 철도산업발전기본계획’ 등 국가 철도투자사업의 우선순위에 부합해야 한다”며 “민간부문 참여가 가능할 정도의 수익성 있는 사업이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민자철도 활성화방안 연구보고서란?

이에 따라 현재 서울 삼성역∼일산 킨텍스(KINTEX)노선등을 필두로 개통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부터 민자로 추진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국토부 철도분야 고위 관계자도 지난 14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GTX는 민자철도를 기본전제로 계획된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운임 상한선 관련 내용도 들어있다. 9조에 따르면 향후 민자철도의 운임은 도시철도의 경우 1호선 전철의 1.8배, 광역철도는 1호선의 2배 이하에서 잡히게 된다. 

보고서 내 ‘가이드라인’ 및 ‘실시협약’ 주요내용

수익률 제고방안도 구체적으로 나왔다. 12조에선 “사업의 수익률이 낮을 경우, 인접 노선 운영권 부여 또는 부대사업과 본 사업의 일체화, 부대사업 용적률 인센티브 부여 등을 통해 수익률을 높일 수 있게 함”이라고 적었다.

다만, 34조에서 “주무관청과 사업시행자는 민자사업 시행에 있어 상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해당 사업이 국민 편익 증대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해 일종의 보완장치를 마련했다.

▶ 실시협약 내용, 사실상 ‘민자철도 길 터주기’ = 가이드라인 내용은 BTO철도에 관한 ‘민간투자사업 표준실시협약(안)’을 일부 기초로 삼고 있다.

이 실시협약은 총 89개 조항으로 이뤄졌다.

보고서는 실시협약 목적을 “주무관청(국토부 등)이 공적목적에 따라 민자철도가 건설ㆍ관리ㆍ운영되도록 민간사업자 관리가 가능토록 함”이라고 적었다.

그러나 개별 조항에선 민간사업자의 권한을 과다 인정하고 있단 지적이다. 먼저 실시협약 10조는 민간사업자가 해당 철도를 30년 간 ‘무상사용’하고, 이용자에게 운임을 징수토록 명시했다. 물론 53조에서 운임조정은 소비자물가지수 변동범위 내에서 산정토록 규정하고 있다.

과연 그렇게 될까.

보고서에 따르면 신분당선 운임은 2011년 개통 시 1600원에서 이듬해 1750원이 됐다. 올해는 1950원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단순계산해도 3년 간 신분당선 운임 상승률은 21.8%다. 2011∼2013년 간 개인서비스분야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연간 1%대다. 올 2월엔 1월대비 0.9%상승에 그쳤다.

실시협약 39조에선 차량ㆍ시스템 등의 성능시험도 민간사업자에게 맡기고 있다. 이 또한 민간에 대한 ‘무한신뢰’로 해석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신분당선이 2012년 4월∼작년1월에 걸쳐 선로 핵심부품 수백개가 파손됐지만, 해당 운영사는 늑장대응으로 일관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각종 부대사업도 민간사업자의 비용과 책임에 맡겼다(37조).

가이드라인 및 실시협약 관련 전문가 vs 국토부 입장

▶ ‘철도민영화 군불때기’우려 = 철도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번 가이드라인 등이 사실상 ‘향후 모든 철도(적자노선 포함)의 민자화 물꼬를 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객원연구원은 “(정부는) 철도의 기본이 민자사업이라는 전제를 기정사실화 한 것”이라고 이번 보고서를 평가했다.

박 연구원은 “이에 따라 지방적자노선도 민간 개방해 경쟁입찰로 운영자를 받는다면 코레일은 ‘원 오브 뎀(one of them)’에 불과한 사업자로 전락하고, 경쟁자 자리엔 글로벌 ‘공룡’ 철도사들이 들어설 것”이라며 “경쟁체제 도입이 본격화 한다면 일례로 ‘아리바(독일국영철도회사)-쌍용’이나 ‘두산-알스톰(프랑스 차량제작업체)’처럼 국내기업과 해외 철도운영사ㆍ차량제작사 등이 합쳐 진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 보고서의 각종 데이터와 해외(영국 등)민영화 사례 등도 틀린부분이 많다며 조목조목 비판했다.

같은 연구소의 김 철 연구위원도 “이 가이드라인 등은 민자철도를 ‘잘 운영하는 방법론’에 거의 모든 초점이 맞춰졌다”며 “향후 생길 문제점이나 반발을 무마할 수단으로 쓰일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이 가이드라인으로 (과거의) 문제 민자사업은 앞으로 없다’는 논리를 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이 가이드라인의)주 대상은 수도권광역철도와 KTX정도일 것이고, 적자선은 민자 추진이 힘든 구조”라면서도 “(적자선의 민자화는) 검토해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아울러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한 철도민영화 의혹에 대해 “공공부문 철도를 민간이 운영하는 게 그들이 주장하는 ‘민영화’ 개념”이라며 “이번 보고서 및 가이드라인 등은 철도민영화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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