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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벅지 굵으면 굵을수록 혈당 조절 잘된다”
<젊은 명의들 16>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안철우 교수

“정신과도 오래 다녀봤지만, 도무지 나아지지가 않습니다.”

심한 우울증을 호소하던 30대 초반의 여성은 지난 2년간 여러 병원이나 대체요법을 전전하며 환자와 가족 모두 지친 상태였다. 그녀는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호르몬 치료 전문가인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안철우(49) 교수를 찾았다.

검사 결과는 극심한 ‘갑상선 기능저하증’. 갑상선 기능저하증은 여러 가지 원인으로 갑상선에서 호르몬이 잘 생성되지 않아 체내 갑상선 호르몬 농도가 낮거나 결핍된 상태를 말한다. 이런 경우 대사율이 감소하며 만성피로감이나 식욕부진, 체중증가 등이 동반되며, 대부분 우울증이나 무기력증을 호소하게 된다. 


이 호르몬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우울증 치료는 효과를 거둘 수 없다. 다행히 그녀는 안철우 교수에게 일정 기간 약물을 통한 호르몬 치료를 받은 뒤 건강과 가정의 행복을 찾게 됐다.

“의대생 시절부터 호르몬에 인간의 생로병사의 비밀이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안철우 교수는 내분비 분야를 전공하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호르몬이란 인체 내의 내분비기관에서 생성되는 화학물질로, 혈관과 혈액을 통해 여러 기관으로 운반되며 세포반응을 일으켜 신체를 조절하게 된다. 이때 인체에서 생성되는 호르몬은 매우 미량이지만 조금만 부족하거나 더 분비될 경우, 또는 기능이 떨어질 경우 인체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대표적인 호르몬이 바로 ‘인슐린’이다. 인슐린은 인체 내에서 혈당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데, 바로 이 인슐린 호르몬에 문제가 생겨 인체의 당조절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질환이 ‘당뇨병’이다.

자가면역 등으로 인해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가 되지 않는 경우를 1형 당뇨병, 인슐린의 분비 감소와 인슐린 저항성에 의해 생긴 당뇨병을 2형 당뇨병이라고 분류한다. 특히 인슐린 저항이 원인인 2형 당뇨병의 경우 최근 5년 새 연평균 5.5%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철우 교수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호르몬 치료의 명의’다. 특히 2형 당뇨병을 중심으로 한 치료와 연구를 많이 하고 있다. 최근에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당뇨병의 치료법과 U-healthcare(언제 어디서나 건강이나 질병을 검진하고 치료할 수 있는 시스템) 를 통한 당뇨병의 지속적인 관리, 적극적 치료 홍보를 위한 공공 의료에 힘쓰는 중이다.

“당뇨병을 설명하기 위해 진료실에선 자주 자동차에 비유하곤 합니다. 잘 정제되지 않은 찐득한 기름을 사용하면 엔진과 부속품에 찌꺼기가 쌓이는 것처럼 당뇨병으로 끈적해진 혈액은 눈, 콩팥, 신경, 심장 등을 서서히 망가뜨리게 됩니다.”

실제 당뇨병은 환자 중 절반은 발이 저리고 통증이 동반되는 신경병증, 망막변증과 백내장 등 실명을 초래하는 눈질환, 말초 순환장애 등 당뇨 합병증을 앓고 있다.

“100세 시대인 현대사회에서 당뇨병은 실명이나 우울증 등 삶의 질에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치는 질병이기 때문에 예방과 적극적인 관리가 중요합니다. 하지만 너무 잘 알려진 병이다 보니 속설도 많고 심각성을 잘 인식하지 못해 치료하지 않는 환자들이 많아요.”

안 교수가 시민 교육과 함께 컴퓨터나 스마트폰 앱을 통해 적극적이고 지속적 관리가 가능한 U-Healthcare에도 관심을 갖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당뇨병을 비롯한 내분비 질환은 평생 동안 관리를 해야 하는 질환으로, 환자가 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체크해야 하는 생활습관 병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들의 적극적 치료 태도가 필요하고 그것을 돕는 의사이다 보니 적절한 의료 시스템 개발에도 큰 관심을 갖게 됩니다.”

“당뇨병 치료라고 하면 경구용 혈당강하제나 인슐린 주사를 먼저 생각하지만 가장 기본은 식사 및 운동요법이에요. 하지만 사회활동이 많은 현대인들이 식이요법이나 운동요법을 잘 지키기가 쉽지 않죠. 안일한 생각으로 약물에만 너무 의지하려 하거나, 반면에 약물이나 인슐린 투여를 해야 함에도 참고 버티려다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합병증이 진행돼 치료시기를 놓칠 수가 있습니다.”

당뇨병에 있어 인슐린 저항성을 일으키는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비만과 운동부족이다. 따라서 정상 체중을 유지하기 위한 식이요법과 운동이 가장 우선순위다.

“걷기 같은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을 적절히 병행하면 혈당을 효율적으로 낮추고 인슐린 반응이 좋아집니다. 허벅지 굵기와 당뇨병의 관련성에 대해 연구한 적이 있는데 허벅지가 굵으면 굵을수록 즉, 근육량이 많을수록 혈당 조절이 잘 되었죠. 근력이 약한 사람이 당뇨병에 걸리면 근육량이 많은 사람보다 심혈관질환에 노출되기 쉽고, 다양한 합병증에도 취약하다고 밝혀지고 있어요. 얼마 전에 노인 당뇨병 환자분이 약도 먹고 걷기운동도 하고 식이요법도 나름대로 하는데 혈당 조절이 잘 되지 않는다며 병원을 찾아오셨는데, 이분께 혈당강하제와 성장 호르몬을 같이 투여해서 근육량을 늘리면서 체지방량을 줄이는 치료를 했더니 효과적으로 혈당이 조절되며 치료에 성공하기도 했어요.”

안 교수는 최근 줄기세포를 이용한 당뇨병 치료에 관한 연구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당뇨 치료법을 꾸준히 연구해온 그는 1998년부터 최근까지 100여 편의 연구결과를 내놓았고,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논문만 60여 편에 이른다. 사람의 태반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이용한 제1형 당뇨 치료 연구에 이어, 눈 및 지방세포에서 유래된 줄기세포를 분화시킨 인슐린 분비세포의 이식을 통한 제2형 당뇨병 치료 연구는 당뇨병 치료제 개발의 중요한 근거자료가 될 것으로 보고 내년까지 동물실험을 진행한 후 실제 임상시험에 들어갈 계획이다.

“완치의 개념이 아직 없는 당뇨병 치료에 한 발짝 더 다가서고 있는 중입니다. 환자들의 고통을 직접 봐야 하는 의사로서, 그리고 연구자로서 완치의 길이 먼 미래의 일이 아니길 희망하고 있죠. 그러기 위해 환자들 내부에서 속삭이는 호르몬의 이야기를 더 귀담아 들으려 합니다.”

김태열 기자/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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