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이산가족 상봉> 60년만의 만남...금강산은 눈물 반, 눈 반
[금강산공동취재단=헤럴드경제 신대원 기자] 남북 이산가족들의 60여년만의 상봉이 이뤄진 20일 금강산은 최근 쏟아진 폭설로 인한 눈과 오랜 헤어짐 끝에 만나게 된 가족들의 눈물로 뒤덮였다.

남측 이산가족 상봉단 82명과 동반가족 58명은 이날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북측 가족 178명과 첫 만남을 가졌다.

300여명의 남북 이산가족들은 상봉 첫날인 탓인지 처음에는 어색한 모습도 보였으나 곧 혈육임을 확인하곤 만나게 된 반가움과 떨어져 온 세월에 대한 회한이 섞인 눈물을 쏟아냈다.

남측 상봉단의 최고령자인 김성윤(96) 할머니는 여동생 석려씨를 만났다. 김 할머니는 여동생을 보자마자 잠시 눈물을 보이긴 했지만 곧 정정한 모습으로 예전의 기억을 되살려가며 동생과 대화를 나눴다.

이만복(91) 할머니는 64년만에 북한에서 살고 있던 딸 리평옥씨와 손자 동빈씨를 만났다. 이 할머니는 남측에서 함께 온 또 다른 딸 이수연씨와 함께 가장 먼저 단체상봉장에 도착했다. 이수연씨는 언니 리평옥씨를 보자마자 울음을 터뜨렸다.

이제는 모두 백발이 된 세 모녀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각자 살아온 이야기를 이어갔다.

상봉단이 워낙 고령인 탓에 곳곳에서는 치매로 인해 가족의 얼굴도 못 알아보는 안타까운 장면도 속출했다.

이영실(88) 할머니는 여동생 리정실씨를 만났지만 치매로 인해 선뜻 알아보지 못했다. 리정실씨는 “언니, 저에요. 왜 듣질 못해”라며 안타까워 했다. 이씨와 함께 금강산으로 온 딸 동명숙씨도 연신 “엄마, 이모야, 이모. 바로 밑 엄마 동생”이라고 외쳐 지켜보는 이들로 하여금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

이씨가 잠깐동안 여동생을 알아보자 동씨는 “엄마가 이렇게 모르세요. 치매가 많이 진행되셔서 금방 몰라요”라며 “대화가 잘 안돼요. 이렇게 알아보시고도 금방 잊어버리실지도 몰라요”라며 안타까워했다.

김영환(90) 할아버지도 오랜만에 아내 김명옥씨를 만났지만 치매기가 있어 금방 알아보지는 못했다. 김 할아버지는 아들 김대성씨가 “알아보시겠느냐”고 물어보자 “아니 잘 모르겠어”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아들 김씨는 “너무 오래돼서 약간 못 알아보신다”며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실 것”이라고 말했다.

귀가 안들려 메모를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이어가는 모습도 보였다.

북측에서 나온 동생 리철호씨는 귀가 잘 들리지 않는 형 이명호(82) 할아버지를 배려해 메모지에 글을 써내려갔다. 동생이 건넨 메모엔 ‘어머니는 형이 고무신을 사주고 다시 오겠다고 했다’고 적혀 있었다. 형제는 메모지에 부모님 소식과 관련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었느냐’고 써내려가면서 소리 없는 대화를 이어갔다.

한편 아들과 딸을 보겠다는 일념으로 전날 이동식 침대에 누운 상태에서 이산가족 등록을 마치고 이날 구급차에 몸을 싣고 금강산으로 온 김섬경(91) 할아버지는 구급차에서 딸 춘순(68)씨와 아들 진천(65)씨를 만났다.

홍신자(84) 할머니도 구급차 속에서 침대에 누운 채 동생 영옥씨와 조카 한광룡씨와 극적인 상봉을 가졌다.



신대원기자/shindw@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