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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칼럼 - 박영서> 광둥發‘불법 성매매와의 전쟁’
성매매 소탕의 호각소리가 둥관(東莞)의 밤하늘에 울려 퍼지자 6500여명의 공안이 노도와 같은 기세로 호텔과 음란 퇴폐업소를 덮쳤다. 침대방에선 남녀가 벌거벗은 채 머리를 감싸 쥐고 쪼그리고 앉아 심문을 받는다. 사람들이 5성급 호텔에서 줄줄이 끌려나온다.

긴 설날 연휴가 끝난 직후인 지난 10일 차세대 대권주자로 꼽히는 후춘화(胡春華) 광둥(廣東)성 서기는 6525명의 공안을 둥관에 출동시켜 성매매에 대한 융단폭격을 가했다. 하루 전인 9일 국영 CCTV가 둥관의 5성급 호텔 등에서 조직적으로 성매매하는 모습을 장시간 심층 보도한 직후 나온 대대적인 단속이었다. 중앙정부가 언론을 통해 분위기를 만들면서 추진하는 조치임이 분명해 보인다.

후 서기는 앞으로 3개월 동안 성 전체에서 집중단속을 벌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전쟁’은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광둥에서 시작된 불법 성매매와의 전쟁은 홍콩, 장쑤(江蘇)성, 헤이룽장(黑龍江)성, 후난(湖南)성 등지로 번지고 있다. 중국에서 대규모 ‘성매매와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이번처럼 공개적인 대규모 성매매 단속은 유례가 없다는 점에서 예전과는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시진핑(習近平) 정권의 반부패 정책의 일환으로 매춘산업의 뒤를 봐주고 있는 ‘호랑이’를 잡는 것이 궁극의 목적이라는 해석이다.

광둥성 둥관은 ‘중국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도시다. ‘세계의 공장’이라는 주장(珠江)삼각주 지역의 대표적인 제조기지인 동시에 ‘성도(性都ㆍ성의 도시)’로 일컬어지는 성매매의 도시이기도 하다.

언론과 경찰이 독버섯처럼 번창하는 매춘산업을 타격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파장과 논란이 연일 확산되는 분위기다.

지금까지 보고도 못 본 척해온 CCTV와 공안당국의 자세, 그리고 이보다 더 큰 문제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는 상황 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선 “약자를 꺾어 강자를 돕는다” “영혼을 팔아넘긴 인간이 육체를 판매하는 인간을 징벌한다”란 글도 올라온다.

성매매는 사회주의 중국의 가장 큰 딜레마다. 매춘업계는 회색지대이고 이곳에 종사하는 여성은 약자다. 그 해결은 단속과 같은 간단한 방법으로 절대 해결될 수 없다. 정작 배후를 건드리지 못한다면 접대부만 희생될 것이란 비관론이 나올 만하다.

성매매 현상의 관리는 필수이나 취해야 할 수단과 방법은 과학적이고 근본적이어야 한다. 그렇지만 대부분 국가는 성매매 문제에 대해 ‘타조’형 정책을 채택한다. 모래 속에 머리를 처박은 채 현실을 외면하는 타조와 같다. 철저히 단속하는 것도, 완전히 개방하는 것도 아니다.

이번 단속으로 둥관은 지진에 버금가는 심각한 상황에 빠져있다. 지역경제의 초토화가 우려된다는 말도 나온다. 앞으로 둥관은 정말로 ‘맑고 깨끗한’ 도시로 변모될 수 있을까. 아니면 네티즌들이 말하는 것처럼 ‘지진발생 후의 재건’이 일어날 것인가. 광둥발(發) ‘성매매와의 전쟁’이 시진핑(習近平) 개혁의 또 다른 성과물이 될지 두고 볼 일이다. 

박영서 베이징 특파원 py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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