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 열풍’ 시작은
2009년 인터넷 1인 방송 아프리카TV에서 시작된 ‘먹방’은 지난해 방송가에 유행처럼 번졌다. 아프리카TV에서 다룬 콘텐츠와 안방에서 유행한 콘텐츠는 확연히 다르다. 인터넷 방송 특성에 맞춰 애초에 ‘먹는 방’이라는 용어로 시작돼 예쁘장한 외모의 BJ가 엄청난 먹성으로 온갖 음식을 먹어치우는 모습을 네티즌이 함께 보며 즐겼다. 특히 아프리카TV의 ‘먹방 레전드’로 불리는 ‘더 디바’ 박서연 씨는 최근 외신이 주목한 열풍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다각도로 조명한 아프리카TV의 먹방 열풍에 대해 미국 블룸버그통신에선 한국의 ‘푸드 포르노’ 열풍이라는 제목을 달기도 했다. 아프리카TV 의 먹방은 브라운관으로 옮겨가며 ‘먹는 방송’의 줄임말로 사용하게 됐다. MBC ‘일밤-아빠 어디가’의 윤후, 같은 방송사의 ‘진짜 사나이’의 샘 해밍턴이 짜파구리와 군대리아에 정신 팔려 혼신의 힘을 다하는 모습과 KBS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추사랑이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는 모습에서 예능 먹방은 인기를 모았다. 그렇다고 모든 예능 먹방이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SBS ‘일요일이 좋다-맨발의 친구들’에선 강호동와 출연진이 스타의 집밥을 맛보는 시간을 가졌지만, 먹방이라기엔 음식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지는 배경식 연출에 시청자는 채널을 돌렸다. 아예 야식 레시피의 향연으로 의외의 인기를 모은 예능은 KBS ‘해피투게더’의 야간매점 코너였다. 매회 출연자가 자기만의 야식을 들고나왔고, 유재석 박명수는 열심히 시식하며 프로그램에 등장한 특이한 메뉴를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올리고 있다.
사진 위부터 MBC‘아빠 어디가’, KBS‘슈퍼맨이 돌아왔다’, KBS‘해피투게더’ |
KBS 예능국 관계자는 “야간매점 출범 당시 예능국 내부에선 ‘누가 그런 걸 보느냐’는 말도 나왔는데 막상 뚜껑을 열자 대박상품이 됐다”며 “혼자서도 간단히 해먹을 수 있는 음식이 스타의 일상적인 이야기와 버무려지자 인기를 모았다”고 귀띔했다.
드라마로 치면 일드(일본드라마) 원작의 ‘결혼도 못 하는 남자’가 시작이었다. 이 드라마에서 지진희는 일본의 명배우 아베 히로시처럼 독신남을 연기하며 홀로 고깃집을 찾아 고상하게 고기를 구워먹는 싱글남이다. 국내 안방에서는 처음으로 1인 가구의 먹방을 보여준 명장면이었다.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