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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칼럼 - 박영서> 중국의 영악한 ‘괴짜부자’ 천광뱌오
중국인들은 웬만해선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모나면 정 맞는다’고 5000년 역사의 세월 동안 중국인들의 유전자에 깊게 새겨져 있는 일종의 처세술이다. 그런데 천광뱌오(陳光標ㆍ46)란 기업인은 너무 튀고 게다가 요란하기까지 해 그의 언행은 언제나 화제를 몰고다닌다.

천광뱌오 장쑤황푸 재생자원이용유한공사 회장은 주로 건축자재 재활용 사업으로 약 50억위안(약 8600억원)의 재산을 모은 부호다.

돈을 벌자 그는 ‘중국 제일의 자선가’로 자칭하면서 활발한 자선사업을 벌여 명성을 얻었다. 동시에 기괴한 언동과 함께 언론플레이에 능하다는 비판도 함께 받고 있다. 사람들은 그가 세간의 관심을 끄는 데는 ‘탁월한’ 사람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런 천 회장이 이번에는 느닷없이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를 인수하겠다’는 ‘폭탄 선언’을 해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는 인수 이유로 “NYT의 전통과 방식으로는 중국을 객관적으로 보도하기 어렵다”면서 “인수가 성사되면 보도 논조를 바꾸는 데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NYT는 지난 2012년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 일가의 비리를 파헤친 보도로 퓰리처상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보복으로 사이트는 중국에서 접속이 차단된 상태이고, 일부 소속 기자들은 중국 비자를 받는데 어려움도 겪기도 했다.

NYT 인수에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이 일자 그는 지난 6일 관영 런민일보(人民日報)의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에 기명칼럼을 내고 “제발 농담으로 받아들이지 말아 달라”며 진지함을 거듭 주장했다. ‘허풍’에 불과하다는 시선이 그래도 가라않지 않자 그는 뉴욕을 직접 찾았다. NYT 측과 만나지도 못했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다른 미국 매체에 관심을 표명해 미국에서조차 일거에 유명인사로 떠올랐다.

그가 NYT를 인수하겠다는 것은 몽상에 가깝다. 제일재경일보(第一財經日報)는 “그가 NYT를 제대로 알고 있기나 하는지 의심스럽다”면서 “차라리 MYT가 가지고 있는 두 개의 제지공장을 사는 것이 현실성이 높다”고 비꼬았다. 이 신문은 “제지공장 두 개를 인수하면 원료공급 측면에서 NYT를 컨트롤할 수 있을 것이다”고 조롱했다.

천 회장의 목적이 정말로 NYT 인수였는지, 아니면 국내외 자신의 지명도를 높이기 위한 쇼에 있었는지는 정확한 것은 본인밖에 모를 것이다.

그렇지만 그의 언동을 놓고 ‘매명(賣名)행위’라고 보는 시각이 훨씬 강하다. 그렇다면 이번에 그는 엄청난 흥행을 거둔 셈이다. 확실히 그는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화려한 퍼포먼스로 언론매체를 시끄럽게 만들었던 과거의 사례는 무수히 많다.

천 회장은 지난해 4월 쓰촨(四川)성 지진이 발생하자 30만위안에 달하는 현금뭉치를 들고 피해지역을 방문해 1인당 200위안을 직접 나눠줬다. 그때 위안화 지폐를 손에 쥔 이재민들과 기념촬영을 해 ‘자선폭력’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천광뱌오, 그는 자선과 애국으로 포장된 ‘영악한’ 사업가인가. 온화하고 인자한 미소를 짓는 그를 보면 전환점에 서있는 중국 사회를 읽을 수 있는 새로운 관전 포인트를 찾을 수 있다. 

박영서 베이징 특파원 py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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