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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 과다집계ㆍ과잉집행에 단두대까지 오른 쌍용건설…사실은?
[헤럴드경제 = 윤현종 기자] 올해 시공능력평가 16위를 기록한 쌍용건설의 수명이 경각에 달렸습니다. 이 회사는 지난 6월 채권단과 워크아웃이행약정을 맺으며 기업재무개선절차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채권단의 추가지원 결정이 없는 쌍용건설은 상장폐지가 확실시 되는 상황입니다. 이 경우 공사 수주를 위한 최소자본만 유지할 수 있습니다. 결국 법정관리 가능성은 더 높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건설 및 IR업계 일각에선 쌍용건설이 이같은 상황에 놓인 것은 채권단이 최근 ‘과다집계’한 추가지원규모와, 빚을 갚으라며 가압류를 건 군인공제회의 ‘과잉집행’ 때문이라는 시각이 만만치 않습니다.

우선 언론에 공개된 추가 지원액수가 과다집계 됐다는 의견입니다. 지난 11월 회계 실사결과로 나온 ‘8000억 추가지원’ 중 쌍용이 수혈받아야 할 실제자금은 이에 못 미친다는 겁니다.

사정은 이렇습니다.

예일회계법인은 11월 쌍용건설을 실사합니다. 상장유지에 필요한 추가 지원규모를 산정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 결과 새로이 드러난 부실사업장은 없었습니다. 다만 ‘출자전환 5000억원 및 추가자금지원 3000억원이 필요하다’는 결과를 내놓습니다.

그런데 이 ‘8000억원’을 뜯어보면 좀 이상합니다.

먼저 ‘출자전환 5000억원’을 볼까요.

결론적으로 이 5000억원 중 3200억원은 6월 쌍용건설과 워크아웃약정을 맺은 채권단이 이미 지원한 같은 액수의 돈을 주식으로 바꾸면 된다는 게 IR업계의 분석입니다. 채권단이 지원한 3200억원 중 90~100%는 각 은행별로 대손반영이 끝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채권단이 추가로 출자전환할 액수는 1800억원입니다. 유상증자를 통한 출자전환입니다.

다음 ‘추가자금지원 3000억원’을 설명하기 전에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습니다. 이 중 1800억원은 중복으로 계산돼 있다는 점입니다. 이 금액은 위에서 기자가 언급한 유상증자로 출자전환하는 방식의 자금이기 때문입니다. 즉, 알고보면 1800억원은 ‘출자전환할 규모’에도 포함되고 ‘신규로 지원할 자금규모’에도 포함되는 셈입니다. 교집합으로 들어가는 것이죠.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실사결과를 보니 전체 지원규모가 얼마라고 확정하지 않은 대신 출자전환 액수와 신규지원자금 액수가 별개인 것처럼 언급해놨다”며 “일반인이 본다면 오독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합니다.

자, 그럼 이 3000억원 중에 1200억원이 남습니다. 이건 채권단이 미지급한 자금입니다. 애초 6월 워크아웃 당시 채권단은 연말 추가지원 시점이 도래하기 전 신규자금 4450억원을 2770억원을 출자전환과 함께 별도 지원하기로 약정합니다. 이 중 지금까지 쌍용건설에 들어간 신규자금은 3200억원입니다. 1250억원이 아직 지급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쌍용건설이 연말에 ‘진짜’ 추가로 받아야 할 자금규모는 유상증자를 할 1800억원인 셈입니다. 채권단의 미지급금 1200억원은 ‘약정대로 줘야할 돈인데 안 주고 있다’는 게 쌍용건설을 바라보는 관련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표면적으론 예일 회계법인의 ‘출자전환 5000억원, 추가자금지원 3000억원’이 마치 8000억원을 쌍용건설에 더 줘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해석이 IR업계와 건설업계 곳곳에서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현재 이 회사를 난처하게 하는 건 부풀려져 보이는 지원규모만이 아닙니다. 군인공제회가 채권 1235억원을 받기 위해 쌍용건설에 가압류를 건 게 ‘도덕적으로도 지나쳤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군인공제회는 쌍용건설의 순수한 자산 대신 ‘현장기성’을 압류했기 때문입니다. 이 돈은 쌍용건설만 챙겨가는 것이 아닙니다. 현장에서 일하는 협력업체에 들어갈 결제대금입니다. 이는 자연스레 협력업체 직원의 급여와 연결됩니다. 결제대금을 못 받으니 도산하는 건 정해진 시나리오입니다. 현장업체들은 쌍용건설의 시공능력을 믿고 공사에 참여한 업체입니다. ‘아무 죄 없는’ 이 중소업체들이 부도 벼랑으로 내몰릴 이유는 없습니다.

물론 일이 이렇게까지 된 원인은 쌍용건설에 있습니다. 무리하게 장사하려다 손해를 봤고, 돈 빌려준 전주가 빚 갚으라고 닦달하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합니다.

문제는 압박하는 방식입니다. 건설업계는 돈줄을 쥔 채권단이 자금지원을 의도적으로 미루다 쌍용건설이 제풀에 지쳐 법정관리 신청을 하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추가지원규모를 과다상계해 여론을 악화시키는 것도 그 일환이라고 지적합니다. 군인공제회는 어떤가요. 당장의 채권회수가 급해보입니다. 우리은행 등 채권단의 회유에는 아랑곳 않습니다.

쌍용건설의 기업가치는 얼마나 될까요. 지난 2월 이 회사가 워크아웃을 신청할 때 채권단의 실사결과 쌍용건설의 청산가치는 4318억원인 반면 계속기업가치는 8227억원입니다. 11월 예일회계법인의 실사때도 계속가치가 청산가치보다 1000억원 높았습니다.공중분해될 가치보단 존속가치가 더 높단 뜻입니다. 채권단은 이 회사의 해외사업 강점을 인정해왔습니다. 법정관리 시 파장도 우려했습니다.

살릴 가치가 있는 회사는 약속대로 살릴 필요가 있습니다. 쌍용건설이 좋아서가 아닙니다. 31일까지 1400여 협력업체에 줘야 할 600억원의 대금결제가 안되면 급여가 차례로 끊길 현장 협력업체 직원 2만여명, 그리고 그들의 가족이 걱정되서입니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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