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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얄코펜하겐 ‘한국 속으로’
한국 도자기업체에 앞서 한식그릇 세계시장 출시


한국인의 구매력이 238년 전통의 도자기 명가에 새로운 성공방정식을 제시했다. 올 1월 한국시장에 특화된 ‘한식그릇’을 내놓은 뒤 큰 폭의 매출상승을 기록하고 있는 덴마크 왕실 도자기 브랜드 로얄코펜하겐의 이야기다. 로얄코펜하겐은 한국시장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코리안 볼(Korean bowl)’ 이라는 이름의 한식그릇을 전 세계시장에 출시, 새로운 ‘도자기 한류’를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23일 한국로얄코펜하겐에 따르면, 올 한 해 매출의 20%가량이 블루 하프 레이스 한식그릇 제품군에서 나올 전망이다. 한국로얄코펜하겐은 한식그릇의 판매량 증가에 힘입어 올 11월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40% 성장한 매출을 기록했다. 국내 도자기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현지시장에 특화된 프리미엄 제품 출시’라는 과감한 전략으로 괄목할만한 성과를 낸 것이다.


로얄코펜하겐이 특정 국가의 음식문화 특성에 맞춘 제품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 도자기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아시아 대륙을 공략하기 위해 ‘아시아용 도자 식기’를 선보인 적은 있지만, 개별 국가의 소규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따로 제품을 출시한 적은 없다. 238년의 전통과 덴마크 왕실의 도자기라는 자존심 그리고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벼운 행보를 보일 수 없기 때문이다.

로얄코펜하겐은 현재 유럽, 미국, 일본, 대만, 한국 등 전 세계 30여개국에 진출해 있으며, 그 중 한국, 일본, 대만, 태국, 미국 5개국에 지사를 두고 있다.

도자기 명가(名家)의 고고한 자존심을 돌려세운 데에는 폭발적으로 성장한 한국 고급 도자기 시장의 구매력과 한국지사 경영진의 오랜 설득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과거 로얄코펜하겐의 아시아 시장 주요 고객국가는 일본 뿐이었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에서 고급 도자기 붐이 일어나며 세계에서 3번째로 ‘큰 손님’이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로얄코펜하겐은 일본지사를 설립(1967년)한지 약 30년만에 한국지사를 설립(1994년)하고 본격적인 한국시장 공략에 나섰다.

실제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도자기 시장은 7000억~8000억원 규모에서 정체돼 있지만, 수입 명품 도자기는 매년 20~30%대의 매출신장률을 기록할 정도로 고공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오동은 대표를 필두로 한 한국지사 경영진의 끈질긴 설득도 본사의 마음을 돌리는데 한몫을 했다. 


오 대표는 덴마크 본사의 경영진이 한국에 방문할 때마다 직접 한정식집을 데리고 다니며 작은 그릇 여러 개에 수십 가지 반찬이 담겨나오는 한식 상차림을 소개했다. 한식문화의 특성상 다양한 쓰임새의 그릇이 많이 필요한 만큼, 충분히 성공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오 대표는 “소비자 조사를 해 본 결과 한식그릇의 수요가 충분히 있다고 판단, 덴마크 본사를 설득해 한식그릇 개발에 대한 투자를 이끌어냈다”며 “예측 물량 이상의 판매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현지화 경영 사례가 덴마크 본사에서도 성공적이고 의미 있는 사례로 꼽혀 다른 시장에서도 벤치마킹을 준비중”이라며 “코리안 볼(Korean bowl)의 세계시장 출시를 통해 한식그릇을 전 세계인들에게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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