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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칼럼 - 박영서> 신이 된 남자, 마오쩌둥
중국 역사에서 인간으로서 신의 반열에 오른 사람은 공자와 관우 두 사람이다.

유교를 체계화한 공자는 신으로 추앙받고 있다. 그런 공자를 기리는 제사가 ‘석전대제’다. 공자를 모시는 사당인 문묘에서 지내는 ‘석전대제’는 공자를 비롯해 옛 성인들의 학덕을 추모하는 의식이다. 관우는 사후에 ‘관공(關公)’으로 불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관왕(關王)’ ‘관제(關帝)’ ‘관성제군(關聖帝君)’으로 격상됐다. 그를 모시는 관제묘는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퍼져 있다. 인간세계에서 공자는 문신(文神), 관우는 무신(武神)이 됐다.

요즘 중국의 분위기를 보면 ‘신(神) 리스트’에 한 사람의 이름이 더 올라가게 될 것 같다. 바로 오는 26일 탄생 120주년을 맞는 마오쩌둥(毛澤東)이다.

탄생 120주년을 앞두고 인구 12만명 정도의 작은 산촌마을 후난(湖南)성 샹탄(湘潭)현 샤오산(韶山)은 성지가 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미 올해 1~9월 778만명이 몰려들었다.

특히 고향 광장에 서있는 마오 동상 앞에는 승진, 사업번성 등 ‘현세의 이익’을 위해 기도하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우뚝 솟아있는 거대한 동상은 대좌를 포함해 높이가 10.1m에 달한다. 동상 높이는 신중국 성립일 1949년 10월 1일이라는 날짜와 관계있다.

마오 동상 앞에서 참배하고 헌화하는데 드는 비용은 단체당 1999위안(약 35만원)이다. 동상 관리 직원에 따르면 비용을 지불해 소원성취하려는 사람들로 하루 종일 복잡거린다. 실제로 소원을 이뤄 보답 차원에서 이곳을 다시 방문하는 공무원과 기업간부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전국에서 참배객이 몰리면서 샤오산의 관광수입은 올 1~9월 20억406만위안(약 3540억원)으로 전년보다 20% 늘어났다. 농사 이외에 큰 소득원이 없는 샤오산 주민들에게 마오는 ‘신’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오 붐이 일고 있는 곳은 고향만이 아니다. 베이징의 택시를 타보면 차 안에는 조그만 마오쩌둥 상(像)이 걸려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기사들은 마오 주석이 ‘안전을 지켜줄 것이다’고 믿고 있다.

지난해 가을 중국 전역에서 맹렬하게 전개됐던 반일시위 때도 마오의 초상화가 대거 등장했다. 앞머리가 벗겨진 푸짐한 얼굴의 마오가 반일 시위대를 이끌고 있었던 것이다.

이념상의 이유도 있지만 ‘보호’라는 측면도 강했다. “마오 주석을 내걸면 경찰이라도 시위대를 어쩔 수 없다”는 설명이다.

마오의 황금좌상도 최근 제작되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제작비만 1억위안(약 173억원)이 들었다고 한다. 중국인들의 황금 숭배와 마오 숭배의 만남이다.

사망한 지 37년이 지났건만 마오의 그림자는 중국 대륙 곳곳에 깊이 드리워져 있다. 배금주의가 판을 치는 중국에서 중국인들은 ‘돈을 싫어했던’ 마오를 ‘재신(財神)’으로 숭배한다.

마오의 신격화는 혼란한 중국사회의 ‘안정제’가 될 수도, 아니면 위기를 부를 ‘독극물’이 될 수도 있다. ‘건국의 아버지’ 마오쩌둥은 ‘신’이 되었다. ‘신이 된 남자’ 마오쩌둥, 그는 과연 행복할 것인가.

박영서 베이징 특파원 py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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