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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칼럼 - 박영서> 중국의 개혁…3중전회 이후 그들의 선택은
중국의 공공기관에 가보면 ‘웨이런민푸우(爲人民服務)’라는 구호가 걸려 있다. ‘인민을 위해 일한다’는 뜻이다. 1944년 탄광 근무 중 매몰당해 숨진 인민해방군 병사 장스더(張思德)를 추모하면서 마오쩌뚱(毛澤東)이 고인의 희생정신과 책임감을 본받자고 한 말이다. 그런데 요즘 중국 사람들은 문장 속의 ‘런민(人民)’을 ‘런민비(人民服·위안화)’로 바꿔 ‘웨이런민비푸우(爲人民幣服務)’라고 부른다. ‘인민폐, 즉 돈을 위해 일한다’는 의미다.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할 당 간부나 관료들이 부정축재에 눈이 먼 현실을 냉소적으로 빗댄 표현이다.

중국의 부패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전 인민해방군 총후근부(總後勤部) 부부장 구쥔산(谷俊山) 중장의 축재액은 무려 200억위안(3조4800억원)에 달한다. 부동산만 300여채, 드러난 정부(情婦)만 5명이다. 구쥔산이 2인자로 근무했던 총후근부는 군수·보급·후생 등 중국군의 ‘돈줄’을 쥐고 있는 부서다. 그를 직위를 이용해 천문학적 부패행각을 벌였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구쥔산의 집에서 무려 1만병의 마오타이(茅台)주가 발견되자 격노했다. 시 주석은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전쟁준비를 하는데 이런 물자도 필요한가”라며 책상을 내려쳤다고 한다.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방식은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개울을 건너라(摸着石頭過河)’였다. 차근차근 실수없이 신중하게 개혁을 하자는 논지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 앞에 놓여 있는 중국은 덩샤오핑 시대와는 다르다. 개혁·개방이 시작되어 이후 30여년간의 시장화를 거치면서 극심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 성장의 빛에 가려 눈에 띄지 않았던 모순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고 있다. 개울은 깊어졌고 혼탁해졌다. 다리를 함부로 담그면 빠져 죽을 수도 있다.

지금 중국의 개혁은 ‘이익과 이념의 대결’이다. ‘분배는 공평하지 않으며 법 집행은 정의롭지 못한’ 중국의 현실 앞에 좌파는 가난했지만 평등했던 마오쩌둥 시대를 그리워한다. 우파는 근본적인 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중국이 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개혁은 시대적 요구이건만 수많은 저항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이익을 침해당하게 된 기득권 세력들은 결사적으로 맞선다. 오랫동안 누려온 권한이나 이권을 내려놓지 않으려 한다.

향후 10년 중국의 개혁청사진을 논의한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가 ‘전면적 개혁심화에 관한 약간의 중요한 문제에 대한 결정’을 통과시키고 지난 12일 폐막했다.

일제히 관영 언론들은 향후 전례없이 다양하고 심도 있는 개혁방안들이 추진될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발표는 출발점일 뿐 실천이란 지난한 관제가 남아 있다. 앞으로 기득권의 격렬한 반발을 어떻게 극복하고 개혁실행 과정에서 예상되는 시행착오를 어떤 방식으로 수습할지가 관건이다. 이는 결코 쉽지 않은 문제다. 앞으로 개혁을 놓고 전면전이 벌어질 것이 분명하다. 거대한 소용돌이가 예고된다. 과연 시진핑은 기득권층의 저항을 뚫고 개혁을 관철시켜 나갈 수 있을까. 개혁은 중국의 미래가 걸려 있는 문제다. 천하를 한 손에 쥐고있지만 시진핑의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박영서 (베이징 특파원) py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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