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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셔츠 맞추러 갔는데 웬 ‘로봇匠人’이…
재단사가 측정한 치수 입력, 로봇팔이 최적의 셔츠 · 수트 골라줘…패션에 IT 접목 남성패션 콘셉트 바꾼 ‘셔츠앤수트’ 임종호 사장
로봇팔이 고객맞춤형 셔츠 선택
원하는 디자인 가상피팅도 가능

체형의 특징 잡아내 재단·박음질까지
오차 줄이고 제작시간도 단축
세계 최초 기술 개발 특허까지
치수 자동측정 프로그램도 개발중

향후 5년내 국내외 1000개 매장 오픈
내년초엔 심양 1호점 이어
중국에 500개 매장 확장 계획


“골프장 한번 가보세요. 제 눈에는 다들 무슨 교복 같은 것을 입고 온 느낌이더라고요. 대한민국 아저씨들의 패션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획일’입니다. 여기에 변신을 이끌어주기 위해서는 맞춤이 답이거든요. 그런데 옛날식의 맞춤이 아닌 IT가 접목된 맞춤 바로 ‘디지털 오더메이드’(Digital Order Made)가 이제 대세가 될 겁니다.”

패션 업계에 괴짜가 등장했다. 지난해 새로 문을 연 남성 정장 브랜드 ‘셔츠앤수트(Shits&Suit)’. 지난 2001년 설립된 모바일 IT업체 ‘에어패스’가 모기업이다. 도대체 IT 업체가 왜 맞춤정장 업계에 뛰어든 걸까? 임종호(50) 에어패스 사장에게 그가 생각하는 대한민국 남성 패션의 미래를 들어봤다.

▶모든 맞춤 과정을 IT가 해결해 주는 옷=서울 강남구 삼성동 테헤란로 한복판의 ‘셔츠앤수트’ 매장에 들어섰다. 분명 패션 브랜드인데 분위기가 다르다. 자신이 원하는 재단사가 손님의 신체 치수를 측정해준다. 여기서 나온 42가지 치수만 갖고 있으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매장 내 쇼핑이 가능하다.

가슴둘레, 목둘레, 팔길이 등을 바탕으로 본인이 원하는 색상과 원단을 고르면 로봇 팔이 딱 맞는 셔츠를 가져다 준다. 또 원하는 디자인의 상ㆍ하의 디자인을 고르고 원단의 패턴ㆍ색상 등을 선택하면 가상 피팅도 가능하다. 모두 ‘셔츠앤수트’의 모회사 에어패스에서 만든 프로그램으로 가능해진 일이다.

공장에서의 재단과 박음질 기계는 ‘셔츠앤수트’의 기술이 가장 많이 들어간 백미다. 어떤 체형의 고객이라도 빠르게 특징을 잡아내 정확한 패턴을 제작하는 프로그램으로 맞춤정장 제작과정에서의 오차를 줄이는 동시에 제작기간을 단축시켜 준다. 세계 최초의 기술로 특허출원까지 완료했다.

임 사장은 “현재 개발 중인 프로그램은 손님이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모든 치수가 자동으로 측정되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셔츠앤수트’ 테헤란 지점에서 만난 임종호 사장. 고객의 요구에 맞는 옷을 어김없이 꺼내오는 셔츠 오더 로봇이 눈길을 끈다.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자수성가한 벤쳐 0세대=패션 업계는 기성복 시장은 이미 대기업들이 확고한 자리를 잡고 있고 일부 장인들의 맞춤옷 시장은 사그라드는 추세다. 이런 남성 정장 업계에 임 사장의 무모한 도전이 궁금하다.

임 사장은 전라남도 함평 출신이다. 시골에서는 공부깨나 한다는 소리를 듣던 임 사장. 고등학교는 광주로, 대학은 서울로 유학(?)을 다녔다. 당시는 지금같은 취업난을 모르던 시절, 취업할 회사는 많았지만 임 사장의 포부는 더 높은 곳에 있었다. 일단 컴퓨터로 뭔가 창업을 해보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2000년대에나 나타난 벤쳐1세대 보다 앞선 90년대 중반의 ‘벤쳐 0세대’인 셈이다.

“운전면허도 없이 버스에 당시 AT급(펜티엄 모델 이전 모델) 컴퓨터를 직접 들고 다니며 서울 시내 아무 독서실들을 돌아다니며 직접 만든 독서실 관리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팔러 다녔어요. 그때는 지금 같지 않아서 기성세대들에게 컴퓨터 공포심이 상당하던 때였죠. 하지만 순박하게 생긴 시골청년이 조근조근 설명해주는 데 이끌려서인지 벌이가 괜찮았습니다. 이걸로 사업 밑천을 모았고 이후 95년에 제대로 된 IT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과거의 장인들, 이제는 IT가 대체한다= 당시 임 사장은 인쇄광고용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을 개발해 맨손으로 일어섰다.

임 사장은 “나 때문에 인쇄광고 업계에 ‘장인’으로 불리던 도안사들이 모두 직장을 잃게 됐다”며 “그들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산업 전체로 보면 사람이 하던 일을 컴퓨터가 할 수 있게 한 과정이었고 이는 이후 패션 사업의 동기가 됐다”고 말했다. 맞춤 재단 장인들의 일을 IT 소프트웨어로 충분히 대체 가능하다고 판단해 미래의 맞춤정장 사업을 일군 것이다.

이제 그는 IT업체 사장이 아닌 패션 업체 사장으로 불리기를 원한다.

“향후 5년 내 국내외에 1000개의 매장을 연다는 계획입니다. 이 가운데 내년 초 중국 심양 1호점을 기점으로 중국 시장에만 500여개의 매장을 낼 계획입니다. IT업체로서의 DNA를 패션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거죠.”

임 사장은 해외 시장에서 ‘셔츠앤수트’의 경쟁력으로 저렴하게는 30만원부터 200만원대까지 다양한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원단을 꼽는다. 한류 열풍이 패션 맞춤업계로까지 번져 국산 제품의 인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 한류의 문화에 우리의 강점인 IT까지 결합한 패션의 신개념이 미래를 이끌어나갈지 기대된다. 

윤정식 기자/yj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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