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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칼럼 - 박영서> 中 ‘폭리’주범은 스타벅스 아닌 부동산
중국인들 의식수준도 높아져간다. 무리하게 재료를 만들어 이를 민족주의에 호소하는 보도행태는 실소를 자아낼 수밖에 없다. 폭리를 취하는 것은 커피보다는 ‘미쳤다’고 할 수 있는 중국의 부동산이다.


중국 관영 CCTV가 지난 20일 ‘스타벅스, 중국에서만 비싸다’라는 제목의 20분짜리 고발프로그램을 방영했다. 그런데 중국 소비자들의 반응이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예전 같았으면 스타벅스는 ‘공공의 적’이 됐어야 했다. 그런데 반응이 시큰둥하다. 오히려 역풍을 맞고 있다. 온라인 상에선 “스타벅스가 아니라 중국의 부동산이야말로 폭리의 주범”이라면서 뜨거운 논쟁이 일고 있다.

CCTV는 국가별 스타벅스 커피 값을 비교한 뒤 스타벅스가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고발했다. 이익률도 다른 나라에 비해 중국이 높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중국 스타벅스는 32%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미국의 21.1%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스타벅스는 중국 관영언론의 비판이 잘못된 것이라고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 최고경영자는 “미국인들이 테이크아웃을 즐기는 반면 중국인들은 한 번 커피를 마시면 매장에 오래 앉아 있어 회전율이 떨어져 원가가 더 많이 발생한다”고 해명하면서 진화작업에 들어갔다.

6년 전인 지난 2007년 CCTV의 유명 뉴스진행자 루이청강(芮成鋼)이 자신의 블로그에서 “스타벅스가 자금성(紫禁城) 안에 입점해 중국의 존엄성과 문화를 훼손하고 있다”는 글을 올리자 비판여론이 들끓은 바 있다. 당시 5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폐점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여론의 뭇매에 견디지 못해 스타벅스 자금성 매장은 개점 7년 만에 문을 닫는 수모를 겪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황이 틀리다. 적지 않은 중국 소비자, 학자들이 CCTV의 보도행태를 비난하면서 스타벅스의 편을 들고 있다. 비판의 화살을 중국 정부로 돌리고 있는 네티즌들도 늘고 있다.

“커피 가격이 비싸면 안 먹으면 되지만 부동산업계의 폭리에선 도망칠 수 없다” “중국에선 커피 말고도 외국보다 훨씬 비싼 것들이 셀 수 없이 많다. 집, 자동차, 의료비용, 교육비 등이 그것이다” “사실상 독점으로 폭리를 취하면서도 만족스럽지 못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업체가 바로 CCTV다” 등의 야유의 목소리가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중국의 유명 블로거인 ‘작업본(作業本)’도 자신의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서 “폭리업종이 셀 수 없이 많은데 우리가 1년에 겨우 5번 정도밖에 마실 수 없는 스타벅스 커피를 세계에서 가장 비싼 커피라고 CCTV는 속삭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중국 언론들은 기업의 가격인상에 비판적이며 특히 외국기업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때문에 외국기업이 ‘표적’이 되는 일이 많다. 여기에는 빈부격차, 물가상승 등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의도도 숨어 있다.

그러나 이제 중국인들의 의식수준도 높아져 간다. 무리하게 재료를 만들어 이를 민족주의에 호소하는 보도행태는 공감은커녕 실소를 자아낼 수밖에 없다. 폭리를 취하는 것은 커피보다는 ‘미쳤다’고 할 수 있는 중국의 부동산이다. 공격대상은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것에 맞춰져야 한다.

py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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