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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불황엔 미소 호황엔 근심’, 현대차의 말못할 속사정
[헤럴드경제= 김상수 기자]현대자동차가 요즘 여러 이슈에서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신형 제네시스 출시에 유럽 시장 공략 계획까지 최근 들어 언론에 현대차가 부쩍 오르내리는 일이 많아졌네요.

현대차에는 내년이 상당히 중요한 해가 될 전망입니다. 물론 제 얘기는 아니고 전문 연구기관의 분석에 따른 전망입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상당히 설득력 있습니다. 현대차가 지금까지 고속 성장을 할 수 있었던 비결, 그리고 내년에도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인가가 왜 중요한 지. 일맥상통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현대차의 경쟁력, 그리고 경기 흐름의 상관관계입니다.

자동차 판매와 경기 흐름이 상관관계를 맺고 있다? 당연한 얘기지요. 자동차처럼 고가의 상품이 경기의 영향을 받는 건 당연하겠습니다. 그런데 현대차와 경기 흐름의 관계는 일반적인 예상과 조금 다릅니다. 이 점이 바로, 현대차의 내년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최근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가 내년 자동차 시장 전망을 설명하며, 현대차를 언급한 바 있습니다. 내년 세계 자동차 시장은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현대차에는 상당히 도전적인 해가 될 것이다. 이게 전망의 요지입니다.

불황이라면 자동차산업이 위축되는 게 정석이지만, 현대차는 역설적으로 최근 몇년 간 불황 속에서 고속성장을 했습니다. 특히 6년 연속 자동차 시장이 감소세를 보인 유럽이 대표적입니다. 2008년 이후 유럽 자동차 수요는 매년 많게는 7%, 적게는 1% 꾸준히 감소했습니다. 당연히 자동차업체도 대부분 판매가 계속 떨어졌죠. 



그런데 예외가 있었습니다. 현대ㆍ기아차입니다. 이 기간 현대기아차는 매년 많게는 17%, 적게는 5% 꾸준하게 판매량을 늘렸습니다. 그래프로 표현한다면, 유럽의 자동차 시장과 현대차 판매량이 정확히 ‘X’자를 그리겠네요. 신기한 일입니다. 다른 업체들은 모두 판매량이 뚝뚝 떨어질 때 현대ㆍ기아차만 마치 딴 세상처럼 판매량을 늘렸으니까요.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그 이유를 현대차의 경쟁력에서 봤습니다. 현대차의 가장 큰 장점은 ‘실용성’입니다. 가격 대비 성능과가치, 즉 ‘가성비’가 뛰어난 게 가장 큰 특징이죠. 유럽 시장은 실용적인 소비 패턴이 강하면서도 개성을 중시하는 시장입니다. 꼼꼼하게 가성비를 따지지만, 남들보다 뒤처지는 듯한 제품은 구매하지 않는다는 말이죠.


그 틈새를 정확히 파고든 게 바로 현대ㆍ기아차였습니다. 불황의 여파로 주머니 사정은 얇아지니 가격대를 낮춰서 보기 시작하고, 도요타나 닛산 등 일본차 브랜드를 보자니 일본 대지진의 여운도 있고, 또 지금까지 너무 많이 팔렸던, 그래서 뭔가 개성을 표현하기엔 부족한 듯한 모델이고요. 그런 상황에서 현대ㆍ기아차가 시장에서 통했다는 게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의 분석입니다. 일종의 불황특수를 기대할 수 있었던 셈이죠.

물론 그밖에도 미국차ㆍ일본차의 부진, 현대ㆍ기아차의 유럽 현지생산 증가 등의 요인도 복합적으로 작용했습니다. 그래도 가장 큰 요인은 역시 현대ㆍ기아차의 강점이 불황이란 시대적 배경과 잘 맞아떨어졌다는 점이 될 것 같습니다.

여기서 현대차의 고민이 시작됩니다. 유럽 자동차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년에는 7년만에 유럽 시장이 턴어라운드를 하리란 전망까지 나왔습니다. 불황에는 현대차가 인기를 끌었는데, 다시 주머니 사정이 나아지고, 자동차가 이동수단 이상의 도구로 활용도가 높아질 시기에도 과연 현대차, 기아차는 인기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불황기엔 실용성을 위주로 차를 구매했다면, 호황기엔 그 구매 패턴이 변할 수밖에 없다는 게 현대차의 고민입니다.

현대차도 변신을 꾀하기로 했습니다. 지금의 성장세를 유지하려면 새로운 변화가 불가피합니다. 최근 현대차가 브랜드 가치, 프리미엄, 질적 도약을 강조하는 게 다 이 같은 이유입니다.

경기 회복기엔 실용성만으로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 일각에선 현대차가 무슨 프리미엄을 강조하느냐고 낮춰보는 시각도 분명 존재합니다. 맞습니다. 쉬운 일이 아니죠. 어쩌면 좋은 제품은 노력하면 1, 2년 만에 만들 수 있을지 몰라도, 브랜드 가치를 지닌 모델은 10년, 20년이 지나도 힘들지 모르겠습니다. 역사와 전통이란 게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니까요.

그럼에도 현대차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게 또한 현실입니다. 이젠 실용성만 앞세워서는 더이상 성장할 수 없으니까요. 현대차는신형 제네시스를 유럽 시장에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내년에는 신형 쏘나타도 선보일 예정입니다. 두 모델이 당장 내년 현대차의 도전을 대변할 모델이 될 예정입니다.

현대차가 해외시장 문을 두드릴 때만 해도 해외에서 누가 현대차를 사겠느냐며 비웃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자동차의 본고장 미국, 자동차 프리미엄의 산역사 유럽에서 현대차가 이처럼 팔릴 것이라 예상했던 이는 극히 드물었습니다.

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다는 도전은 어쩌면 질좋은 제품을 만들어내던 도전보다 더 험난할 듯합니다. 만약 성공한다면, 현대차는명실 공히 세계 자동차 산업에 큰 족적을 남길 자동차 기업으로 발돋움할 것이며, 여기서 실패한다면 최근 몇년 간의 성장은 잠깐 스쳐가는 과거로 남게 되겠죠. 그리고 그저 한국을 대표하는 자동차기업 정도로만 머물겠죠.

신형 제네시스, 신형 쏘나타로 승부하는 내년이 그 갈림길이 될 전망입니다. 내년이 현대ㆍ기아차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입니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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