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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젊은 명의들②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이상수 교수>
“손재주가 유난히 좋던 소년, 세계 내시경 치료의 새 역사를 만들다”



어렸을때부터 손재주가 남다른 소년이 있었다. 소년은 중학생때 책을 보고 회로도를 직접 그려 청계천 도깨비시장에서 부품을 구해 라디오를 직접 설계해 만들었다. 공학자가 될 것 같았던 이 소년은 지금 ‘세계 내시경 시술의 새 역사’를 쓰는 장본인이 됏다.

‘칼질은 왼손, 가위질은 오른손’. 양손잡이인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이상수 교수(46)의 빠르고 섬세한 손놀림을 보고 국내 담도·췌장 분야 일인자인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김명환 교수는 이 교수에게 담도 ㆍ췌장 파트를 적극 추천했다.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이 장까지 흘러가는 길인 담도에 돌이나 염증, 암으로 막혔을 때 뚫어주는 것이 이상수 교수의 주요 치료 분야다. 담도는 장기와 혈관에 둘러싸여 있는데다, 복잡한 곳에 자리 잡고 있어 시술이 쉽지 않다는 점이 특징으로 그만큼 의사의 고도의 수술 테크닉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분야이다.

급성담낭염은 담석이나 종양 등에 의해 담낭관이 막히면서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분만과도 같은 심한 통증(담도산통)이 발생하는 아주 고통스러운 질환이다. 2004년 이 교수가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전임강사 때였다. 간 기능이 좋지 않아 복수가 차오른 77세의 고령의 할머니가 급성담낭염으로 응급실에 왔다. 담낭에 고름이 차고 패혈증까지 와서 담낭염의 기존 치료방법인 ‘담낭절제술’이나 ‘경피경간 담낭 배액술’(PTGBD)로는 환자를 살릴 수 없다는데 모두 동의했지만, 별다른 대안을 찾지 못했다. 


이 교수는 그동안 연구해왔던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보기로했다. ‘세계 최초의 내시경 초음파를 이용한 시술’이었다. 평소 “요즘 세상에 암도 고치는데 염증으로 죽는다면 너무 억울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갖고 새로운 방법을 찾던 중이었다. 당시 외국 등 내시경초음파 분야의 대가라고 알려진 사람들은 담낭을 내시경초음파을 이용해 접근하는 것은 위험성이 높아 금기시되는 분위기였다.

이 교수의 방법은 피부를 통해 담낭으로 배액관을 삽입하는 방법 (경피적 배액술)대신 위나 십이지장에서 내시경 초음파를 통해 담낭에 배액관을 삽입하여 담즙을 제거하는 최초로 시도되는 방법이었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이후 이 교수는 2년간 기존의 치료 방법으론 치료가 어려운 9명의 환자에게 내시경 초음파 치료법을 했다. 하지만 연이은 성공에도 새로운 치료법의 등장은 안전성 논란을 피할 수 없었다. 2012년 그간의 50여명의 치료 결과를 토대로 기존 치료법과 내시경 초음파 치료법의 성공률과 합병증 발병률을 비교해 ’미국소화기연관학회‘에 발표했다. 두 방법 모두 치료성공률과 합병증 발생률이 비슷한 결과를 나타냈고 이 교수의 방법 역시 효과적이고 안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결과였다.

특히, 통증의 경우 이 교수의 방법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통증 점수가 기존의 경피적 배액술을 받은 환자들 평균 통증 점수의 최대 80%까지 낮게 측정되어 통증 감소에는 탁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회에 참석했던 교수들은 ‘독보적인 시술법과 연구 성과’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교수의 수술법은 현재 ‘세계 내시경 초음파 분야의 새로운 치료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교수의 의사로서의 진료원칙은 ‘모든 치료의 우선순위는 환자다’이다. 이 교수는 “학계의 신뢰를 얻은 것보다, 새로운 치료법의 더 값진 성과는 환자의 삶이 이전보다 나아졌다는 점이다”고 말한다. 이 교수가 레지던트 시절, 7살 아들의 초등학교 입학식에 갈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는 시한부 췌장암 환자를 지도교수 몰래 보내주었던 사건을 잊지 못한다. 이 환자는 입학식에 참석하고 얼마안돼 세상을 떠났다. 이 교수가 초등학생때 아버님이 직장암으로 돌아가실 때 “아들 중학생 교복입는 것을 보고 죽는게 소원이다”라는 말을 가슴속에 품고 있기 때문에 환자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한 환자보호자는 이 교수에게 보낸 ‘고인이 된 어머니가 보내지 못한 편지’를 통해 이렇게 전했다. ‘환자를 의사의 재능으로만 대하지 않고 상처받은 마음조차 헤아려주는 당신이 진정한 명의입니다.’

김태열 기자/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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