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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젊은 名醫들① 서울대병원 안과 김정훈 교수>
“선천적안질환 아이들에게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여주고 싶어”



의료든 어떤 분야이든 눈에 보이는 편한 길을 마다하고 미지의 영역이나 새로운 길을 가려는것은 ‘희열임과 동시에 고난의 연속’이다. 힘들기만하고 돈도 안되는 희귀질환분야에서 수 십년간 묵묵히 연구에 정진하는 것은 웬만한 사명감을 가지고는 힘든 일이다. 소아 선천성안질환인 ‘미숙아망막병증’연구에 지금도 연구실과 임상현장을 분주히 뛰어다니는 서울대 안과 김정훈 교수(40)는 기자의 인터뷰조차도 처음엔 환자들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며 고사를 할 정도로 연구에 정진하는 순박(?)한 의학자이다.

김 교수는 1992년 서울대 의과대학에 처음 입학할 때부터 ‘기초 연구자’로써 꿈을 가지고 있었지만 당시 여건상 연구자로의 길은 험난했다. 안과 전공의로 시작할때만해도 막연하게 안과 임상을 마치고 미국에 가서 기초 연구를 한다는 정도의 대략적인 목표만 있었다. 김 교수가 특히 미숙아들의 선천적 안질환에 대해 일생을 걸겠다는 목표를 세운 건 전공의1년차 때였다.

서울대병원 소아안과 1년차 전공의로 일하면서 맡게 된 첫 환아가 ‘미숙아망막병증’ 환아였다. 당시 환아 엄마는 지방 대학병원에서 ‘미숙아망막병증이 진행되어 아이는 앞으로 시력은 가질 수 없다’는 얘기를 듣고 마지막으로 실낱같은 희망를 안고 서울에 올라왔지만, 조산으로 아이를 낳은 본인의 잘못으로 아이가 실명했다는 죄책감으로 너무 힘들어 했다. 김 교수는 “그 어머니의 아픔이 너무 크게 다가왔고, 내가 안과 연구자로 앞으로 연구를 한다면 꼭 이 분야를 연구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회상했다. 


미숙아망막병증은 조산으로 미숙아로 태어날 경우 약 10~15%에서 발병하는데 망막에 비정상적인 혈관이 자라서 생기는 병으로 제때 발견해 치료하며 정상으로 돌아오기도 하지만 실명으로도 이어지는 무서운 질환이다. 김 교수가 처음 이 병을 연구해보겠다고 할 때에는 희귀질환이라 안과 의사들조차 관심을 갖지 않았다. 김 교수는 “하지만 누군가는 이 아이들을 위해서 해야하는 일이고 이 아이들에게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볼 수 있게 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다면 본인이 안과 연구자로서 후회없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환아의 일을 계기로 김 교수는 소아안과를 전공하고 연구도 하겠다는 마음으로 선천성 안질환 분야 진료를 개척하여 발전시켜온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소아안과 유영석 교수에게 의견을 물었고 유 교수는 ”내 시대에 임상적인 기초를 닦는 일이 더 시급해 펼쳐보지 못한 연구를 후배들이 잘 해보면 좋겠다“며 사사의 기회를 열어줫다. 소아안과를 전공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이후 망막혈관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지만 당시 혈관연구는 암에 관련된 것이 대부분이었다. 안과 전문의들 조차 “눈에도 혈관 연구를 하나?”할 정도로 관심이 없었다.

김 교수는 이후 1년간 기회가 되는대로 강의도 듣고 논문을 찾아 읽어 국내에 혈관 연구를 잘하시는 4명의 교수님들께 무작정 장문의 이메일을 보냈고 이때 유일하게 만나자고 답을 주었던 서울대 약대 김규원 교수를 만나게된다. 김 교수는 “앞으로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임상을 하면서 기초 연구도 할 수 있으려면 김정훈 선생처럼 젊은 임상의과학자가 늘어나야 가능하기 때문에 무엇이든 지원해주겠다”고 조언했고 이후 김규원 교수에게 단순히 연구에서의 지원 뿐 만아니라, 연구자로 살아가는 삶의 태도까지 많은 면에서 가르침을 받았다.

현재 김 교수가 대학에서 맡은 업무는 임상의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한 ‘임상의과학과’ 대학원 교수이다. 임상의과학과는 서울대 의대가 임상과 연구 두 가지를 다할 수 있는 인력을 위해 만든 대학원이다. 김 교수는 “생물학을 전공하신 아버님이 평소 노벨의학상이 나올려면 3대(스승,본인,제자)에 걸쳐 노력해야 결실이 생긴다고 말씀하셨다"라며 “미숙아망막변증과 선천성안질환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임상의과학자로 꿈을 가진 후배들이 그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아이들을 워낚 좋아해서 취미도 시간이 날때면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탱크 모형을 조립하는 것이라는 김 교수의 소박하지만 원대한 꿈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김태열 기자/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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