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크엔드] 警 “기소권과 수사권 분리해야”…檢 “헌법상 수사지휘는 당연”
아직도 계속되는 검 · 경 수사권 갈등…양측 입장은
경찰의 입장
“사회적으로 주목받을 만한 사건 있을 때마다
수사중단 송치명령 내리고 사건 빼내 검찰 잇속만”

검찰의 입장
“영장독점청구권은 헌법으로 정해진 것…
인권 문제 등 고려하면 경찰에 영장청구권 줄 수 없다”



창설 68주년을 맞은 경찰에게는 아직도 풀지 못한 ‘숙제’가 있다. 바로 검ㆍ경 간 수사권 조정 문제다. 2011년 ‘검사의 사법경찰 관리에 대한 수사지휘 및 사법경찰 관리의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이 개정되면서 경찰은 중대한 전환기를 맞는다. 내사 단계에서는 검찰 지휘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수사개시권을 갖게 된 것이다.

하지만 내사의 범위가 초기 탐문과 정보 수집으로 축소되고, 내사 종결한 사건의 목록을 검찰에 보고하게 돼 있어 경찰이 애초 요구해온 ‘수사권 독립’과는 거리가 멀었다.

사실, 경찰의 수사권 독립 요구는 고배의 연속이었다. 1955년 경찰의 기구 독립을 담은 법무부의 ‘경찰법안’으로 시작된 수사권 논쟁은 정치권의 변화에 따라 쟁점화됐다. 1962년에는 경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권 독립 주장이 나왔고, 1980년 4월 제5공화국 헌법을 개정할 때도 다시 불거졌지만 금세 사라졌다. 1998년에도 수사권 독립 논의가 학계와 정치권 등에서 활성화되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의 자질과 수사 통제 필요성 등이 제기되며 경찰은 더 이상 논의를 확장시킬 수 없었다.

식어 있던 수사권 독립 논의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당선과 함께 활발해졌다. 2003년 1월 경찰청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사법경찰의 수사권 독립안을 공식 제출하면서 불을 붙였다. 경찰은 수사권 독립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그러나 결국 검찰에 밀렸고, 수사권 독립 요구는 물밑으로 사라졌다.


2011년 검ㆍ경은 청와대가 경고할 정도로 자존심을 건 대결을 벌였다. 특히 당시 조현오 경찰청장은 자리를 걸고 수사권 독립을 쟁취할 태세를 보였다. 검ㆍ경은 결국 국무총리실의 중재에 따라 대통령령 개정안에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 대선이 있었던 지난해에는 다시 한 번 검ㆍ경 수사권 이슈가 불거졌다. 주요 대통령 후보들은 검ㆍ경 수사권 조정을 약속했다. 당시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었다. 박 대통령은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통해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을 축소하고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목표로 우선 경찰 수사의 독립성을 인정하는 ‘수사권 분점을 통한 합리적 배분’을 약속했다.

이 같은 검ㆍ경 수사권 조정의 본질은 수사지휘권에 있다. 경찰이 수사를 할 때 검찰로부터 지휘를 받는 것이 현행 제도다. 경찰은 이에 대해 “기소권과 수사권은 분리돼야 한다. 세계적인 추세가 그렇다”는 입장이지만 검찰은 “수사 전문성과 인권 침해, 헌법상의 검사 권한 등을 따져볼 때 수사지휘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체포ㆍ구속영장 등을 경찰이 신청할 경우 검찰의 지휘를 받아야 하는 부분도 논란거리다. 경찰은 초동 단계부터 수사를 하지 않는 검찰이 불합리하게 개입하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한다. 경찰은 특히 지난해 불거진 막말검사, 뇌물검사, 김학의 사건 등 검사를 상대로 수사할 때마다 검찰이 초동 수사에 영장을 내주지 않거나 특임검사를 선정해 수사를 가져가면서 검찰에 대한 수사를 막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이에 대해 “검찰의 영장독점청구권은 헌법으로 정해진 것으로, 헌법을 개정해야 하는 문제”라며 “인권 침해 등의 문제를 고려하면 경찰에 함부로 영장청구권을 줄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수사중단 송치지휘 문제나 호송ㆍ인치 문제 역시 아직까지도 정리되지 않은 검ㆍ경 간 이슈다.

경찰은 “검찰은 검사가 사건에 관련돼 있거나 사회적 주목을 받을 만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수사중단 송치명령을 내리면서 사건을 빼내 자기 잇속을 차린다. 수사지휘라는 명목으로 귀찮고 빛 안 나는 작은 사건을 경찰에 떠넘기는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한다.

검찰은 그러나 “검ㆍ경 간 중복 수사로 인해 인권이 침해되는 일을 막기 위해 수사중단, 송치명령은 꼭 필요하다”며 “호송ㆍ인치의 경우 인력이 부족해 직접 실시하기 어렵다. 안전행정부 등과 협의해 인력이 보강되면 호송ㆍ인치할 예정”이라고 항변했다.

이런 논란에 대해 학계에서도 의견은 갈린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은 비교법적으로 유례없는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다. 검찰은 수사권, 수사지휘권, 수사종결권, 영장청구권, 기소권, 공소유지권, 형집행권 등을 전속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이런 구조에서는 필연적으로 부패와 비리, 권한 남용이 발생한다”며 “사건 송치 전에는 경찰 수사에 대한 검사 지휘를 배제해 경찰의 독자적 수사권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경찰에게는 전 건 송치 의무를 부과하고 송치 후 검사의 보강 수사요구권을 인정해 견제와 균형을 지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검사 출신의 노명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은 직접 수사 기능을 수행하고, 검찰은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를 통해 절차의 적정성과 국민의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현재의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재현 기자/mad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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