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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칼럼 - 박영서> 10초마다 1건…中 비자담당 영사는 슈퍼맨?
비자담당 한국인 영사 2명이 담당하고 있다. 올 8월까지 비자 발급건수가 30여만건. 이들은 하루 평균 1500건의 사증업무를 처리하는 셈. 그런데 정부는 지원에는 인색하고 이들이‘ 슈퍼맨’이 되기를 기대하는 것 같다.


대한민국의 ‘관문’이자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베이징의 주중 한국대사관 영사부 건물. 한국대사관에서 불과 200m가량 떨어진 외교빌라단지 내에 새로 마련된 신청사로 지난 4월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신청사는 5층 단독건물로 싼리툰(三里屯)에 있었던 영사부가 이곳으로 옮기면서 좀 더 쾌적한 환경에서 민원업무를 신속히 볼 수 있게 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았다. 최근 영사부 1층에 있는 민원실을 가봤다. 민원실은 칸막이로 비자신청 창구와 여권ㆍ공증업무 창구로 공간을 분리해 운영하고 있었다. 4개의 비자신청 창구는 중국인들이, 2개의 여권ㆍ공증업무 창구는 한국 교민들이 주로 사용한다.

비자신청 창구는 한국 가는 비자를 신청하려는 중국인들로 북새통이었다. 하루 방문객 수가 적게는 300명, 많게는 400명에 이른다고 한다. 영사부 측은 “그래도 지금은 나은 상황이다”면서 “지난 여름휴가 때는 ‘도떼기시장’을 방불케 했다”고 말했다.

이런 ‘폭증’ 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9월부터 중추절ㆍ국경절 연휴가 이어지고 복수비자 대상자도 대폭 확대되면서 방문객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더 우려되는 점은 영사부의 심각한 인력 부족이다. 이곳의 올해 1~8월 비자 발급건수는 30만161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8.1% 늘어났다. 이는 전 세계 175개 한국공관 가운데 가장 많은 건수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올 한 해 사상 처음으로 50만건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 관광객이 계속 늘어나고 사증 발급 절차와 규제도 크게 완화되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그런데 이 많은 업무를 비자담당 한국인 영사 2명이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담당 영사가 3명이었는데 1명이 한국으로 복귀하면서 올해부터는 2명의 영사가 업무를 분담하고 있다. 올 들어 8월까지 비자 발급건수가 30여만건에 이르니 이들은 하루 평균 1500건의 사증업무를 처리하는 셈이다.

이런 인력상황이라면 단순한 서류심사도 힘에 부친다. 영사부의 한 관계자는 “10초마다 1건을 심사하는 것이다”면서 “비자를 그냥 찍어낸다고 보면 된다”고 토로했다. 주말에도 나와 일할 정도로 업무는 폭증하는데 충원은 감감 무소식이다. 한국 정부가 중국인들에게 비자를 발급하면서 거둬들이는 인지대 수입이 연간 수백억원에 이르는데 사람 하나 더 쓰는 데는 이렇게 인색하다.

턱없이 부족한 인력과 격무로 인해 만약 비자발급과 관련해 대형사고라도 터지면 어쩌려는 셈인지 ‘무관심’이 답답하고 안타깝기만 하다.

재외공관에 지나치거나 비효율적인 면이 있다면 과감하게 개선해야 하겠지만 외국에서 열심히 일하는 외교관들에게 지원할 것이 있다면 당연히 지원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지원에는 인색하고 이들이 ‘슈퍼맨’이 되기를 기대하는 것 같다.

이런 판국에 무슨 영사 서비스 업그레이드가 제대로 이뤄지겠는가. 부작용이 더 커지기 전에 정부가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선하려는 의지라도 보였으면 좋겠다. 

py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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