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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디자인’하면 네덜란드죠“..네덜란드에서 온 신선한 메시지

기사입력 2013-09-05 08:03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영국과 독일이 현대디자인 육성에 많은 투자를 하며, 다각도로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네덜란드는 자타가 공인하는 디자인 강국이다.

네덜란드는 최근들어 세계 디자인과 건축을 선도하고 있다. 네널란드의 디자인과 건축은 결과물을 중시하지 않는다. 즉 새롭게 뭔가를 창조하는 것 보다, 기존의 것을 다시 볼 것을 강조한다. 기존의 것에서 다른 무언가를 발견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고 실천하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네덜란드의 디자인과 건축은 우리 앞에 놓인 것을 재조명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지속가능성, 재활용, 재구축을 추구하는 네덜란드 디자인과 건축의 현황은 서울 한국국제교류재단 KF갤러리에서 내달 30일까지 열리는 ‘네덜란드에서 온 새로운 메시지-네덜란드의 건축과 디자인’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번 특별전은 1990년대 이후 세계적 관심을 얻고 있는 네덜란드의 디자인과 건축을 소개하며, 그들의 작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조명한 자리다. 이 특별전에는 네덜란드 젊은 디자이너와 건축가들의 신선한 작업들이 망라됐다.

Fiet, Studio Toer, 2013 photo: Castor Bours

이번 전시는 다섯개의 섹션으로 짜여졌다. ‘RE:USE’는 기존의 건축물에, 새로운 공간을 덧붙여 또다른 쓰임새와 미감, 그리고 가능성을 보여주는 건축 섹션이다. 인간행동에 대한 관찰을 바탕으로 새로운 생각과 방법론을 제시하는 디자인섹션인 ‘RE:MIND’, 네덜란드 사회 문화 전반에 내재된 ‘통계’의 의미를 시각화해 보여주는 인포그래픽(infographics) 섹션인 ‘RE:SEARCH’도 꾸며졌다.

아울러 지난 20년간의 네덜란드 건축연감 등을 통해 다양한 작품을 탐색해볼 수 있는 ‘RE:MARK’섹션, 전시내용을 담은 엽서 형태의 타이포그래피 작업을 관람객들이 직접 모으고 구성해 새로운 메세지를 만드는 체험형 프로그램 ‘RE:NEW’가 곁들여졌다.

‘RE:USE’에는 총 12개의 건축 작품이 관객과 만나고 있다. 그중 가장 관심을 끄는 작품은 철거가 잡혀있던 교회 건물의 벽을 재사용하며, 내부와 외부를 전환하는 대담한 실험을 한 ‘루드허호프’(건축가: 아틀리에 프로, 2005). 아틀리에 프로는 교회 건물 일부를 보존하는 동시에, 전혀 다른 성격의 새로운 공간을 첨가했다 교회 외벽을 ‘건물의 내부’로 과감하게 뒤바꾼 시도는 ”놀랍고도 창조적인 발상"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Whispering Chairs, Denis van der Sar, 2010

또 공원의 작은 파빌리온에서부터 도심의 대형 미술관, 소규모 집합주거단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케일의 작품들이 과거의 가치를 존중하면서도 현재의 요구를 재치있게 반영하고 있어 흥미롭게 살펴 볼 수 있다.

네덜란드 디자인의 현주소는 ‘RE:MIND’ 섹션에서 살필 수 있다. 인간 행동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통해 본질적 가치를 슬기롭게 환기시키는 디자인 작품들이 한데 모였다.

한국계 디자이너 류지현과 네덜란드 디자이너 다비드 아르투프가 설립한 스튜디오 지현 다비드의 ‘냉장고 없이 음식 보관하는 방법'이 좋은 예다. 지현 다비드는 현대인들이 아무 생각없이 사용하는 냉장고에 의문을 던졌다. 집안의 자리를 꽤나 많이 차지하고, 너무나 많은 것을 꾸역꾸역 쟁여놓아 식재료 낭비를 부르는 냉장고를 퇴출시키는 방안을 탐구한 것.

두사람은 여러 개의 나무선반을 디자인했다. 농부들과 선조들의 구ㅗ‘네덜란드에서 온 새로운 메시지전지식을 모아 냉장고 없이 식자재를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각 선반마다 과일및 뿌리채소, 향신료, 계란, 감자 등을 저장할 수 있도록 선반을 각기 다르게 디자인해 벽에 매달았다. 이를테면 당근과 파는 고운 흙 속에 파묻어 보관하고, 계란은 동그란 홈이 파인 나무선반에 거꾸로 박아서 보관하는 식이다. 두사람의 이같은 생활디자인은 일상에서 디자인이 갖는 사회적 역할, 지속가능한 디자인의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Save Food from the Fridge, Studio Jihyun David, 2009

스튜디오 토어의 조명 디자인 또한 흥미롭다. 그들의 작품 ‘피트'는 감정을 시각화한 역동적인 조명작품이다. 주변 소리에 반응해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자유롭게 움직인다. 그런가하면 ’속삭이는 의자‘는 높은 의자에 앉아, 얇은 종이 담벼락에 귀를 기울이도록 했다. 암스테르담 중심지에 신축된 ’익스체인지 호텔‘의 시도는 매우 경쾌하다. 모델이 의상을 바꿔입듯 객실 인테리어 디자인과 객실 디자인을 하나의 패션 작품처럼 유동적으로 만들었다. 스튜디오 이나 마트는 쉽게 움직일 수 있는 소파와 쿠션을 디자인해 모든 객실이 수시로 변화하며 다른 표정을 짓도록 했다.

이렇듯 삶의 지혜와 창의적인 라이프 스타일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기에 네덜란드 건축과 디자인은 세계로부터 갈채를 받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젊은 건축학도, 디자인 전공생은 물론 일반 관람객들에게도 새로운 창의력과 영감을 가져다주는 전시로 평가받고 있다. 전시관람은 월~금요일 오전 11시~오후 8시, 토요일은 오전 11시~오후 6시 가능하며, 일요일은 휴관이다. 전시기간 중 광복절, 개천절은 개관한다. 무료관람.

yrlee@heraldcorp.com

Cremer Museum, SeARCH + Rem Koolhaas,2013 photo: Fred van Assendelf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