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피화 가치 급락으로 1991년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를 맞고 있는 인도가 보수 성향의 내부 인사를 택해온 관례를 깨고 라구람 라잔<사진>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신임 중앙은행장에 전격 선임했다.

올해 51살인 라잔은 인도에서 대학을 나왔으나 박사학위는 MIT에서 받았으며 시카고대 경영대학원에도 오래 몸담았다.

지난 2003년부터 2006년까지는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냈으며 그때 미국발 금융 위기를 정확히 경고한 것으로도 명성이 높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 “라잔의 어깨가 무겁다면서 루피화 가치 방어와 위축된 성장 회복, 그리고 심각한 자본 이탈 견제란 화급한 과제가 만만치 않다”고 지적했다.

달러에 대한 루피화 가치는 6일 한때 기록적인 61.87까지 떨어졌다가 라잔 임명소식이 전해지면서 소폭 회복됐다. 루피화 가치는 지난 2년 39% 급락했다. 특히 지난 5월 22일 이후에는 하락폭이 더욱 가파라지면서 13%에 달했다.

JP 모건의 자한기르 아지즈 수석 인도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출구 전략’ 움직임 등으로 인도가 큰 충격을 받고 있다면서 “피가 흐르는 것이 멈추지 않으면 쓰러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같은 최악 상황때문에 아지즈는 라잔에 기대를 걸면서도 한계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라잔의 폭넓은 (월가) 시장 경험이 임무 수행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그러나 “자신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에 한계가 있음을 잘 알 것”이라고 지적했다.

라잔은 임기를 끝내고 물러나는 두부리 수바라오의 뒤를 이어 내달 4일부터 3년임기를 시작한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