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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세대 게임 신화' 김택진-김정주, 그들이 찾은 기회의 땅은…


넥슨-엔씨 소셜ㆍ온라인게임 개발사 잇달아 투자 … 개발사 투자서 플랫폼 및 포털 투자로 확대될 전망
무차별 정부규제에 해외서 기회 찾는 현상 심화 … 게임허브 위상 '개방 정책' 내세운 국가로 이동 조짐


대한민국 게임 신화의 주 무대가 북미로 확대될 전망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엔엑스씨 김정주 대표,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 등 국내 게임산업을 부흥시킨 1세대 CEO들이 북미 게임사 투자에 적극 뛰어들었다.
김정주 대표는 '로보토키', '시크릿뉴코', '럼블 엔터테인먼트' 등 올 상반기에만 북미 개발사 3곳에 지분투자를 감행하는 한편, 김택진 대표는 한정원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코리아 전 대표와 의기투합해 북미에 신생 개발사 '몰튼 게임즈'를 설립했다고 지난 7월 밝혔다.
게임산업의 국경이 사라지고, 탈 플랫폼 현상이 나타나면서 이 같은 현상이 가속화됐다고 전문가들의 보고 있다. 또한 국내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게임 콘텐츠를 무분별하게 규제해온 반면 해당 국가에서는 게임산업의 가치를 인정하고, 공정한 비즈니스를 지원하면서 국내 보다는 북미에서 기회를 찾는 동향이 거세졌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김정주-김택진 美개발사 집중 공략
1세대 게임 신화 중 근래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인 것은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김 대표는 한정원 전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코리아 대표와 의기투합해 북미 샌디에이고에 온라인게임 개발사 몰튼게임즈(Molten Games)를 창업했다.
몰튼게임즈는 한정원 전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코리아 대표가 CEO로, 엔씨소프트가 투자를 단행한 형태로 설립됐다. 양측이 구체적인 투자금과 지분율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으나 이 과정에서 수십억 원의 자금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김택진 대표의 이번 행보는 지난해 6월 엔씨소프트의 지분 14.7%를 넥슨에 매각, 최대주주 자리를 내어준 후 처음으로 공식화된 투자여서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계약 과정에서 NDA(기밀유지협약)를 맺은 까닭에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할 수 없었으나 김택진 대표 개인이 아닌 회사 차원에서 투자가 들어갔기 때문에 엔씨소프트가 몰튼 게임즈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1세대 게임 신화 중 가장 공격적인 M&A를 선보여온 김정주 엔엑스씨(NXC)대표도 북미 게임사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일본, 스페인 등 글로벌 게임사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해온 그는 금년 2월 북미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게임 개발사 '로보토키' 인수를 시작으로 7월에는 소셜게임 개발사 '시크릿뉴코'에 지분 투자를 실시했다. 특히 '시크릿뉴코' 지분 투자를 발표한 지 2주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북미 멀티 플랫폼 게임사 '럼블 엔터테인먼트' 지분 투자 사실을 연달아 공개했다. 이로써 금년에만 김정주 대표가 3개의 북미 게임사에 투자를 단행한 셈이다.
김택진, 김정주 대표와 함께 웹젠 김병관 의장도 북미 게임사 인수에 적극적이었다. 김병관 의장은 지난 2월 미국 온라인게임사 '갈라넷' 지분 100%를 1,755만 달러에 인수했다. 특히 갈라넷은 유럽지역 게임서비스를 담당하는 갈라네트웍스 지분을 전량 보유하고 있는 만큼 해당 인수를 통해 북미와 유럽 게임사의 경영권을 한 손에 거머쥐었다.

 

 
→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 엔엑스씨 김정주 대표가 금년 북미 게임사에 집중 투자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탈 플랫폼ㆍ정부규제 해외 투자 부추겨
1세대 게임신화들이 북미 게임사 투자 뛰어든 이유는 게임사업의 글로벌 확장이 용이하고, 무분별한 게임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그 중에서도 전 세계 게임시장의 탈 플랫폼 동향이 북미 게임사 투자를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국내 게임시장의 경우 오래 전부터 온라인게임을 국내에서 개발, 해외 퍼블리셔를 통해 게임을 수출하거나 현지 법인을 직접 차려 자체 서비스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모바일 및 소셜게임이 열풍을 일으키는데 반해 관련 분야에서는 비교적 초행길을 걷는 국내에서 게임을 개발해야 할 명분이 약해지고 있다. 반면 모바일 및 소셜게임의 메카인 북미에서 직접 개발과 서비스를 주도할 경우 전 세계 진출이 오히려 용이해진 현상이 가장 큰 배경이 됐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넥슨이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해외 게임사 상당수는 소셜 및 모바일게임사로 알려졌다. 가령 '시크릿뉴코'는 소셜게임으로 성장한 징가의 핵심 개발자가 설립한 모바일 및 태블릿PC 게임사며, 최근 투자가 단행된 '럼블 엔터테인먼트' 역시 콘솔부터 시작해 모바일게임에 이르기까지 멀티플랫폼 게임을 제작 중인 곳이다.

1세대 게임 신화가 해외에 눈을 돌리는 이유는 정부 규제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게임산업을 지지하지 않는 국가에서 관련 사업을 기피하는 것은 필연적인 결과라는 설명이다.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구 한국게임산업협회) 김성곤 사무국장은 "게임산업의 경우 대한민국이 기술력과 자금, 인력 등에서 허브 자리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게임에 대한 정부규제로 게임산업이 폐쇄적인 길을 걷다보니 그 허브가 해외로 이동하고 있다"며 "가령 금융권에서도 폐쇄적인 정책을 한 국가는 경쟁력을 잃는 반면 개방 정책을 고수하는 국가가 금융 강국이 되고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해외에 없는 규제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낼 경우 흡사한 흐름을 밟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플랫폼사 투자 물망에 오를 전망
국내 대형 게임사들이 국내가 아닌 해외 투자량을 늘리는 현상은 향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그 중에서도 현재 주류를 이루는 개발사 투자 뿐만 아니라 유저간 네트워크가 확보된 플랫폼사나 포털사 인수가 지속 시도될 것으로 보인다.
한 전문가는 "지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국내 게임사 인수 합병이 열풍을 일어왔던 까닭에 소위 내부에서 나눠먹기는 포화됐다고 판단, 해외 게임사 지분투자로 양사가 협업하는 모델이 늘고 있다"며 "특히 대형 게임사의 경우 플랫폼사나 포털사 인수를 지속 시도해 글로벌 서비스 역량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형 게임사 인수 건에 대해서는 관련업계에서 지속 언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김정주, 김택진 대표는 지난해 EA와 밸브 인수를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질 만큼 북미 대형 게임사 M&A에 욕심을 내비친 바 있다.

북미 게임사뿐만 아니라 유럽 및 일본 게임사 투자도 적극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이에 앞서 CJ E&M 넷마블의 경우 지난 3월 터키 게임 퍼블리셔 조이게임 지분 50%를 확보한 바 있으며, 넥슨은 지난해 일본 모바일 게임사 글룹스 지분 100%를 인수해 현지 모바일 사업을 공격적으로 추진 중이다.
넥슨의 한 관계자는 "올 들어 넥슨이 북미에서만 세 군데 게임사에 투자하고, 이들 기업이 모바일 혹은 멀티플랫폼에 특화된 게임사여서 넥슨이 해당 디바이스에 국한돼 투자를 단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있지만 차세대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게임사 투자라는 의미에서 지켜봐 주셨으면 한다"며 "향후에도 가능성이 높은 게임사에 대한 투자는 지속적으로 기회를 엿볼 것"이라고 말했다.

 

 
황지영 기자 ga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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