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수일·인순이·윤미래·이미셸… 사회적 편견딛고 가요계 한축으로
이미셸은 지난해에 방송된 SBS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 시즌1에서 이하이, 박지민과 더불어 강력한 우승후보 중 한 명이었다. 비록 ‘톱4’행을 눈앞에 두고 우승을 향한 도전은 좌절됐지만, 이미셸은 폭발적인 성량으로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미셸을 향한 관심은 뛰어난 실력에만 쏟아지진 않았다. 그는 미국인 흑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다문화가정 출신이었다. 피부색은 다른 출연자들과 달랐지만, 이 ‘흑진주’는 단 한 번도 미국 땅을 밟아본 경험이 없는 본토박이 한국인이었다.
다문화가정 출신자들을 향한 사회적 편견이 심했던 과거, 연예계는 이들에게 주어진 몇 안 되는 신분 상승의 사다리였다. 지금도 연예계엔 적지 않은 다문화 출신 가수들이 활동하고 있다. 1978년 그룹 희자매로 데뷔한 이래 지금까지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국민가수’ 반열에 오른 인순이는 미국인 흑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1977년 데뷔곡 ‘사랑만은 않겠어요’를 히트시킨 후 ‘황홀한 고백’ ‘아파트’ ‘제2의 고향’ 등으로 80년대 가요계를 풍미한 윤수일의 아버지는 백인, 윤수일과 같은 해에 데뷔해 ‘오! 진아’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트로트 가수 박일준의 아버지는 흑인이다. 이들은 사회적 차별의 역경을 딛고 가창력과 열정적인 무대 매너를 통해 정상급 가수로 발돋움했다. 이들의 성공은 다문화가정 출신자들을 향한 사회적 편견을 희석시키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현재 가요계에서 활약 중인 다문화가정 출신 가수는 한국전쟁 전후 1세대(50~60년대생)에만 한정돼 있진 않다. 평단으로부터 흑인 음악을 가장 완벽하게 소화한다는 극찬을 받고 있는 래퍼 윤미래의 아버지는 흑인이다. ‘뮤지컬 디바’ 소냐 역시 흑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다문화가정 출신이다. 2005년 제48회 그래미 어워즈 ‘최우수 여자 보컬’과 ‘R&B 앨범’ 부문에 후보로 올랐던 세계적인 팝스타 에이머리(Amerie)는 흑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한국계 미국인이다. 해외 시장을 겨냥하는 연예기획사들이 늘어남에 따라 이 같은 다문화가정 출신 스타에 대한 수요와 공급도 자연스럽게 증가하고 있다.
다른 색깔의 피부색을 갖고 살아가는 것이 평탄한 일은 아니다. 인순이는 편지 형식으로 엮은 에세이집 ‘딸에게’의 ‘다양한 얼굴을 가진 아이들에게’ 편에서 “다름을 인정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강해지는 첫걸음이야. 너의 생김새, 네가 태어난 배경이나 환경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으면 좋겠어. 그렇다고 세상이 나를 특별대우해야 한다고 착각하지도 마라”고 나름의 힘겨움을 전했다.
강태규 대중음악평론가는 “다문화가정 출신자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심했던 과거에도 가요계는 실력만이 생존을 보장하는 진검승부의 장이었다”며 “편견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요즘엔 실력 있는 다문화가정 출신자들이 가요계로 진출할 수 있는 문호가 보다 넓어졌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이들의 진출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