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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령한 숲ㆍ호수같은 바다…섬은 그대로 ‘휴식’ 이었네
[쓰시마(일본)=글ㆍ사진 박동미 기자] “거기 뭐하러 가세요? 볼 것이나 있어요?” 대마도에 가겠다고 했을 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다. “가서 태극기나 꽂고 와라”라는 보다 극단적인 반응도 있었다. 일본발 독도 관련 ‘망언’이 들려오면 “그럼, 쓰시마(대마도)는 한국 것이냐?”라고 응수할 때 등장하던 ‘그곳’. 일본 내에서도 인기 관광지가 아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여행지 대마도’에 대한 상상력은 매우 빈약했다. 최근 부산에서 유행한 당일치기여행이 경상남도 전역으로 퍼지면서 “니 아직도 대마도 몬 가봤나”라는 말까지 생겼다지만 기대치를 높이기엔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섬은 90% 이상이 산이고, 근사한 호텔도 없단다. 예정 숙소는 텐트. 오고 가는 길은 18인승 프로펠러 경비행기. 설렘은커녕 걱정부터 앞선다. 무사히 대마도에 갈 수 있을까? 그곳에서 과연 즐거울 수 있을까?


# 아주 특별한 경험… 경비행기에서 내려다본 ‘내 나라’=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마도엔 볼거리가 많았다. 즐길 거리도 무궁무진하다. 상상 속의 ‘고루한’ 대마도는 없었다. ‘저렴한 해외나들이’로 면세점을 이용했다고 하는 사람들의 블로그 속과도 전혀 다른 세상이다. 김포에서 비행기가 이륙했을 때 이미 ‘상상 이상’의 신세계가 시작되고 있었다.

무엇보다 대마도로 가는 길이 매우 특별하다. 상공에서 감상하는 우리 땅의 모습 때문이다. 최대 5500~5700m까지밖에 오르지 않는 경비행기는 한 시간 남짓한 시간, 대한민국의 ‘생얼’을 보여준다. 학창 시절 지리 교과서에서 봤던 지형을 실제로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대마도 여행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마을버스보다 작은 18인승 프로펠러 비행기는 김포에서 부산까지 ‘내 나라’를 쭉 훑으며 날아갔다. 잔잔한 물줄기가 ‘에스(S)’자 모양으로 휘돌아 나간다. ‘음, 낙동강이겠지.’ 섬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다. ‘아, 거제도쯤 왔으려나.’ ‘앗, 저건 부산 사직야구장이잖아!’ 한반도를 동서로 나누는 백두대간은 운무와 어우러져 거대한 수묵화를 연출한다. 산자락의 고운 선에 ‘참 아름답구나, 내 나라’ 하는 감탄이 반복된다. ‘드디어 바다를 건너는구나’ 싶었는데 이내 낯선 모양의 산이 나타난다. 나지막한 봉우리는 언뜻 제주의 오름 같다. 그러나 빽빽한 숲은 거의 아마존의 정글 수준. 낯설다. 다르다. ‘우리 땅’이 아니구나. 대마도에 도착했다.

아소만 인근 ‘신화의 마을’ 캠핑장은 캠퍼들의 낙원이다. 호수같은 바다를 앞에두고 뒤로는 울창한 원시림이 보호해준다. 해가 지고 있는 평온한 캠핑장의 풍경.


# 바다 한가운데에 떠 있는 ‘산맥’… 신령한 기운 감도는 원시림=대마도는 일본 본토에서 132㎞, 한국에서 49.5㎞ 떨어져 있다. 날씨가 좋으면 섬 최북단에 있는 ‘한국전망대’에서 부산이 보인다는 건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대마도에서 일본 규슈보다 부산으로 가는 게 배 이상 빠르다. 물리적 거리는 시간으로 환산했을 때 더욱 확실하게 와 닿는다. 일행 중 한 명은 “배 타고 한 시간이면 옛날엔 정말 한국 땅이었을지 모른다”며 놀라워했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건 한국과 전혀 다른 섬의 생경한 풍광이다. 대마도의 산과 하늘을 조금만 유심히 관찰한 사람이라면 이내 이 ‘낯선’ 땅이 완전한 ‘이국(異國)’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우선, 평지가 없다. 비행기가 쓰시마공항에 착륙한 후엔 승용차로 이동했다. 남서쪽 이즈하라항을 거쳐 대마도 남단의 아유모도시 자연공원까지 가는 길은 내내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했다. 대마도의 대자연을 제대로 느끼려면 차를 빌려서 움직이는 게 좋다. 그런데 운전하기가 만만치 않다. 가이드가 돼준 쓰시마시 관광물산추진본부의 한 공무원은 “이런 길에선 천천히 달릴 수밖에 없어서 오히려 안전하다. 사고는 거의 없다”며 안심시켰다.

양옆으로는 빽빽한 나무 숲이다. 어른 2~3명이 껴안아도 부족한 거목도 많다. 험준한 산들이 수호해온 고대 원시림과 원생림은 여전히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니 바다 한가운데에 떠 있는 산맥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지상으로 드러난 굵고 구불구불한 뿌리가 신령한 기운을 내뿜는다. 다테라산ㆍ시라타케 원시림과 아리아케산ㆍ미타케 원생림 등은 한국의 산과는 전혀 다른 식생을 가지고 있어 국내 등산객들에게도 인기다. 특히 다테라산(558.45m)은 세계적으로도 진귀한 상록 활엽수 원시림으로, 인근 주민들에게 신령한 산으로 숭상받고 있다. 구실잣밤나무ㆍ조록나무 등 거목이 되기 힘든 수목이 숲을 이루고 있다.

고즈넉한 반쇼인(일본 3대 묘소의 하나)의 햐쿠간기(묘소로 올라가는 돌계단)는 한ㆍ일 양국 모든 관광객에게 인기다. 터벅터벅 계단을 오르다 하늘을 보니 수령 1000년의 삼나무가 지켜보고 있다. 

아유모도시 자연공원은 고요하다. 계곡물 소리와 새들의 지저귐이 가득하다. 대마도 캠핑 ‘명당’ 중 하나.

# 캠핑ㆍ낚시ㆍ시카약ㆍ자전거… ‘쓰시마 스타일’ 아웃도어=대마도에선 즐길 거리도 많다. 그것도 대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야외활동이다. 거제도 3배 크기인 이 섬은 동쪽으로 약간 치우쳐 남북으로 길게 뻗은 모양이다. 캠핑장은 공항에서 가까운 중남부를 중심으로 분포해 있고, 비교적 완만한 길이 많은 북쪽은 자전거를 타기에 적합하다.

숙소인 캠핑장은 ‘명당’이었다. 쓰시마시 중심부에 있는 ‘신화의 마을 자연공원’은 앞으로는 잔잔한 바다, 뒤로는 산이다. ‘배산임수’ 텐트장을 마주하고 보니 경비행기와 운전으로 인한 피곤함이 싹 가신다. 저녁을 준비하는 데 ‘스르륵’ 하고 무언가 다리 사이를 지나간다. ‘야마네코(산고양이)’다. 대마도의 상징인 야생 고양이 몇 마리가 캠핑장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먹을거리를 찾는다. 샤워장까지 가는 길엔 독수리 두 마리가 머리 위를 날아갔다. 최대 줌을 당겨서 찍고 보니 노려보는 표정이 날카롭다. 아무래도 여긴 ‘사람의 영역’이 아닌 듯싶다.

최근에는 국내 등산객에 이어 캠핑족까지 대마도를 향하고 있지만 예부터 대마도는 바다낚시꾼들에겐 ‘로망’의 장소였다. 인구 1만5400명뿐인 이곳에 한국인 관광객이 연 15만명이나 입국하는 데엔 낚시관광이 큰 역할을 했다. 특히 부산과 규슈, 후쿠오카, 북쓰시마의 히타카쓰행 배가 출항하는 이즈하라항 인근은 쉼 없이 ‘손맛’을 느낄 수 있는 최고의 낚시터다. 또 ‘신화의 마을’ 캠핑장이 자리 잡은 아소만 인근도 ‘대물’들의 천국. 감성돔ㆍ벵에돔ㆍ참돔이 풍부한 ‘나만의 수족관’이다. 세계적인 리아스식 해안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아소만 낚시터는 공항에서 15분 거리로, 접근성도 좋다. 캠핑장으로서도 ‘명당’이지만 산과 어우러진 바다낚시터는 마치 호수에 있는 듯한 평온함을 준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민박과 낚시 교실도 있어서 초보자도 쉽게 체험이 가능하다.

갯바위 위에 낚싯대를 드리운다. 20초쯤 지났을까. 무언가 낚싯줄을 건드렸다. 들어올리려는 데 옆에 있던 ‘베테랑’이 막는다. 숨을 죽이고 10초를 더 기다렸다. 묵직하다. 이때다. 손이 느낀 무게감보다는 고기가 좀 작다. ‘에이’ 하고 다시 낚싯줄을 던진다.

시카약을 타면 잔잔한 아소만 앞바다를 더욱 가까이 느낄 수 있다. 만조 때 바다에 세운 도리이(일본의 전통적인 문으로 보통 신사의 입구에 설치한다)가 최대 2m까지 바닷물에 잠기는 와타즈미신사 인근을 추천한다. 그냥 봐도 멋진 풍광이지만 카약을 타고 도리이 바로 앞까지 가는 것도 이색 경험이다. 신사는 ‘신화의 마을’에서 3분 거리로, 캠핑장에서 카약을 대여해준다. 카약을 타고 1분이면 신사 앞 도리이에 도착한다.

이즈하라항 인근에 위치한 아오시오노사토 캠핑장은 낚시터를 지척에 두고 있다. 대마도는 국내 낚시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 조선통신사가 머문 절ㆍ한국인이 불상 훔친 신사=최근 대마도가 한국인에게 주목받는 데에는 이처럼 등산ㆍ캠핑ㆍ낚시 등 국내 인기 레저활동을 비교적 한가한 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하지만 대마도가 더욱 ‘특별한 여행지’가 되는 이유에는 한국과의 오래고 질긴(?) 인연 때문이다. 이를 따라가는 여정도 괜찮다. 수백년 전 선인들의 흔적을 찾는 ‘시간여행’이다. 이때 대자연의 섬 대마도는 어느새 ‘역사의 섬’으로 바뀐다.

1607년 대마도에 첫 번째 조선통신사가 파견된 후 200년 동안 12차례의 통신사가 방문했다. 물자뿐만 아니라 예술ㆍ학문 등의 인간적인 교류까지 활발했을 터. 에도 시대에 이들을 맞기 위해 만든 이즈하라의 넓은 도로는 건설 당시와 거의 변함없이 남아 있어, 현재 국도로 사용되고 있다. 또 구타포에 있는 ‘오후나에’ 유적지는 조선에서 온 배를 입항시키며 숨겨놓았던 곳이다.

조금 더 친근하게 ‘과거’를 느낄 수 있는 곳도 있다. 이즈하라시 내에 위치한 세이잔지(서산사)는 조선통신사가 머물렀던 절로 유명하다. 지금은 유스호스텔로도 운영된다. 숙박시설이 빈약한 대마도에서 이미 가장 인기 있는 장소다. 예약은 미리미리 서둘러야 한다. 절을 따라 시내로 내려오는 길에는 ‘덕혜 옹주 결혼 봉축비’가 있다. 대마도 도주의 후예와 정략 결혼한 덕혜 옹주를 축하하는 내용이다.

때로 ‘인연’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얽혀 있기도 하다. 기사카 가이진신사에 가면 ‘경계의 눈빛’을 읽을 수 있다. 지난해 국보급 불상 도난 사건이 일어나면서 이슈가 된 신사다. 한국 절도단이 훔쳐 국내에 반입한 이 불상은 통일신라 때의 ‘동조여래입상’이다. 이어 관음사에 있던 고려 ‘금동관음보살좌상’도 도난당하게 된다. 국내에선 “어차피 일본이 훔쳐갔을 테니 돌려주지 말자”는 여론이 일었고, 대마도 측은 해마다 개최하던 ‘쓰시마 아리랑 축제’를 취소했다.

하지만 가이진신사는 그 자체로 방문할 가치가 있다. 신사는 원시림으로 둘러싸여 있고, 맨 앞 신전은 다시 100그루 남짓한 노송이 에워싼다. 입구 마당에는 높다란 나무 그네가 운치를 더한다. 정문으로 난 계단으로 올라갈 수도 있지만 야생화와 새를 관찰할 수 있는 ‘뒷길’을 선택했다. 수북한 길섶을 헤치고 경내에 들어서자 관리인이 깜짝 놀란다. 그는 “이 길로 올라온 외국인은 처음”이라고 했다. 어쩌면 속으론 무언가 또 도난당할까 봐 걱정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pdm@heraldcorp.com 

대마도는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산맥’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빽빽한 원시림은 신령스러운 기운을 내뿜는다. 수령 1000년 이상된 거목을 찾아다니는 여정도 괜찮다. 섬과 더욱 친해지는 방법이다.


■ 대마도 가는 법=김포에서 대마도까지 운항하는 코리아익스프레스에어의 경비행기는 오는 9월부터 캠핑여행상품 고객을 위해 매일 운행할 예정이다. 하늘에서 대한민국을 감상하는 특별한 경험이 가능해질 전망. 현재는 부산에서 하루 1~2편 운항하는 쾌속선 비틀호(www.jrbeetle.co.kr)와 코비호를 타고 가는게 가장 편리하다. 이즈하라 또는 히타카쓰항까지 왕복 15만~17만원.

■ 대마도에서 캠핑하려면=무거운 장비는 필요없다.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 K2가 지난 5월부터 일본 쓰시마시 관광물산추진본부와 나가사키현 관광연맹의 후원을 받아 주요 캠핑장에 물품 지원을 시작했다. 2~4인용 텐트부터 침낭ㆍ베개를 비롯해 식기ㆍ조리도구까지 모든 캠핑용품(구입가 500만원)이 대여 가능하다. 시내에서 장을 본 후 이동하는 교통편과 텐트 설치 서비스도 제공한다.

■ 주요 캠핑장은=20여가지가 넘는 K2의 다양한 캠핑용품을 사용해보면서 대자연 속에서 휴식할 수 있는 대마도 내 캠핑장은 쓰시마공항에서 가까운 ‘신화의 마을 자연공원’을 필두로, 이즈하라항 인근 ‘아유모도시 자연공원’ ‘아오시오노사토 캠핑장’ ‘아소베이파크’ 그리고 북쓰시마의 ‘미우다 캠핑장’ 등 5곳이다.

■ 캠핑상품 판매처는=부산에서 배를 타고 가서 대마도 캠핑을 즐길 수 있는 상품은 1박2일 기준으로 1인당 20만원 선. 김포에서 경비행기를 타고 출발하는 항공상품은 오는 9월 첫선을 보인다. 현재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곳은 대마도 현지 한국인 여행사 넷재팬(www.netjapan.co.krㆍ070-7842-2362)을 비롯, TNTㆍ규슈투어ㆍ엔타비여행ㆍ여행박사ㆍ올리브투어ㆍ재팬투어펀드 등이다.

■ 대마도의 맛=이즈하라에 위치한 다쿠미식당에서 직접 메밀을 반죽해 국수를 만들고 먹는 체험을 할 수 있다. 그냥 주문해 먹으면 한 그릇에 700엔(약 8000원), 만들기 체험까지 포함하면 1000엔(약 11000원)이다.

와타즈미 신사의 ‘도리이’는 바다속에 있다. 만조때 2m까지 물에 잠겨, 또 하나의 볼거리를 선사한다.
대마도는 메밀국수의 본고장이기도 하다. 만원 정도면 직접 반죽을 해서 국수를 만들어 먹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일본 3대 묘소 중 하나인 반쇼인에는 대마도 현지인들과 한국 관광객이 모두 사랑하는 돌계단이 있다. 경사가 완만해, 산책하기에 알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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