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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통을 더 가볍게…커지는 ‘아토피 경제’
아토피 피부염환자 800만명
원인 찾기 힘들고 치료 어려워

전용 화장품·세제 판매 늘고
친환경 먹거리 매출도 급증
공기청정기·침구청소기도 인기



환경의 역습이 아이들의 고통을 낳았고, 뜻밖의 블루오션을 열었다. 날로 급성장하는 아토피 피부염(이하 아토피)으로 인한 ‘아토피 경제’가 그 블루오션이다.

아토피는 환경오염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한 면역 체계의 불균형 때문에 생기는 질환으로, 현대의 대표적인 ‘난치병’으로 꼽힌다. 원인을 콕 집어 찾기 힘들고, 치료도 쉽지 않다. 증상을 완화하는 식으로 다스릴 뿐이다.

원인도 찾지 못한 채 발만 구르는 사이 그 규모는 어마어마하게 커졌다. 아토피 경제는 워낙 다방면에 걸쳐 분포돼 있어서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 힘들다.

다만 의료보험 통계자료 등에 따르면 초등학생 중 20%가량이 아토피 피부염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을 찾지 않고 민간요법 등으로 대처하고 있는 이들까지 감안하면 청소년의 20~25%가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급증하는 성인 환자까지 고려하면 아토피 피부염 환자가 800만명에 이를 것이란 분석도 있다.

가렵고 쓰라린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발달한 아토피 경제의 가장 큰 축은 ‘바르는 것’이다. 피부를 직접 다스리는 방법이 가장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민감성 피부 전용 화장품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업체는 네오팜, 제로투세븐, 아가방앤컴퍼니, 보령메디앙스 등 주로 유아동 전문기업들이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피지오겔 크림, 퓨토테라피 샴푸와 로션, 아토팜 세제와 물티슈, 궁중비책 세제.

네오팜의 ‘아토팜’은 엠엘이(MLE)라는 특화된 성분을 앞세워 아토피 케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MLE는 아기 피부와 비슷한 구조를 가진 성분으로, 피부에 보호막을 씌워주는 역할을 한다.

10년 전부터 아토피 케어제품을 내놓기 시작해 올해는 성인까지 사용할 수 있는 민감성 피부용 화장품으로 그 영역을 넓혔다. 지난해 기준 전년 대비 13%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고, 지난 1월에는 10여년간의 누적 매출 1000억원을 달성했다.

아가방앤컴퍼니는 한국원자력기술원과 손잡고 ‘퓨토’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한국원자력기술원이 개발한 천연 약용 추출물 NHEB-05를 이용해 유아 케어제품을 만든 것이다. 퓨토는 2009년 첫선을 보인 이후 해마다 100%에 가까운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매출 100억원을 달성했고, 올해는 200억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 등 해외 시장에서도 올해 10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로투세븐의 유아동 전문브랜드 ‘궁중비책’은 ‘한방아토’라는 라인을 통해 아토피 케어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국내 브랜드 외에 피지오겔, 세타필 등 외국 브랜드도 보습력을 앞세워 아토피 케어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바르는 것 외에도 피부에 닿는 것들은 아토피 경제의 영역이 된다. 아토피 전용세제가 대표적이다.

아토팜은 지난 20일 민감성 피부 관리에 초점을 맞춘 섬유세제와 섬유유연제를 출시했다.

이 세제류 제품은 파라벤이나 색소, 형광증백제 등 민감한 피부에 자극이 될 만한 성분을 뺐고, 피부과 자극 테스트까지 거친 ‘순한 세제’다. 아토팜은 세제와 물티슈 출시를 계기로 민감성 피부를 위한 종합 케어 브랜드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도 보령메디앙스의 ‘닥터 아토마일드’, 아토세이프, 궁중비책 등에서 유아용 섬유세제류를 선보이고 있다.

먹는 것도 아토피 피부염 증상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지면서 먹거리도 아토피 경제의 주요한 축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유기농 먹거리다.

유기농이나 무농약ㆍ저농약 등 친환경 먹거리들은 불황에도 끄떡없는 상품군이 됐다. 대형 마트에서 일반 식품군이 올해 한자릿수의 매출 신장률에 그치고 있지만, 친환경 식품은 10%를 훌쩍 넘는 매출 신장률을 보이고 있다. 건강을 생각하는 고급 소비가 많이 몰리는 백화점에서는 친환경 식품의 매출 신장률이 30%를 넘을 정도다.

넓게 보자면 공기청정기나 가습기, 집먼지진드기 전용세제, 침구청소기 등 청정 환경을 조성해주는 제품도 아토피 경제의 일환이다. 심지어 아토피로 인한 ‘신(新)기러기 가족’도 출몰하고 있다. 아토피로 고생하는 아이 때문에 직장생활을 하는 아버지는 서울에 남아 있고, 아이와 어머니는 환경오염이 덜한 지방으로 이주해 사는 경우를 일컫는 말이다.

도현정 기자/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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