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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 ‘지갑 닫는’ 강남부자들, 지금은 움직일 때가 아니라는데요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대부분 부자들이 지금은 움직일 때가 아니라고 합니다.”

최근 만난 서울 강남의 한 유명 프라이빗뱅커(PB)의 말입니다. 이 마스터 PB분이 관리하는 고객 자산은 1000억원이 훌쩍 넘습니다. 요지는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해 봤자 불안한 시장 상황으로 원금 지키기도 어려운데다, 예금 금리는 사실상 ‘제로’여서 그냥 현금을 금고에 넣어두는 게 제일 안전하다는 겁니다.

실제로 얼마전 사금고가 많이 팔리고 있다는 소식도 있었습니다.

사실 어떻게 보면 요즘 같은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현명한 재태크 방법일 수 있습니다. 분석으로 유명한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의 예측도 어긋나는 마당에 전혀 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지요. 이러다가 증권부 기자들 일거리 사라질 수 있다는 웃지못할 말도 나오는 지경입니다.


다른 하나는 시중에 정말 돈이 돌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시장에 돈이 얼마나 도는지를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인 예금회전율과 주식회전율은 매월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기업이나 개인이 잠시 은행에 돈을 맡겨두는 요구불예금의 경우 회전율이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회전율이 감소한 가장 큰 이유는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투자 심리가 움츠러든 요인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의미있는(?) 내용이 나옵니다. ‘세원 노출’을 꺼리는 부자들의 속내가 숨어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투자해서 얻는 이득보다 세원 노출로 인해 부과되는 세금이 더 부담스럽다는 것이지요. 펀드나 주식 등 재테크를 하면 고스란히 기록에 남기 때문에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됩니다. 지난 1월 국회에서 통과된 개정안에 따라 금융소득의 연간 합계액이 2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초과금액은 다른 종합소득(사업소득ㆍ근로소득 등)과 합산돼 과세가 이뤄집니다.

새 정부 들어 세원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국세청이 강남 부자들과 사업체 등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옵니다. 이런 소식을 부자들이 모를 리 없겠지요. 너도 나도 금고문을 잠그고 꼭꼭 숨어버린 것입니다.

고소득 자영업자의 경우 세금이 정확히 부과돼야 한다는 점에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하지만 불황에도 사명감을 갖고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분들은 세무조사 한 번 받게 되면 그야말로 ‘멘탈 붕괴’가 올 수 있습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는 것도 두려운데 이중고에 시달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너무 강한 규제는 자본시장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금융당국의 해법을 기다려 봅니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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