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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북회담 무산 파장> “형식이 내용을 지배…굴종없다” 남북관계 ‘리셋’ 의지 확고
상호호혜주의 대원칙속 결과물 강조
北에 염증 국민여론도 강경대응 힘실어

北, 中등 국제사회 압박·판엎은 책임까지
南 손해볼것 없이 강드라이브 지속 예고



“대통령께선 평소에도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는 말을 종종 하신다. 굉장히 의미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의 일방적인 통보로 남북 당국회담이 하루아침에 무산된 것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12일 이렇게 설명했다. 수석대표단의 ‘격(格)’을 놓고 벌어진 한바탕 홍역이 단순히 넘길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엔 상호호혜주의 원칙 속에서 실질적인 결과물을 끌어내야 한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원칙’이 담겨 있다는 말이다. 그만큼 남북관계의 새 판을 짜려는 ‘박근혜식 대북 문법’이 변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얘기다.

청와대 또 다른 관계자도 당국대화 무산 뒤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처음부터 과거에 해왔던 것처럼 상대에 대한 존중 대신, 굴종이나 굴욕을 강요하는 행태를 보이는 것은 발전적인 남북관계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10년 전에 잘못된 게 있으면 계속 그렇게 가야 하느냐.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야지”라면서 “북한과 우리는 대등한 입장에서 만난다는 ‘원칙이 있는 남북 대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이 남북 당국회담 무산에 대해 “ (청와대는)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지 불과 한 시간 뒤의 일이다. 회담 무산에 대한 청와대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청와대 주변에선 ‘박근혜식 대북 문법’의 대전제는 ‘원칙’과 ‘국민 여망’ 두 축으로 이뤄져 있다고 한다. 한 민족이 둘로 갈려져 있는 특수한 남북관계에서도 예외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남북관계에서도 상식과 글로벌 스탠더드가 작동하고, ‘계속 반복해서 북한의 술수에 휘말리지 말고 이제는 좀 바뀌어야 된다’는 국민 여망이 박근혜식 대화 문법의 기초라는 얘기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나라와 결혼했다고 할 정도로 철저한 국가주의적인 철학을 갖고 있다”며 “이 같은 확고한 철학을 보더라도 박 대통령의 대북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변화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이 같은 강경한 분위기는 북한의 변화를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국제적으로 조성되고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오고 있다. 혈맹관계의 중국마저 등을 돌리고 있고, 최대 외화 창구인 개성공단은 멈춰 서 있다. 또 미국 상원이 북한에 대한 식량(영양) 지원을 5년간 한시적으로 금지하는 조항이 포함된 농업법(Farm Bill)을 통과시키는 등 이래저래 외부의 지원이 꽉 막힌 북한이 오래 버틸 수 없다는 분석이 작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일각에선 이번 회담 무산에도, 박 대통령이 잃은 게 별로 없다는 점이 청와대의 강경 기류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판 자체를 깬 것이 북한이라는 점과, ‘도발→지원→도발’이라는 과거의 악순환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과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통한 새로운 질서 모색이라는 원칙을 북한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 등 한반도 주변국들에도 다시 한 번 명확히 했다는 것이다.

이조원 중앙대 교수는 이와 관련해 “박 대통령도 신뢰를 쌓기 위해 대화하려 했는데 북한이 판을 깨고 나간 것이라 손해 볼 것도 없다”고 말했다.

한석희ㆍ신대원ㆍ원호연 기자/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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