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펑크(Funk)가 펑크(Punk)로 오해받을 정도로 생소했던 지난 2002년, 불독맨션은 첫 정규 앨범 ‘펑크(Funk)’를 통해 한국적인 펑크 음악의 방법론적 청사진을 제시한 밴드다. 흑인 음악의 대표 장르 중 하나인 펑크는 그루브(Grooveㆍ흥겨운 느낌)의 미학이다. 세포기억이라도 작용하는 듯, 그루브는 흑인과 다른 피부색을 가진 한국인에게 낯선 감각이다. 그러나 가요스러운 멜로디와 그루브가 절묘하게 공존하는 불독맨션의 음악은 대중에게 낯설지만 낯설지 않았다. 이 같은 청사진에 음악 마니아뿐만 아니라 동료 뮤지션들까지 열광했다.
지난 2004년 정규 2집 ‘살롱 드 뮤지카(Salon De Musica)’를 마지막으로 잠정적 해체를 맞았던 불독맨션이 9년 만에 새 앨범 ‘리빌딩(Rebuilding)’으로 돌아왔다. 반갑게도 영광을 함께 했던 원년 멤버 4명이 모두 모였다. 멤버인 리더 이한철(보컬ㆍ기타), 조정범(드럼), 서창석(기타), 이한주(베이스)과 본사 인근 카페에서 만나 새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한철은 “지난해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에서 헤드라이너로 공연을 벌였는데 멤버들과 함께 무대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행복했다”며 “멤버들 모두 이런 느낌을 이어가고 싶다는 공감대를 가지게 됐고, 9년 만의 새 앨범 발매로 이어졌다”고 컴백 소감을 밝혔다.
앨범 타이틀을 ‘리빌딩’으로 정한 이유에 대해 이한주는 “페이스북 계정을 만들다 별 생각 없이 재건축이란 의미를 가진 ‘리빌딩’이란 단어를 프로필에 사용했는데, 9년 만에 재결성하는 우리와 잘 맞는 타이틀이라고 생각했다”며 “불독맨션이란 밴드 이름 중‘맨션’이란 부분도 재건축이란 의미와 잘 어울려 자연스레 타이틀로 사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정범은 “온전히 내 음악을 연주할 때 느끼는 희열은 다른 가수들을 위한 세션 연주를 할 때와 다르다”며 “불독맨션 해체 후에도 실용음악학원을 운영하고 공연 세션으로 활동하는 등 음악과 함께 바쁘게 살아왔지만 늘 밴드 시절이 그리웠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이한주는 “멤버 모두가 함께 모여 낼 수 있는 목소리는 멤버 각자 낼 수 있는 목소리와 다르다”며 “불독맨션의 목소리는 누구 하나가 빠지면 결코 낼 수 없는 목소리다. 그 목소리를 다시 듣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앨범엔 그루브를 살린 역동적인 연주와 곡 전체를 이끄는 신스(Synth) 사운드가 즐거움을 주는 ‘더 웨이(The Way)’, 경쾌한 브라스 연주가 인상적인 러브송 ‘두 유 언더스탠드(Do You Understand?)’, 연인과의 이별을 미디움 템포로 감성적으로 담아낸 ‘침대’, 혼자 사는 남자의 일상을 디스코풍의 연주로 위트 있게 풀어낸 ‘혼자 사는 남자’, 노래이다. 댄스곡을 방불케 하는 속도감 있는 연주로 ‘봐라 달이 뒤를 쫓는다’ 등 5곡이 담겨있다. 흔한 기타 솔로 하나 없지만 각각의 악기 연주는 있어야 할 곳에 자리 잡고 있어 단단하면서도 여유로운 느낌을 준다. 전체적인 사운드는 1집과 가깝지만 결코 추억팔이 하는 느낌을 주지 않는 것도 새 앨범의 미덕이다.
이한철은 “앨범 수록곡들의 빠르기는 전체적으로 120~130BPM(1분당 비트 수)으로 댄스곡과 비슷하다”며 “밴드음악이지만 춤출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었다. ‘침대’ 같은 곡도 가사는 무겁고 슬프지만 곡은 경쾌한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규 앨범 대신 미니 앨범으로 복귀한 이유에 대해 이한철은 “큰 욕심을 가지고 선택한 복귀가 아니다. 이번 앨범은 몸 풀기 차원의 앨범”이라며 “앞으로 순발력 있게 싱글을 자주 발표해 팬들과 만날 생각이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음악이 될 것”이라고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당부했다.
한편, 불독맨션은 다음달 16일 오후 6시 서울 홍대 KT&G 상상마당 라이브홀에서 앨범 발매 기념 공연을 연다. 이어 7월 26일부터 28일까지 경기도 안산시 대부바다향기테마파크에서 열리는 2013 안산 밸리 록페스티벌에 무대에도 오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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