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개성 강한 보컬과 일상의 감정을 섬세하게 풀어내는 가사로 20~30대 여성들의 사랑을 받았던 ‘홍대 마녀’. 싱어송라이터 오지은이 3집 ‘3’으로 돌아왔다. 2009년 2집 ‘지은’ 이후 4년 만의 새 앨범이다.
14일 오후 3시 서울 서교동 에반스라운지에서 오지은 3집 ‘3’의 쇼케이스가 열렸다. 이 자리엔 오지은을 비롯해 디어클라우드의 이랑(베이스)과 랄라스윗의 박별(키보드), 소란의 이태욱(기타) 등 연주자들이 참석해 앨범 수록곡들을 라이브로 첫 선을 보였다.
오지은은 “현재진행형의 사랑을 노래했던 1집과 2집과는 달리 3집엔 30대의 입장에서 지난 20대의 사랑을 돌아보는 이야기를 실었다”며 “앨범의 타이틀 ‘3’엔 1집과 2집을 마무리 짓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앨범의 주제를 설명했다.
앨범엔 타이틀곡 ‘고작’을 비롯해 ‘네가 없었다면’, ‘어긋남을 깨닫다’, ‘그렇게 정해진 길 위에서’, ‘서울살이는’ 등 13곡이 수록돼 있다. 앨범의 수록곡들의 명도와 채도는 1집과 2집만큼이나 무겁고 짙다. 2집과 3집 사이의 공백기 동안 오지은은 밴드 ‘오지은과 늑대들’을 결성해 팝적인 감수성을 가진 밝은 음악들을 선보이는 음악적 변신을 시도한 바 있다.
다시 솔로 앨범으로 돌아온 이유에 대해 오지은은 “‘오지은과 늑대들’로 음악적인 어둠을 털어버리고 나니 다시 어둠을 채울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이 생겼다”며 “냉탕에서 온탕이 그립고, 온탕에서 냉탕이 그립듯 밴드로 활동하며 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솔로로 풀어내고 싶었다”고 전했다.
2집과 3집 사이의 공백이 길었던 이유에 대해 오지은은 “예전엔 곡이 만들어지는 대로 앨범에 담고 시간에 쫓겨 믹싱과 마스터링을 마쳐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며 “오랜만의 솔로 앨범이라 정말 잘 만들고 싶었다. 4년 동안 한 곡 한 곡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번 앨범의 가장 큰 특징은 정상급 연주자들의 대거 참여다. 서울전자음악단의 신윤철, 로다운30의 윤병주, 영화음악감독 박지만, 고찬용 등 선배 뮤지션을 비롯해 디어클라우드의 용린과 이랑, 정인, 린, 스윗소로우의 성진환 등 동년배 뮤지션들도 앨범에 함께 했다. 다양한 연주자들이 참여한 앨범답게 수록곡들은 다채롭고 풍성한 사운드를 자랑한다.
오지은은 “특정 한 명의 연주자로 표현하기 어려운 다양한 감정선을 가진 앨범이어서 다양한 뮤지션들의 참여가 불가피했다”며 “이 정도면 은퇴해도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많은 분들의 멋진 연주를 통해 좋은 앨범을 만들 수 있었다. 나는 이번 앨범이 정말 부럽다”고 말했다.
참여 뮤지션 중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이름은 ‘테이블보만 바라봐’를 오지은과 듀엣으로 부른 스윗소로우의 성진환이다. 오지은과 성진환은 지난 2011년 열애소식으로 화제를 모았다. 오지은은 “이 곡은 싱어송라이터 이상순을 보고 만든 곡”이라며 “이상순을 연애에 숙맥이라 여자를 앞에 두고 테이블보만 바라보는 남자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엄청난 상대방(가수 이효리)와 열애 중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웃어보였다. 이어 그는 “개인적인 감정과 상관없이 오디션을 통해 곡을 함께 부를 보컬로 성진환을 선택했다”며 “다른 뮤지션과의 앨범 작업은 뮤지션 사이의 자존심이 부딪히는 현장이기 때문에 결코 달달한 분위기가 연출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홍대마녀’란 수식어에 대한 생각을 묻자 오지은은 “‘마녀’라는 수식어가 곡의 이미지에 편견을 주곤 해서 처음엔 싫었는데, 지금은 ‘여신’이 가득한 홍대에서 ‘마녀’는 나 혼자뿐이어서 만족한다”며 “그러나 얼마든지 누군가에게 ‘마녀’의 자리를 물려줄 용의가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오지은은 오는 7월 20일 서울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앨범 발매 기념 공연을 연다. 오지은은 “앨범을 충분히 즐기고 오시라는 의미로 조금 늦게 공연을 잡았다”며 “아직 계획은 없지만 편안한 분위기에서 소극장 장기 공연을 해보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