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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 당신의 뇌는 ’구글’ 에 종속돼 있다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IT 전문가인 니콜라스 카가 쓴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2년 전 번역ㆍ출간되자 그 반향은 컸다. 인터넷 검색과 링크로 빠르고 간편하게 얻는 단편적인 정보, 갖다붙이기식의 짜깁기와 글쓰기 방식이 뇌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충격적으로 보여준 때문이다. 카가 제시한 그림은 한마디로 ‘생각하지 않는 뇌’였다. 종일 스마트폰을 끼고 사는 디지털기기의 노예가 된 생활이 우리 뇌를 좀먹고 있다는 주장에 사람들은 디지털 라이프를 새삼 돌아보게 됐다.

독일의 뇌의학자 만프레드 슈피처는 카의 주장을 더욱 단단하게 받쳐준다. 슈피처는 ‘디지털 치매’(북로드)를 통해 디지털 기기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한 뇌 기능 손상과 인지 기능의 상실을 일상의 전 영역에 걸친 다양한 실험을 통해 보여준다.

모니터나 스크린을 통한 유아교육의 뇌 발달 상태를 비롯해 컴퓨터 사용과 학교 성적, 온라인 소셜네트워크와 사회성, 전자교과서의 문제점, 멀티태스킹으로 인한 주의력 결핍, 게임을 좋아하는 청소년들이 보여준 외부 세계에 대한 무관심 등 뇌의학자답게 디지털 기기 사용이 뇌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 철저히 찾아낸다.

저자가 제시한 미국의 심리학자 베치 스패로의 실험은 인터넷 구글, 페이스북이 뇌 기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명쾌하게 보여준다. 대학생 46명에게 쉬운 질문 16개, 어려운 질문 16개를 던진 뒤 인터넷, 컴퓨터와 관련된 단어와 관련없는 단어를 보여주고 반응을 보는 실험이다. 가령 쉬운 질문에는 “디노사우르스는 멸종되었습니까?”, “산소는 금속입니까” 같은 것들이, 어려운 질문에는 “덴마크는 코스타리카보다 면적이 넓습니까?”, “크립톤의 원자번호는 26번입니까” 등이 포함됐다.

이 실험 결과, 쉽게 풀 수 없는 특정한 질문 앞에서 실험자들은 ‘구글’ 또는 ‘인터넷’이라는 단어가 자동적으로 떠올랐고,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의 경우에는 인터넷을 거의 생각하지 않았다.

실험을 한 연구진은 “마치 우리가 지식의 공백에 맞닥뜨리게 되면 컴퓨터에 의존하도록 사전 프로그래밍돼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결론지었다.

컴퓨터에 입력하고 저장하는 일을 반복하는 우리는 어느 정도 그 내용을 기억할까. 한번 따라해볼 만한 실험이 있다. 문장을 읽고 입력한 후 6개의 다른 폴더에 저장한 뒤 문장의 내용을 말해보는 것이다. 한 실험에선 저장 내용과 장소를 모두 기억한 경우는 17%에 불과했다. 내용만 기억한 경우는 11%,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 경우는 38%, 저장장소만 기억한 경우는 30%였다.

이는 사람들이 해당 정보를 기억할 수 없을 경우, 저장장소만 기억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즉, 인터넷 사용은 무언가를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저장했다’는 완결된 행위에 대해 우리 뇌는 더는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바로 ‘자이가닉 효과’다.

미디어를 통한 교육의 영향을 보여주는 실험도 있다. 9~10개월 된 아기를 대상으로 한 베이비중국어 수업이다. 대면 접촉, CD, DVD 등으로 나눠 실시한 실험에서 DVD와 CD를 이용한 단순 듣기식은 아무런 학습 효과가 없었다. 아이는 오로지 대면 접촉으로 보는 것과 듣는 것의 일치를 통해 깨닫기 때문이다. 만약 아이가 미디어에 노출돼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게 되면 학습량은 전체적으로 줄고 오히려 뒤처질 뿐이다.

그렇다면 왜 기억하지 못하는 것, 인터넷상에서 피상적으로 옮겨다니는 것이 문제일까?

뇌에 정보를 저장하는 것은 정보 처리의 깊이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에 단순히 훑어보고 건너뛰는 검색은 사고의 고리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새로운 사안의 발굴과 개척은 깊이 사고하고 돌아나오는 시행착오의 과정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저자의 결론은 단호하다. 디지털 미디어를 피하라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치매는, 이른바 ‘정신적 추락’이다. 뇌의 경우, 신경세포의 90%가 파괴되고 나서 어느 순간 아예 기능을 멈춰야 추락을 실감하게 된다면, 이미 인터넷 중독자들은 이미 치매가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글 세대들에겐 불행한 일이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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