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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니체를 해석하는 새로운 코드는 문학적 삶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프리드리히 니체에게는 ‘광기의 철학자’ ‘시대의 이단자’ ‘예언자적 사상가’ 등 다양한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그만큼 여전히 해석될 여지가 많다는 얘기다.

알렉산더 네하마스 프린스턴대 석좌교수는 ‘니체 문학으로서 삶’(연암서가)에서 니체 연구의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 그는 니체를 기구하고 고단하며 고통스러운 삶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완성한, 탁월한 예술가로 본다. 네하마스는 니체가 예술작품을 대하듯이 세계를 봤다고 주장한다. 즉 세계를 문학작품처럼 읽었다는 것이다. 문학텍스트와 등장인물을 창조하고 해석하는 데에 사용되는 개념이나 원칙을 니체는 세계와 인간에 적용함으로써 자신의 독자적 견해에 이를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철학작품을 마치 문학작품처럼 쓴 것도 이런 독특한 관점으로 보면 이해가 가능하다. 이는 니체가 자기모순과 모순된 세계를 해결하는, 절묘한 기법이었다. 문학텍스트는 상이하면서 모순적이기도 한 해석을 모두 품기 때문이다. 네하마스는 니체의 권력 의지, 영겁 회귀, 원근법주의를 해석할 때 부딪히는 모순을 문학텍스트 기법, 즉 관점으로 거뜬히 해결해 나간다. 


니체의 자아와 도덕성의 개념도 바로 관점의 문제로 뚫고 나간다. 니체에 따르면 자아는 지속적이고 안정된 실재가 아니라 형성되고 구성되는 것이다. 모든 사유와 욕망, 행동이 합쳐져 인간을 이룬다. 이때 위대한 자아는 생각이나 욕망, 행동이 서로 긴밀하게 결합돼 하나의 분명한 스타일을 만든다. 자아는 일관되게 결합된, 일련의 에피소드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상적인 인간, 단 하나의 올바른 삶이나 단 하나의 전범적인 인물은 없다. 선악의 성격과 가치가 바로 관점에 달렸기 때문이다.

네하마스의 통찰은 흔히 니체의 사상에서 일관된 원칙이나 기준을 찾으려는 시도와 달리, 스타일을 발견해낸 데에 있다. 니체의 스타일은 그의 사상의 내용과 형식을 포괄한다.

특히 이 책은 1994년 국내 처음 번역을 한 김종갑 교수가 재번역해 내놨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저작권이 만료된 책을 단지 교정만 보고 출간하려던 것을 덮고 새롭게 번역한 것이다. 원전에 충실하기보다 니체 이해의 깊어진 사유를 담아내 의미 전달에 초점을 맞췄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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