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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있는 명소] 구례 산수유마을②--노란 물감 쏟아부은 듯…지리산은 ‘산수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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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있는 명소] 구례 산수유마을②--노란 물감 쏟아부은 듯…지리산은 ‘산수화’였다
기사입력 2013-03-27 08:31
(내용 ①편에서 계속)

[헤럴드경제=구례]이 상위마을은 22가구 정도가 있다. 마을 사이로 흐르는 계곡물은 지리산에서 바로 내려오는 물이라 물 좋기로도 소문나 있다고 강 여사님은 자랑하신다. 대화 도중 광주에서 여행 온 한 남성도 옆에서 이 동네 예찬론을 펼쳤다. 이곳이 좋아서 자주 여행한다고 했다.

이 동네는 고로쇠도 유명하다. 필자는 강 여사님이 지리산 기슭에서 채취해 판매하는 고로쇠를 3병 샀다. 덤으로 따뜻한 산수유차 한 잔은 서비스로 마시고.

이 곳의 산수유나무는 모두 주인이 있다고 했다. 자기집 주변은 물론 계곡에 있는 것도 다 주인이 있다고 했다. 옛날에는 나무 한 그루 있으면 부자였다. ‘대학나무’였다고 한다. 제주도의 감귤나무가 그랬듯이 고흥의 유자나무와 이 산수유나무도 1그루만 있으면 자식 대학보냈다고 했다.

상춘객들이 산수유 마을에서 봄의 여유를 만끽하고 있다.

지금 상위마을 쪽에서 좀 오래된 나무는 수령이 300년 쯤 됐다. 고목인 셈인데 안타깝게도 한국전쟁 때 수없이 많은 나무가 불에 타 없어졌다고 한다. 특히 지리산 일대 빨치산과 관련 그만큼 시련을 많이 겪기도 했다고 한다.

산수유는 모두가 수작업이라 농사 자체가 고역이라고 했다. 나무에 올라가거나 매달려서 모두 털어 따내야 하고 바닥에 떨어진 산수유는 잎 등 검불은 골라내야 한다. 무엇보다도 힘든 일은 건조하면서 씨를 발라내야 하는데 까는 작업이 가장 고역이다.

강 여사님은 수확해서 먹는데까지의 과정에서 손길이 10번은 간다며 손사래를 쳤다. 농사 중 노동력이 가장 많이 드는 일이라고 한다. 그래서 산수유는 비싼가보다.

산수유 한 그루가 풍성한 수확을 하면 대략 100만원의 소득을 안겨다 준다. 나무 한 그루에 많이 열릴 경우가 60근(36kg) 정도 수확할 수 있다고 하는데 대략 1kg당 3만원이니 108만원 정도다. 하지만 이는 최고치일 경우이고 평균으로 치면 이 보다는 적다.

강 여사님은 100그루 정도 갖고 있다고 했다. 필자는 “100그루면 재벌이시겠네요” 했더니 그게 제일 적은거고 많은 사람은 2000~3000그루인 집도 있다고 했다.

방금 산 고뢰쇠 3병을 차에 싣고 조금 이동하니 주차장이 나왔다. 여기 주차장이 있는 줄 모르고 좁은 골목길에 차를 세웠으니. 지리산 온천단지가 내려다 보이는 전망좋은 곳에 주차장이 있어 다시 세우고 근처 산수유 숲으로 또 들어갔다. 아름다운 돌담길이 나타났다. 거무스레한 좁은 돌담길 사이로 손잡고 거니는 연인들 머리 위엔 노란 산수유가 바람에 춤추듯 흔들렸다. 운치가 있었다. 마음 같아선 ‘검은 돌담길과 연인’을 주제로 멋진 사진을 하나 건져볼까 하는 욕심도 생겼지만 그냥 접었다.

활짝 핀 산수유꽃, 산수유 돌담길 걷는 연인들, 산수유 데크서 즐기는 사람들, 산수유 군락지 너머 지리산이 코 앞에 맞닿아 있다.(왼쪽부터 시계방향)

다시 운전해 3분 정도 내려가니 반곡마을 산수유 군락지가 나온다. 이 산동에는 마을 단위별 산수유 군락지가 있다. 상위마을과 달리 반곡마을은 특히 개울가 옆 산수유 군락지가 넓게 퍼져있는데 데크를 따라 걷는 멋이 일품이다. 맑은 개천가에는 봄풍경을 찍으려는 사진작가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졸졸졸 흐르는 시냇가에 파릇한 새싹, 노란 산수유꽃, 알록달록 상춘객 뭐든 다 봄풍경 소재가 됐다.

산수유마을을 가로지르는 개천.

산수유는 중국과 한국이 원산지로 봄에 꽃이 핀 후 10~11월에 빨간 열매를 수확한다. 봄축제기간 전국에서 약 80만명이 몰려온다고 한다.

산수유 꽃이 필 때면 구례주민들이 즐기는 독특한 풍습이 있다고 했다. 예로부터 전래해 오늘날에도 즐기는데 산닭 먹는 풍습이다. 몸보신을 위한 일이라고 했다.

주민들이 모여 산수유꽃을 구경하고 커다란 물통에 고로쇠물을 잔뜩 담아 산 속 펜션으로 들어가 산닭을 구워놓고 밤새워 이야기하며 먹는다고 한다. 방을 따뜻하게 지펴놓고 서로에게 덕담도 건네며 산수유꽃 시즌을 즐기는데 이는 중국에서도 유사한 풍습이 전해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옛날 중국에 장방이라는 현자가 있었다. 장방이 어느날 항경에게 말하기를 “올 9월9일 너의 집에 반드시 재앙이 있을 것인데 화를 면하려면 집안사람 모두 주머니를 만들어 산수유 열매를 넣고 팔에 걸어 높은 곳에 올라가 국화술을 마시면 괜찮을거야” 라고 했다.

이에 놀란 항경은 하란 대로 가족과 함께 뒷산에 올랐다. 나중에 집에 돌아와보니 닭, 소, 개, 양 등 기르던 가축이 모두 죽어있었다. 장방은 “가축이 사람 대신 죽은거야. 산수유와 국화술이 아니었다면 사람이 죽었을거야”라고 말했다.

그 후 중국에서는 9월9일 중양절에 산수유 주머니를 차고 산에 올라가 국화주를 마시는 풍습이 생겼다고 한다.

산수유마을의 이모저모.

산수유는 사랑을 뜻한다고 했다. 누가 산수유꽃과 열매를 준다면…? 그건 변치않는 사랑을 맹세하기 위해 주는 선물이다. 구례의 젊은이들은 연인에게 애정공세를 펼칠 때 산수유를 줬다고 한다. 밸런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 보다 훨씬 멋지지 않은가.

산동 산수유마을은 지금은 아름다운 마을로 소문나 있지만 어둡고 참담했던 시절도 있었다. 이날 여행 중에 꽃도 채 피우지 못하고 열아홉 생을 마감한 한 소녀의 아픈 한이 스려있는 동네임을 알았다.

이 곳 상관마을의 ‘산동애가(山洞哀歌)’로 전해져 오는 백부전 이야기다. 백부전(본명 백순례)은 일제 징용으로 큰오빠를 잃었고 둘째오빠도 죽음으로 내몰렸다. 마지막 남은 셋째오빠도 여순사건 직후 끌려갈 찰라에 어머니가 집안의 대가 끊어질 것을 크게 걱정하자 열아홉 백부전이 “내가 대신 죽을 테니 제발 오빠만은 살려달라”고 애원해 대신 생을 마감했다. 오빠는 살아 대를 이을 수 있었다.

해방 직후 혼란했던 우리의 현대사가 결국 아무 영문도 모른 한 소녀의 생을 비극적으로 마감케 한 것이다. 이때 처형장으로 끌려가던 열아홉 소녀는 한 맺힌 노래(산동애가)를 불렀는데 당시 군경을 통해 동네주민들도 따라 불러 그 노랫말이 구슬프게 전해오고 있다.

봄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산수유꽃에 감싸인 개천에서 봄소풍을 즐기고 있다.

……………………………
■ 산수유의 효능 : 생리기능 강화와 정력증강에 좋다고 한다. 또한 허리, 무릎 등의 통증완화와 시린데 효과가 있고 여성의 경우 월경 과다조절에도 좋다. 산수유의 신맛은 근육의 수축력을 높여줘 방광의 조절능력을 향상시켜줌으로 야뇨증과 요실금 증상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 ‘재주’가 많은 산수유는 기가 허해 귀가 울고 어지러운 증상도 낫게 해준다고 한다. 또한 소담제, 폐결핵 치료제로도 쓰인다.

■ 백부전의 ‘산동애가(山洞哀歌)’ 가사 :
“잘있거라 산동아 너를 두고 나는 간다 / 열아홉 꽃봉오리 피어보지 못한 채로
가마귀 우는 골에 병든 다리 절며절며 / 달비머리 풀어 얹고 원한의 넋이 되어
노고단 골짜기에 이름 없이 쓰러졌네 / 살기 좋은 산동마을 인심도 좋아
산수유 꽃잎마다 설운정을 맺어놓고 / 가마귀 우는 골에 나는야 간다
노고단 화엄사 종소리야 / 너만은 너만은 여원토록 울어다오
잘 있거라 산동아 너를 두고 나는 간다 / 산수유 꽃잎마다 설운정을 맺어놓고
회오리 찬바람에 부모효성 다 못하고 / 발길마다 눈물지며 꽃처럼 떨어져서
나혼자 총소리에 이름 없이 쓰러졌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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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남민 기자/suntopi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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