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박근혜 정부의 첫 행정부처 업무보고장. 대통령의 왼쪽 자리에는 낯선 여성이 앉았다. 5급 공무원인 정은숙 성동구 희망복지지원팀장이다.
일반적인 자리 배치에서는 ‘중요한 인물’ 일수록 주인공과 가깝다. 그러다 보니 이날 참석자들의 눈도 박 대통령의 옆자리에 앉은 정 팀장에게 쏠렸다. 다양한 해석도 나왔다. 헌정사상 첫 여성 대통령답게 ‘여성’에 대한 관심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는 해석과, 새 정부 4대 운영 원칙 중 하나인 ‘현장중심의 행정’을 적극적으로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상징했다는 해석이 많았다.
청와대도 한 관계자는 “실무를 중시하는 박 대통령의 의지를 보여주는 자리배치로 보면 된다”고,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데 대통령부터 솔선수범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여성’보다는 ‘현장’에 무게중심을 뒀다는 풀이다.
궁금증은 이날 박 대통령의 발언으로 풀렸다. 박 대통령은 “반드시 현장 중심의 행정을 펼쳐야 한다”, “정답은 책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 있다는 것을 명심해 달라”라며 거듭 ‘현장’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특히 참석한 현장 공무원들의 질문을 받고, 답변하는 토론까지 벌일 정도로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시계를 되돌려 ‘경제 대통령’을 자청했던 이명박 정부의 2008년 첫 업무보고 현장. 대통령의 죄우에는 허용석 관세청장과 한상률 국세청장이 자리잡았다. 첫 보고부처였던 기획재정부 산하의 최일선 외청들이다. 관세청은 수출입의 최일선 행정기관이고, 국세청은 이명박 정부의 감세정책 재원을 마련해 줄 지원군이었다. 당시 정부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정책에서 두 수장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한다는 의미였다”고 기억했다.
‘자리가 메시지’라면, 박 대통령의 집권 5년간 국정운영을 관통할 메시지는 ‘현장’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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