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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스마트폰은 장난 같은 제품” 이라더니… 노키아, 소니 거인 멸망 보고서
[헤럴드경제=홍승완 기자] 지난 2007년 6월 애플의 터치폰 형태 아이폰이 세상에 처음 등장 했을 때다. 이를 본 한 핀란드 인이 이런 말을 했다. “‘조크’(joke)같은 제품이다. 시장에서 먹히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정한 것이 표준이다”. 이렇게 말한 사람은 올리 페카 칼라스부오(Olli-Pekka Kallasvuo), 노키아(Nokia)의 최고 경영자였다.

그해 노키아의 글로벌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은 49.3%에 육박했다. 시가총액은 2000억달러를 넘었고 2006년의 매출은 핀란드 정부 예산보다 많았다. 그런 노키아에게 ‘전화기를 만들겠다더니 컴퓨터를 만든 듯한’ 스마트폰은 당장 필요하지도 않고 기술 과도의 상품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스칸디나비아 반도가 자랑하던 ‘테크(Tech) 거인’은 거기까지 였다. 2000년대 후반 이후 스마트폰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면서 노키아는 점점 잊혀지는 이름이 되어갔다. 젊은이들과 트렌드 세터들은 ‘디자인이 차별화된 휴대폰’인 노키아 대신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스마트폰’인 애플을 택했다.

이후 노키아의 모습은 잘 알려진 바다. 매출과 이익은 전성기의 절반 이하로 줄었고 신용등급은 추락했다.

북구인들의 심미안을 오롯이 담은 제품 디자인 능력 만큼은 여전히 인정받고 있지만 스마트 흐름에 도태된 노키아가 다시 원기를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노키아란 이름은 혁신과 디자인, 강소 전문기업의 상징에서, ‘제트기 시대에 아직도 떠다니고 있는 비행선’ 마냥 과거와 실패를 추억하는 이름으로 쓰이고 있다. 우리 기업들에게는 혁신없는 기업의 몰락을 보여주는 ‘거인 멸망의 보고서’이기도 하다.

일본 고도성장기의 최전선에 섰던 소니의 몰락도 우리에게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술을 힘으로 일어난 회사가 기술 주도권을 잃었을 때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특히 새로운 트랜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을 때 일어 날 수 있는 위기들이 담겨있다.

1980~90년대의 소니는 그야말로 무적이었다. 워크맨으로 대변되는 혁신적인 제품은 기존 오디오 시장을 고사시키며 새 시장을 만들어냈다. 브라운관 시절에 보여준 기술 혁신성과 제품 완성도는 경쟁자들을 앞도했다. 화면을 분할하고 20인치 수준이던 TV를 40인치까지 키운 것도 모두 소니의 작품이었다. 제조사들이 코웃음 치던 가정용 오락기 시장에서 플레이스테이션이라는 산업시대의 명품도 완성해냈다.

하지만 소니는 자기 기술을 과신하면서 특유의 ‘소니 스타일’을 잃어버렸다. 시장선도력을 유지하기 위한 첨단 제품을 고민하기 보다는 세계로 부터 인정받은 브랜드 파워에만 의존하기 시작했다. 기술분야의 투자가 들어들고 컨텐츠 사업에 큰 돈을 투자하거나 기술표준을 획득하기 위한 경쟁에만 몰두했다.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 변화를 무시한체 액정디스플레이(LCD) TV 도입에 여유를 부리다가 후발주자이던 삼성과 LG에게 평판TV 시장을 내줬다. 워크맨과 MD(미니 디스크)는 MP3라는 거대 파도에 휩쓸려 버렸고 소니의 브랜드 파워에 의존하던 바이오 노트북 PC는 더 얇고 더 싸고 더 빠른 제품들에 자리를 내줬다. 휴대전화는 그저 자국내 판매에만 의존했다.

물론 소니는 여전히 생존해있다. 선도 제품 출시에는 뒤지고 있지만 여전히 세계적으로 강력한 브랜드 파워와 판매망은 유지하고 있다. 고전을 면치 못하던 스마트폰 사업은 스웨덴 에릭슨과의 협력관계를 청산하고 ‘소니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로 독립해 최근 절치 부심의 제품들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소니가 과거의 혁신기업 소니로 돌아갈 수 있을 지를 놓고는 부정적인 시각이 더 많은 게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스마트 폰과 태블릿 PC 등이 몰고온 전자산업의 스마트화에 대해 스케이트 링크와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방향을 잘 잡고 먼저 질주하는 스케이터는 경쟁자의 방해없이 부드럽게 달리겠지만, 한번 넘어지거나, 잘못 방향을 잡거나, 조금 늦게 출발해 경쟁자들에 둘러싸인 스케이터는 선두로 달리기 쉽지 않은 시장이 됐다는 의미다. 승자가 모든 것을 갖고, 소비자 트렌드를 한변 놓치면 뒤집기가 쉽지 않은 전자 업종의 특수성이 더욱 강화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기업들이 강박적일 정도로 기술혁신과 제품선도, 소비자들의 니즈를 연구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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