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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로 일대 화재 취약…났다하면 큰불
인사동 화재 문제점 뭔가
무허가 증개축 목조건물 즐비
골목좁아 소방차 진입 어려워
순식간에 건물 8채 잿더미로
전문가 “도심 재정비 서둘러야”



지난 17일 일요일 오후 8시25분께 서울 종로구 인사동 식당 밀집지역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화재가 난 서울 종로타워와 미스터피자 사잇골목인 종로9길 식당 밀집지역은 평소에도 좁은 도로폭 때문에 행인들의 이동이 쉽지 않은 지역이다. 골목길은 성인 3명이 일렬로 섰을 때 꽉 찰 정도로 좁다.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것은 물론 오토바이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은 길에는 각종 술집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대형 화재가 났을 때 진압이 쉽지 않다.

게다가 건축 허가 없이 목조나 샌드위치 패널로 증개축을 한 건물이 즐비해 급속도로 화재가 옆 건물로 옮겨 붙었다. 이런 이유로 인근 밀집지역 건물 8채와 점포 19곳을 태우고 나서야 화재가 진압될 수 있었다. 화재 진압에 1시간35분여가 소요됐던 이유도 잔불을 정리하다 옆 점포로 불이 옮겨 붙은 때문이다.

화마(火魔)가 할퀴고 간 자리는 처참했다. 모든 것을 수포로 돌려 놓는다. 앙상한 철골 구조물만 남긴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화재 현장. 퀴퀴한 냄새가 진동하고, 바닥은 온통 숯가루섞인 물뿐이다. 건질 수 있는 가재도구라고는 단 하나 없다. 18일 오전 그 현장이 지난 밤 혀를 날름거렸던 화염을 생각케 한다.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박치학 종로소방서 소방행정과장은 “골목이 좁은 데다 폭발 때문에 불길이 컸고 현장 온도가 매우 높아 가까이 진입하는 것이 불가능해 진화에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액화석유가스(LPG) 통 하나의 폭발로 시작된 불치고는 너무 큰 재산 피해를 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제 2, 제 3의 화재가 발생해 큰 피해가 날 우려가 높으므로 추가 피해를 막으려면 무엇보다 도심재정비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번 화재가 큰 불로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종로9길 종로타워 뒷길로 소방도로가 연결돼 있어 일부 소방차가 진입, 물을 뿌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화재로 인해 소방차량 65대가 출동했지만, 일부 고가 사다리가 있는 살수차량과 종로타워 뒷길로 진입한 차량만이 화재 진압에 동원됐고, 나머지 소방차량은 불구경을 할 수밖에 없었다.

시민들이 자주 다니는 이 지역이 대형 화재에 무방비 상태로 방치돼 있다는 것도 문젯거리로 지적된다. 작은 화재가 대형 화재로 번질 수 있지만,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 서울에는 이같이 화재에 열악한 환경의 지역이 셀 수 없이 많다. 실제 2012년 10월 31일에는 종로구 관수동 서울극장 옆 건물 밀집지역의 한 식당에서 불이 나 상가 내 상점과 식당 등으로 옮겨붙어 17개 점포를 태우기도 했다. 당시에도 좁은 골목길 때문에 화재 진압에 어려움을 겪었다. 2011년 9월에도 서울극장 인근 상가에 있는 트로피 제작업체에서 화재가 발생해 이 일대 상점 14곳이 불에 타기도 했다. 모두 밀집된 지역에 상가나 점포 등이 빼곡히 들어서 있어 소방차 등이 접근할 수 없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서울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종로 일대가 자칫 ‘화재 메카’가 될지 걱정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편 경찰과 소방당국은 화인(火因)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갑작스럽게 LPG 통이나 변전기가 폭발음 소리와 함께 터졌다는 주변 상인들의 진술을 토대로 경찰은 원한관계에 의한 방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현재까지 방화의 징후는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여러 가지 가능성을 두고 수사 중에 있다”고 말했다.

사건팀/okidok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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