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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 퀴즈’ 장학퀴즈 40년 장수 비결은? 최종현-태원 부자 代 이은 ‘인재사랑’
故 최종현 회장 공익 의지로 시작…상품 광고하면 혼쭐내

2000년부터는 중국서도 매주 방송…총 2만명 가까이 출연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빠~빠 빠~빠 빰빰빰빰빠~.’ TV에서 독일 작곡가 요제프 하이든의 트럼펫 교향곡 Eb 장조 3악장(Trompt Concerto Eb 3rd Movement)이 울려 퍼지면 사람들은 일요일 아침 선잠을 깨고 브라운관 앞에 자리를 잡았다. 전국 고등학생들이 퀴즈로 자웅을 겨뤘던 프로그램 ‘장학퀴즈’의 시그널 음악이었다. ‘장학퀴즈’는 또래 고교생은 물론 남녀노소 상관없이 출연자들과 같이 퀴즈를 풀어보고, 어느 한 사람의 편이 돼 일희일비하던 ‘국민 프로그램’이었다.

‘장학퀴즈’가 18일로 정확히 방송 40주년을 맞았다. 이 같은 ‘장학퀴즈’의 장수(長壽)에는 단독 후원 기업인 SK그룹의 공이 크다는 것이 방송계와 경제계 등의 평가다.

1973년 2월 처음 전파를 탄 ‘장학퀴즈’는 그 사이 방송국이 MBC에서 EBS로 바뀌었지만, 첫 회부터 지금까지 후원은 SK의 몫이었다. 이 같은 바탕에는 고(故) 최종현 SK 선대회장과 최태원 SK㈜ 회장의 대(代)를 이은 ‘인재 양성 철학’이 있었다.

최근 발간된 SK 사보 ‘SK’ 2월호와 SK 등에 따르면 ‘장학퀴즈’ 방송 시작 당시만 해도 고교생을 대상으로 하는 퀴즈 프로그램은 성공하기 힘들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럼에도 40년 전 선경그룹 부회장이었던 최종현 회장은 ‘장학퀴즈’의 후원을 선뜻 맡았다. 당시 선경은 재계 10위에도 못 미치는, 섬유업종 중심의 중견기업이었다. 
 
1978년 2월 ‘장학퀴즈’ 선경 장학금 수여식에서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는 최종현 당시 선경그룹 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사진제공=SK그룹]

하지만 최 회장과 선경은 ‘인재가 가장 소중한 자원’이라는 믿음과 기업 이윤의 사회적 환원이라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장학퀴즈’의 스폰서가 됐다. 방송 프로그램에 단독 후원자가 등장한 것은 ‘장학퀴즈’가 처음이었다. TV 광고에서 기업이나 상품 홍보가 아닌 ‘패기(覇氣)’ 같은 공익 캠페인을 한다는 것도 당시로선 매우 파격적이었다.

‘장학퀴즈를 통한 청소년 인재 양성’이라는 최종현 회장의 공익 목적을 설명해주는 일화도 있다. 1970년대 상품(학생복) 광고를 ‘장학퀴즈’에 내보냈던 한 선경 광고 담당자는 “학생들에게 뭘 팔아먹으려 하느냐”며 최종현 회장에게 혼쭐이 났다.

최태원 회장도 선친의 유지를 이어 계속 ‘장학퀴즈’를 지원했다. 그 결과 SK는 2000년부터 중국 베이징TV를 통해 매주 방송되는 ‘장학퀴즈’의 중국 버전인 ‘SK 장웬방(壯元榜)’까지 후원하고 있다.

이 같은 SK의 노력 덕에 ‘장학퀴즈’는 지금까지 1950여회 방송됐고, 출연 학생은 1만6000여명에 이른다. ‘SK 장웬방’도 현재까지 650여회가 방송돼 출연 학생만 3400여명에 달한다.

‘장학퀴즈’는 최종현 회장의 뜻대로 인재의 산실이 됐다. 김두관 전 경남지사, 강용석 전 의원, 배우 송승환 씨 등 명사들이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1981년 발족, 30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출연자 모임 ‘수람회(收攬會ㆍ마음과 마음으로 만나는 모임을 만들자는 뜻)’는 회원 수만 1300여명이나 된다.

40년간 출연자들에 대한 상품도 계속 바뀌며 청소년의 선호도 변화도 살펴볼 수 있다. 먹을 것이 귀했던 1970년대 초반에는 워커힐호텔 케이크였지만 ▷1970년대 후반 만년필ㆍ탁상시계 ▷1980년대 자전거ㆍ체육복ㆍ가방ㆍ카세트테이프 ▷1990년대 영어사전ㆍ도서 상품권을 거쳐 2000년대에 들어서는 전자사전과 태블릿PC가 등장했다.

ken@heraldcorp.com


1977년 2월 ‘장학퀴즈’ 선경 장학금 수여식에 참석한 최종현 당시 선경그룹 회장(오른쪽).                  [사진제공=SK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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