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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음속에 맺힌 恨‘주부 우울증’…명절엔 가족과 툭 터놓고 대화를
얼마전 생후 8개월 된 딸을 34시간 동안 방치해 숨지게 한 30대 주부의 이야기가 우리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사건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이 주부가 ‘산후우울증’을 앓고 있었단 사실을 알게 되면 꼭 그렇게 단정할 수는 없다.

우울증은 일정 이상의 기간 객관적인 상황과 관계없이 우울한 기분이 거의 모든 생활을 지배하고 자신감과 흥미가 사라지며, 수면장애와 피로 등의 신체증상이 동반되는 질환이다. 남성보다 여성의 유병률이 배 가까이 높고, 특히 미혼 여성보다 기혼 여성에게 더 많이 발병한다. 이른바 ‘주부우울증’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한 이유다.

여성이 우울증에 더 쉽게 걸리는 이유는 신체적ㆍ사회적 원인으로 나뉜다. 여성은 생리ㆍ임신ㆍ출산ㆍ갱년기를 지나며 호르몬의 급격한 변동을 겪게 되고, 이는 감정적 불안정을 유발하게 된다. 여성의 우울증이 산후나 갱년기에 집중되는 이유다.

그러나 이러한 생리적 요인만으로 여성, 특히 주부의 우울증 증가율을 설명하기에는 그 증가속도나 심각성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주부우울증의 증가는 현대사회에서 기대되는 여성의 역할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결혼 후 남성은 안정감을 얻고 사회활동에 더욱 전념할 수 있는 반면, 여성은 집안살림, 자녀교육, 가족행사 등의 주요 책임자가 돼야 한다는 전통적 역할은 물론 직업활동을 비롯한 사회적 성취도 요구받고 있다. 전업주부는 자아실현 욕구에 대한 불만족, 남편과 자식, 사회로부터 받는 소외감 등으로 힘들어하고, 사회활동을 하는 주부는 가사일과 외부활동 병행으로 힘들어 한다. 이런 상황에 고부갈등이나 명절증후군이 겹치고 쌓이면 주부우울증으로 가는 고속도로에 오른 것이나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직접적으로 우울감을 호소하기보다는 짜증, 두통, 소화불량, 피로감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적절하게 해소하지 못하면 점차 우울한 감정을 통제할 수 없고 하루종일 무기력한 상태로 있는 명백한 우울증 증상이 나타난다. 더 심해지면 자살 시도 같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주부 우울증은 본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녀의 양육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더욱 조심히 다뤄져야 한다.

한방에선 우울증을 정지불서(情志不舒)로 인하여 기가 울체되어 발생하는 울증(鬱症), 화병(火病)의 범주로 본다. 특히 장조(臟躁)라 하여 여성의 정서적 질환을 따로 구분했고, 월경ㆍ임신ㆍ출산ㆍ갱년기로 인한 음혈 손상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한방치료로는 향부자ㆍ시호 등이 들어간 교감단이나 소요산 등의 약재를 사용해 기의 울체를 풀고, 합곡ㆍ태충ㆍ신문 등의 혈자리를 자침해 경맥의 소통을 원활히 한다. 지언고론, 이정변기 요법 등 전통적인 심리치료를 통해 억울감을 해소하도록 한다.

무엇보다 가족의 진심어린 지지가 주부우울증 해소에 큰 도움이 된다. 주부 스스로가 ‘슈퍼우먼’이 되려는 생각을 버리고 자신의 삶에 충분한 휴식과 여유를 두도록 해야 한다. 설날이 까치와 아이들만 신나는 날이 되지 않도록 가족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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