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고통마저 얼려버리는 추위, 추위마저 잊게하는 고통…겨울에 더 심해지는 치질
겨울 추위가 닥치면 각종 호흡기질환,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등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 특히 우리 몸은 겨울이면 혈관이 수축해 혈액순환 장애를 일으키고 이로 인해 혈관질환의 발생빈도도 높아진다. 차마 입밖으로 고통스러운 신음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치질도 바로 혈관질환의 하나다.



▶‘국민병’ 치질, 겨울이면 말 못할 고통 더 심해져 = 치질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50%정도가 한 번쯤 경험할 정도로 흔한 질병이다. 치질은 항문부 질병을 총칭하는 것으로 변이 배출될 때 충격을 흡수하는 항문의 안쪽 살이 커지고 늘어져 밖으로 빠져 나오고 배변 시 출혈이 동반되는 항문 질환이다.

이러한 치질은 찬바람이 부는 10월말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본격적인 추위가 닥치면 20~30%정도 증가한다. 오죽하면 ‘겨울치질’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기온이 떨어지면 추위에 노출된 항문의 피부와 근육이 수축되고 모세혈관이 수축하면서 혈전이 만들어지고 혈액순환에 문제를 일으켜 악화된다. 이로 인해 항문 점막이 돌출돼 치질이 악화된다.

겨울철 자주 찾는 스키장이나 눈썰매장도 치질 발생률을 높인다. 오랫동안 눈 위에 앉아 있거나 구부린 자세를 유지하면 항문으로 피가 몰려 치질이 심해질 수 있다.

겨울 추위가 닥치면 심해지는 치질을 막으려면 평소 섬유소 섭취를 늘리고 올바른 배변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 = 성바오로병원]


▶통증 없다고 방치하면 위험 = 치질은 항문 안의 점막이 항문 밖으로 나오는 치핵, 항문이 찢어지는 치열, 항문이 곪아서 고름이 터져 나오는 치루로 나뉜다. 전체 치질의 70%를 차지하는 치핵은 내치핵과 외치핵으로 나뉘는데 주로 문제가 되는 것은 내치핵이다.

내치핵은 배변 시 통증이 없다. 치핵이 항문 밖으로 밀려나와 자극을 받으면 통증을 느끼게 돼, 그 전까지는 방치하는 경우가 많아 위험하다. 출혈이나 통증, 돌출로 생긴 외치핵은 자각증상이 있고 눈으로 식별이 가능하다. 치핵의 크기는 콩알만한 것부터 손가락 한 마디 정도까지 여러가지다. 내치핵의 경우 의사가 손가락을 넣어보는 직장수지검사나 항문내시경을 통해 진단할 수 있다.


▶다이어트ㆍ변비에 시달리는 젊은 여성 주의해야 = 치질은 흔히 남자들이 많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젊은층에선 여성 환자가 더 많다. 2006년부터 2011년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인구 10만명당 연령 및 성별 치질 진료 인원수를 분석한 결과, 20대에선 여성 환자가 30%이상 많았다. 30, 40대도 여성이 평균 10%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여성은 불규칙한 식습관과 무리한 다이어트 등으로 인해 만성 변비가 치질을 부르는 큰 요인이다. 변비가 심하면 대변이 딱딱해져 항문을 괴롭힌다. 또 임신으로 인한 자궁 크기의 변화, 출산 시 복압의 증가 등으로 인해 남성보다 치질이 많이 생길 수 있다.

또 치질 자체를 수치스럽게 여겨 고통을 참고 견디다 치질을 악화시킬 수 있다. 박종경 성바오로병원 외과 교수는 “수치심에 치질을 무턱대고 참다보면 탈출된 치질이 괴사될 수 있으며 치질 안의 혈액이 응고돼 혈전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변을 보기 위해 지속적으로 항문에 힘을 주거나 골반 바닥이 약해진 경우 모두 비정상적으로 치핵 조직이 커질 수 있다. 맵고 짠 자극이 강한 음식도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술 역시 치질을 부르는 요인이다. 술을 마시면 말초혈관이 확장되고 혈류량이 증가해 치핵 부위에 출혈이 생길 수 있다.

섬유소가 풍부한 음식을 섭취해 변비를 예방하는 것이 치질을 막는 길이다. 또 화장실에서 신문이나 책을 보며 오래 변기에 앉아 있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과도한 긴장을 풀어 치질에 대한 압력을 감소시키면 치질이 돌출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좌욕과 목욕을 하는 것은 혈액순환을 도울뿐 아니라 항문 청결에도 좋다.



▶하루라도 빠른 치료만이 해법 = 치질 초기에는 배변 시 휴지에 묻어날 정도의 출혈이 나타나거나 항문 주위에 통증과 가려움증이 나타난다. 이를 그대로 방치하면 차츰 출혈량이 늘어 뚝뚝 떨어질 정도가 되며 심하면 빈혈이 될 수도 있다.

언뜻 통증이나 가려움증, 출혈 등이 완화되는 듯 보여서 방치했다간 병을 키우는 꼴이다. 치질을 치료할 때는 가능한 한 항문에 상처를 주지 않고 치료하는 것이 기본이다. 특히 초기에는 수술을 하지 않고 치료할 수 있으므로 부끄럽게 생각하지 말고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 계속 방치했다간 결국 탈항이 일어나 수술을 해야 한다. 또한 다른 질환이나 대장 질병이 항문부에서 치질 같은 증세를 동반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혈액검사나 소변검사를 비롯해 간 기능 검사, 혈청 검사 등 여러 검사를 통해 어떤 병인지 구별해야 한다.

이도상 부천성모병원 외과 교수는 “가벼운 치질 증상은 배변습관 개선, 섬유질 섭취, 약물치료 등으로 치료할 수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통증이 심해지면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